• 불기 2561년 부산 미타선원 금강경 산림법회 초재 법문
  • 미타선원 주지 종호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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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께서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하셨습니다. 산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물도 물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물은 산소와 수소로 이루어져 물이 됩니다. 이처럼 우리 중생과 불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앞으로 많이 살면 20년을 더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년 후에 제 모습이 지금과 같을까요? 아마 다를 것입니다. 물을 담는 컵도 겉으로 보기에는 견고한 것 같지만 깨고 깨고 보면 컵을 구성하고 있던 유리가 나뉘어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의 모습도 이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컵은 단지 물을 담는 컵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우리도 스스로를 찾아 나서지만 법화경에서는 그저 깨닫기만 하면 불성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부처의 입장에서 보면 부처의 사상이 바로 법화경의 사상과 일맥상통한다고 보는 겁니다. 보살의 입장에서 깨닫고 보면, 부처님 입장에서 깨닫고 보면 진성, 성품을 보니까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것입니다. 나 스스로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법화경에서는 바로 깨닫기만 하면 불성이라고 일컫는 것이지요. 우리가 이 이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처님께서 설하신 금강경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경전은 우리가 세속에서 공부하는 과정과 닮아있습니다. 우리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차례로 지나오듯이 각각의 근기에 맞게 레벨이 있습니다. 따라서 금강경은 세속으로 따지면 대학교 정도의 레벨입니다.

우리가 지금 읽고 있는 이 금강경은 중국의 소명태자의 의해 시작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구마라습이 번역한 본이 널리 유통되어 읽히고 있습니다. 이 금강경의 내용은 부처님 제자 가운데 지혜 제일의 사리불 존자가 묻고 부처님이 답하시는 대화체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금강이라는 말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인 다이아몬드보다 더 강한 것입니다. 다이아몬드보다 더욱 견고하여 금강반야바라밀에서는 금강이라 말합니다. 단박에 번뇌를 끊어버린다는 뜻입니다. 금강경은 중생의 어리석음과 번뇌를 끊는 반야 곧 지혜를 금강에 비유하여 하는 말입니다.

제1품 <법회인유분>에서는 부처님께서 법회가 시작되는 이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보여주는 것은 부처님의 일상사를 보여줍니다. 부처님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부처님이 설하신 도가 무엇인지 어떻게 행동했는지 말하는 겁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도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겁니다. 내용 중 공양 시간이 되자 가사를 입고 맨발로 사위성에 가서 일곱 집에 밥을 빌어서 한 집 한 집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것은 밥을 먹더라도 빌어먹고 살지 말라는 가르침을 전하고 있습니다. 빈부격차를 떠나서 부처님은 평등하게 공양을 나누셨습니다.

<구경무아분>에서는 중생을 제도해도 제도함이 없으며 불국토를 장엄해도 장엄함이 없다하여 주관과 객관의 상대가 끊어져 너와 나의 차별이 없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는 부처님도 법을 볼 수 없다는 말이 되며 만약 법을 보지 못한다면 지혜의 눈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까봐 <일체동관분>에서는 먼저 다섯 가지 눈을 말하면서 있느냐 없느냐 묻습니다. 육안은 육체에 있는 시각을 일으키는 눈이며 천안은 초인적인 신통의 눈으로 막힌 곳이나 먼 곳을 꿰뚫어 보는 눈입니다. 혜안은 근본지를 얻은 눈으로 진리의 본체를 분명히 아는 지혜입니다. 법안은 후득지를 얻은 눈으로 중생교화에 능숙한 방편을 통달한 눈을 말합니다. 불안은 불성이 완전히 드러난 부처님의 눈으로 구경의 완성된 지혜의 눈입니다. 이 다섯 가지의 눈을 가지고 있는 부처님이지만 부처님이 보는 것은 사물의 개체적인 분별보다 모든 법이 실체가 없는 공한 이치를 보아 실상의 진여를 바로 보는 것입니다. 이미 사구게에서 밝혔듯이 상을 상으로 보지 않을 때 다시 말해 법을 법으로 보지 않을 때 비로소 법을 바로 보는 정견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갠지스강의 모래수를 제곱한 만큼의 불세계 중생들의 갖가지 마음을 전부 안다하였는데 이는 부처님의 지혜는 전일적인 평등성의 지혜이므로 지식의 차원에서 아는 망념의 분별경계가 아님을 말하는 것입니다. 마음이 마음이 아니라 이름이 마음이기 때문에 중생들의 마음을 전부 안다는 것은 능지 소지의 마음이 모두 실체가 없어 그 정체가 파악되지 않으며, 안다는 것이 인식의 대상을 찾아가는 것이 아님을 말하는 것입니다. 과거심, 현재심, 미래심을 찾을 수 없다는 말도 시간에 따라 존재하는 것이 아닌 마음의 본체의 절대성은 모든 것에서 초월하여 그저 형식적인 이름으로 명사화될 뿐 역시 실체가 공하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실체 없는 공한 분상에서는 모든 것은 하나로 회통되어 같은 이치 속에 포함되므로 한 몸으로 똑같이 본다는 <일체동관분>이라 하였습니다.

이번 금강경 산림법회에 동참하여 매주 법사 스님들의 법문을 청해 듣는 불자님들도 '모든 것은 공하다'는 금강경의 이치를 잘 깨달아 각기 수행을 넓혀가시기 바랍니다.

본지는 오는 9월까지 미타선원에서 봉행하는 <금강경 산림법회> 초청 법사 스님들의 법문을 매주 연재합니다. 불자들의 신행의 기본이 되는 경전인 금강경을 주제로 한 스님들의 법문을 통해 올바른 수행과 삶의 지혜를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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