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총림 통도사는 18일 현충시설 지정을 기념하며 첫 호국영령 위령재를 엄수했다.
영축총림 통도사는 18일 현충시설 지정을 기념하며 첫 호국영령 위령재를 엄수했다.
호국영령위령재에 참석한 승.재가내빈이 6.25전쟁 당시 위국헌신한 전몰장병들에 대한 묵념을 하는 모습.
호국영령위령재에 참석한 승.재가내빈이 6.25전쟁 당시 위국헌신한 전몰장병들에 대한 묵념을 하는 모습.

지난해 11월 국가보훈처로부터 현충시설 지정을 받은 영축총림 통도사가 이를 기념하며 경내에서 첫 호국영령 위령재를 엄수했다.

용화전 미륵불 및 1000미륵옥불 점안식
용화전 미륵불 및 1000미륵옥불 점안식
점안 의식을 하는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
점안 의식을 하는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

이날 통도사는 호국영령 위령재에 앞서 오전 9시 용화전에서 미륵불 및 1000미륵옥불 점안식을 봉행했다. 이전 통도사가 6‧25전쟁 당시 육군병원으로 사용됐다는 이야기가 구전으로 전해졌지만 실질적인 근거가 없던 상황에서 용화전 미륵불좌상 복장 조사를 하던 중 구하 스님 친필 ‘용화전 미륵존불 갱 조성연기문’이 발견됐고 통도사가 제31육군병원 분원으로 사용된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통도사는 한국전쟁 당시 참전용사의 넋을 위로하고 고귀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미륵옥불을 조성하고 오늘 567분의 미륵부처님에 대한 점안의식을 가졌다.

이어진 호국영령 위령재는 1부와 2부로 나눠 전개됐다. 1부에서는 통도사 염불원장 영산 스님, 교수사 혜일 스님, 도경 스님 등 학인 스님들이 전몰장병 호국영령들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재를 전통의식으로 봉행했으며, 2부에서는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를 모시고 추모법회를 거행했다.

호국영령위령재에는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 조계종 총무부장 삼혜 스님을 비롯한 사중 대덕 스님들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이진복 대통령 비서실 정무수석, 신범철 국방부 차관, 임성현 부산지방보훈청장, 6‧25전쟁 당시 통도사 육군병원 분원 사실을 증언한 생존자 및 유가족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행사는 △삼귀의례 △국민의례 △애국가 △묵념 △반야심경 봉독 △경과보고 △헌향 △헌다 △헌화 △봉행사 △추모사 △법어 △추모노래 등의 순서로 이어졌다.

법어를 설하는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
법어를 설하는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는 법어를 통해 “6·25 전쟁 시에 제31육군병원 통도사 분원이 설치돼 매일 수십여 구의 전사자를 화장하고, 삼천여 명의 부상군인들을 치료하던 가슴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치유하기 위해 그 현장을 현충시설로 지정하고 오늘 호국영령을 위로하는 위령재를 봉행하게 됐다”며 “오늘 이 자리는 호국영령들의 공덕을 찬탄하고 그 넋을 위로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우 리의 바람을 간절하게 모으는 법석”이라고 당부했다.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은 봉행사에서 “한반도의 숱한 전쟁 속에서도 불교는 늘 정신적 귀의처로서 백성의 아픔을 위로하고 국난을 극복해 나가는 힘이 되어 왔다”며 “통도사에 설치되었던 육군병원은 군의 입장에서는 장병들의 치료시설이었으며, 병사들에게는 가장 안전한 의지처였다”고 말했다. 이어 “긴 시간을 지나 제31육군병원 통도사 분원의 역사가 온전히 드러났으며 통도사는 호국현충시설로 지정됐으나 전쟁 상황에서 산화한 모든 영령의 넋을 위로하는 일은 다시 통도사의 소임으로 남아있다”며 “이번 호국영령위령재는 통도사 사부대중의 원력을 모아 전쟁 중 산화한 무명의 용사를 위로하고, 이 땅에 희생의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발원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하며 호국영령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총무부장 삼혜 스님
총무부장 삼혜 스님

또한 법석에서는 승‧재가내빈들의 추모사도 이어졌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총무부장 삼혜 스님이 대독한 추모사를 통해 “통도사에서 약 2년 동안 역사 규명에 힘써 주신 덕분에 사찰이 최초로 현충시설로 지정되는 큰 성과를 이뤘으며 이는 전쟁 중 산화한 불명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그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모든 유족들을 위한 국가 차원의 보답이자 종교적 구원이라 할 것”이라며 “수많은 시련과 좌절을 딛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밑바탕이 되신 호국영령을 깊이 추모하면서 가슴 속으로 국화꽃 한 송이를 헌향하오니 이제 나라의 평화와 번영은 후손의 몫으로 남기시고 불보살님의 품에서 영면하시길 합장 발원한다”고 호국영령들을 추모했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
신범철 국방부 차관
임성현 부산지방보훈청장
임성현 부산지방보훈청장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대독한 추모사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유구한 역사와 정신이 깃들어 있는 통도사에서 호국영령을 위한 위령재를 지낼 수 있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오늘 위령재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쳐 싸우셨던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숭고한 희생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6‧25전쟁 호국영웅들의 희생을 국민과 미래세대가 기억하고 존경할 수 있도록 보훈문화를 확산하는 데 정성을 다하겠다”며 “오늘 행사와 현충시설 지정을 계기로 영축총림 통도사가 국민들의 애국심을 함양하는 장으로 거듭나길 기원한다”고 전했으며 이는 임성현 부산지방보훈청장이 대독했다. 

추모법회는 통도사 우담바라 합창단의 추모노래와 육군 제53사단 군악대의 추모 군가로 마무리됐으며, 참석 대중은 나라를 위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바친 충의장졸들의 희생정신을 기렸다. 

6‧25 참전용사 권태술 어르신의 동생 권정순 씨와 딸 권정희 씨
6‧25 참전용사 권태술 어르신의 동생 권정순 씨와 딸 권정희 씨

이날 행사에 참석한 6‧25 참전용사 권태술 어르신의 동생 권정순(84세) 씨는 “오빠가 6‧25전쟁에서 머리에 파편이 박히는 부상을 입으며 통도사에 3년 간 있었는데, 당시 보광중학교를 다니던 막내 오빠가 엄마가 싸 주신 찰밥 도시락을 배달하던 기억이 난다”며 “오늘 이 자리에 성파 스님께서 저희 가족의 이야기를 들으시고 초청해주셔서 참석하게 됐는데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신 통도사 스님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뜻깊은 자리가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6‧25 참전용사 학도병 1기 박기수(89세) 씨는 전쟁 당시 통도사에서 군수과를 담당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통도사에 70년 만에 다시 오게 되었는데 전쟁 당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진작 이런 행사가 이뤄졌어야 했는데 이제라도 이뤄져서 기쁘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통도사 스님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통도사는 오후 1시 30분부터 삼성반월교 옆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많은 시민불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현충시설 지정기념 산사음악회도 열었다. 음악회에는 양산 윈드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 왕기헌, 테너 양승엽이 출연해 수준 높은 공연으로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으며, 원장형 명인의 감미로운 대금 연주도 펼쳐졌다.

한편, 통도사는 1952년 1.4후퇴 이후 한국전쟁이 끊임없는 교착상태에 있을 당시 수많은 국군 사상자들이 발행했고, 통도사 도량 곳곳의 전각들은 군인들과 국민들의 안식처로 3000명이 넘는 부상장병들을 치료하고 보살폈다. 당시 매일 수많은 장병들의 장례가 통도사에서 치뤄졌으며, 전각들이 훼손되는 가운데도 스님들과 지역주민들이 한마음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했다.

호국영령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지전춤
호국영령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지전춤
행사에 참석한 6‧25전쟁 당시 통도사 육군병원 분원 사실을 증언한 생존자 및 유가족
행사에 참석한 6‧25전쟁 당시 통도사 육군병원 분원 사실을 증언한 생존자 및 유가족
육군 제53사단 군악대
육군 제53사단 군악대
산사음악회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전하는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
산사음악회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전하는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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