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역사와 함께하며 호국불교에 앞장서 온 통도사가 현충시설지정을 기념하며 전쟁으로 희생된 영혼을 위로하고 평화를 발원하는 뜻깊은 법석을 마련한다.

영축총림 통도사(주지 현문 스님)는 6월 7일 종무소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18일 봉행되는 ‘통도사 현충시설지정기념 호국영령 위령재’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이번 위령재는 통도사가 국가 현충시설로 지정된 기념으로 마련한 첫 행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난 2019년 9월 용화전 미륵불소조좌상 복장유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미륵존불갱조성연기문.
지난 2019년 9월 용화전 미륵불소조좌상 복장유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미륵존불갱조성연기문.
사진은 2019년 10월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이 연기문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은 2019년 10월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이 연기문을 설명하는 모습.

통도사가 국가 현충시설로 지정된 경유는 지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통도사는 2019년 9월 용화전 미륵불소조좌상의 복장유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육군병원의 존재사실이 담긴 연기문을 발견했다.

구하 스님이 붓글씨로 쓴 용화전 미륵존불 갱(更) 조성연기에는 "경인 6월 25일 사변 후 국군 상이병 3천여 명이 입사(入寺)하야 임진 4월 12일에 퇴거(退去) 했다"는 기록이 있었으며, 통도사가 6·25전쟁 당시 부상당한 병사들을 치료하기 위한 31육군병원으로 운영돼 호국도량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대광명전 전각 내 통도사에서 치료를 받으며 머물렀던 군인들의 흔적을 통해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낙서에는 당시 전쟁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그림과 문장이 그대로 남아 있었으며,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통도사 육군병원 분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상이군인들과 필적의 주인공 유가족들이 잇달아 증언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통도사는 국회와 국방부, 육군본부, 국군의무사령부 등 관련 기관과 소통하고 증언과 자료를 취합한 자료집을 발간하는 등 육군병원 분원의 존재를 밝히기 위한 노력들을 전개해 왔다.

그 결과 통도사는 2020년 12월 17일 국방부군사편찬연구소로부터 '분원으로 사용되었음'을 확인받았으며, 10월 심의 과정을 거쳐 11월 1일 보훈처로부터 현충시설 지정 통보를 받는 성과를 이뤘다.

어제(7일) 통도사 종무소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어제(7일) 통도사 종무소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통도사 기획국장 혜명 스님은 간담회에서 “통도사는 그간 ‘수륙재’라는 이름으로 호국영령을 위한 위령 의식을 봉행해 왔으나, 올해는 국가로부터 공식적인 현충시설로 지정받음을 기념해 ‘호국영령 위령재’라는 정식 명칭을 달고 더욱 성대하고 여법하게 행사를 진행하고자 준비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호국영령 위령재는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된다. 1부에서는 오전 10시 통도사 설법전과 대웅전 사이 마당에서 통도사 염불원장 영산 스님을 비롯한 염불원 스님들의 집전으로 영혼들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재 의식이 봉행된다.

2부는 오전 11시 대웅전에서 위령법회의 형식으로 행사를 이어간다. 특히 이 자리에는 유족들을 비롯해 통도사 육군병원의 존재를 증언한 사람들이 참석해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 2부 행사는 헌향과 헌다, 봉행사,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내빈들의 추모사, 종정예하 법어와 추모공연 등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위령재 봉행 전후로는 오전 9시 용화전에서 1000미륵옥불 점안식이, 오후 1시 30분에는 통도사 삼성반월교 옆 무대에서 산사음악회가 전개된다. 

통도사는 처음 연기문이 발견됐던 용화전 미륵불소조좌상의 보수작업을 가지고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1000미륵옥불을 조성해 이날 점안식을 가지며 의미를 더한다. 산사음악회에서는 양산윈드오케스트라와 통도사 우담바라합창단, 소프라노 왕기헌, 테너 양승엽 등이 출연해 호국영령들을 넋을 아름다운 선율로써 위로하며 행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통도사 재무국장 현담 스님과 기획국장 혜명 스님이 간담회에서 행사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통도사 재무국장 현담 스님과 기획국장 혜명 스님이 간담회에서 행사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통도사 재무국장 현담 스님은 “통도사는 6·25전쟁 당시 스님들이 절을 내어주고 부상병 치료에 도움을 주는 등 국가적 위기마다 호국애민 정신을 실천해온 곳”이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시민 불자들이 시대의 아픔과 고통을 공유하고 함께 치유해나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내년에는 종단과 함께 더욱 체계적으로 행사를 봉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와 관련한 기타 자세한 사항에 대한 문의는 전화(055-382-7182)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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