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라고 불리우는 ‘요즘애들’의 특징은 흔히 #개인주의 #이기적이라고들 말한다.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남의 말보다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자유분방함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애들은 당돌하고 이기적일 줄 알았다. 그러나 달랐다. 불교를 대하는 이들의 고민은 사뭇 진지했고, 동시에 유쾌했으며, “이 좋은 걸 우리만 알기 아깝잖아요!”라고 입모아 말하는 이들의 마음씨에 기분 좋은 여운을 느끼기도 했다. 

청년불자 감소의 문제를 안고 있는 불교계. 이들은 어떻게 불교와 만나, 어떤 매력을 느꼈을까. 또 어떤 활동을 하며, 이들이 그리는 불교의 미래는 무엇일까. 혹 불교계에 바라는 점이 있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대학교 불교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요즘애들’을 만났다. _편집자 주

인제대학교 김해캠퍼스.

“불교계에도 좋은 찬불가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제이레빗 같은 거?”

가수 제이레빗은 듣기 편안하고 귀여운 음색으로 유명하다. 인제대 불교동아리 회장 장남주 법우와의 대화에 BGM을 넣을 수 있다면 제이레빗의 노래를 고를 것 같다. 발랄하면서도 차분한 말투로 불교계에 바라는 점을 이야기하는 장남주 법우. 지난달, 인제대학교 근처 카페에서 장남주 법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인제대 불교동아리 학생들. (사진=인제대 불교동아리)
인제대 불교동아리 학생들. (사진=인제대 불교동아리)

모태불자인 장남주 법우는 신입생 시절, 동아리원 모집 경쟁이 치열했던 인제대 동아리 박람회에서 불교동아리를 먼저 찾았다. 스무 살, 새내기, 그리고 모태불자의 설렘과 기대를 안고 가입했지만 당시 불교동아리는 이름만 불교동아리 같았다고. 

“법회를 열곤 했지만 체계적이지 않았어요. 대학교 동아리는 자고로 만남의 광장이라지만, 동아리방이 그저 노는 곳으로 사용되는 점도 아쉬웠죠. 그러던 중 회장의 군 입대로 갑작스레 회장직을 맡게 되었어요.”

회장이 된 장남주 법우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동아리방 리모델링’ 이었다. 공간이 주는 힘을 이용한 것이다. 동아리방을 정갈하게 꾸미면 동아리 분위기도 더욱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다는 장남주 법우는 우선 법당을 갖추기로 했다. 부족한 예산은 강서구불교연합회에서 활동 중이던 어머니와 상황을 전해 들은 스님들의 도움으로 채울 수 있었다.

인제대 불교동아리방.
인제대 불교동아리방.

“스님들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동아리방 벽에 페인트칠도 도와주셨고, 커다란 기둥에는 단청문양도 그려주셨죠. 그렇게 노력을 들이니까 동아리원들의 마음가짐도 달라지더라고요.”

불교동아리 다운 법당을 갖춘 후엔 동아리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신입생 유치에 박차를 가했다. 회원 모집을 위해 열띤 경쟁이 펼쳐지는 동아리 박람회. 장남주 법우는 신입생을 유혹할(?) 방법으로 불교만의 ‘멋’을 활용하기로 했다. 

“불교가 요즘 힙해졌어요. 불자가 아니더라도 패션템으로 염주도 많이 끼고 다니잖아요. 또 불자가 아닌데도 불교 경전이나 만다라를 타투로 새기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인스타그램에서 봤어요.”

장남주 법우는 불교 용품 전문점에서 염주를 샀다. 불교 경전 문구는 스티커로 제작해서 (타투는 못 해주더라도) 핸드폰에 붙일 수 있도록 했다. 성공적인 시도였다. 동아리 박람회에서 ‘이거 파는거에요?’하고 먼저 물어온 학우들이 많았다고. 또 올해는 20여 명의 신입생들이 대거 가입하며 ‘시선 끌기’ 유혹이 제대로 통했다.

지난해 11월 홍법사 템플스테이 모습. (사진=인제대 불교동아리)
지난해 11월 홍법사 템플스테이 모습. (사진=인제대 불교동아리)
장애인복지관 봉사활동 모습. (사진=인제대 불교동아리)
장애인복지관 봉사활동 모습. (사진=인제대 불교동아리)

불교동아리 활동은 템플스테이, 봉사활동, 불교대학, 비대면 법회 총 네 축으로 이뤄졌다. 가장 반응이 좋은 활동을 물으니,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봉사활동!’이라며 야무지게 말을 이어간다.

“저도 의외였어요. 다들 템플스테이를 더 좋아할 줄 알았거든요. 아마 봉사활동에 반응이 좋은 이유는 남을 돕는다는 보람, 그리고 우리가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이 더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템플스테이는 명상, 공양 등의 체험을 하며 몸과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봉사활동은 매달 장애인복지관을 찾아 복지관 내외부를 청소하고, 장애인과 소통하는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을 짜는 등 보다 주도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나의 행복’보다 ‘남을 위하는 행복’이 더 크고 보람차기 때문일까. 인제대 불교동아리는 꾸준한 활동으로 김해우수봉사단체 상도 받았다. 

매주 금요일에는 청량사 불교대학에도 참여한다.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동아리원은 장남주 법우를 포함한 6명. 또 인제대학교 학생은 아니지만 불교에 관심이 있는 장남주 법우의 지인도 함께한다. 곧 졸업을 앞둔 장남주 법우는 졸업 이후에도 불교대학만큼은 동아리원들이 편하게 오갈 수 있도록 운전자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청량사까지 교통 편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요즘애들’의 불교를 향한 관심이 계속되도록 돕고 싶기 때문이다. 

“이 좋은 걸 나만 알기 아까우니까요. 갈수록 종교에 의지하는 또래들이 줄어드는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어른들은 이미 알아서 종교활동을 하지만, 청년불자들은 더 늘어나야죠. 많은 걸 바라지는 않아요. 그냥, 힘들 때 ‘사찰에 한 번 다녀올까?’하는 것. 그 정도로만 되었으면 좋겠어요.”

장남주 법우가 동아리방 법당에서 합장을 하고있다.
장남주 법우가 동아리방 법당에서 합장을 하고있다.

어린 시절부터 늘 함께했던 불교는 장남주 법우에게 어떤 의미일까. 장남주 법우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빌려 ‘불교는 곧 나 자신’이라고 말한다.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 너 자신에게 답이 있다. 너 자신이 곧 부처이니까. 이 가르침은 요즘 세상에 가장 필요한 말인 것 같아요. 다들 살기 힘든 때니까요.”

마지막으로 불교계에 바라는 점을 물었다. 제이레빗 노래 같은 찬불가, 혹은 랩 같은 찬불가, 요즘애들도 따라 부를 수 있는 좋은 찬불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단다. 어느 때보다 K-POP에 관심이 높은 요즘, MZ세대 다운 답변이었다.

신입회원을 모집할 때 사용한 염주와 불교 경전의 문구가 담긴 스티커
신입회원을 모집할 때 사용한 염주와 불교 경전의 문구가 담긴 스티커

인터뷰를 마치고, 재기 발랄한 발걸음으로 동아리방을 안내하던 장남주 법우는 법당에 들어서자 차분히 두 손을 모아 삼배를 한다. 그리고 나서 회원을 모집할 때 썼던 어여쁜 염주와 불교 경전의 멋스러운 문구가 담긴 스티커를 건넨다. 

“불교가 가진 ‘멋’을 활용했을 때 충분히 청년불자들의 시선을 끌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스티커에는 똑 닮은 아래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사랑스럽고 빛이 아름다우면서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꽃이 있듯이

실천이 따르는 사람의 말은
그 메아리가 크게 울린다.”
- 법구경

 

인제대학교 동아리방이 있는 곳.
불교동아리방이 있는 인제대 건물.
정기법회 모습. (사진=인제대 불교동아리)
정기법회 모습. (사진=인제대 불교동아리)
인제대 불교동아리 학생들. (사진=인제대 불교동아리)
인제대 불교동아리 학생들. (사진=인제대 불교동아리)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인제대 불교동아리 학생들이 등을 달고있는 모습. (사진=인제대 불교동아리)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인제대 불교동아리 학생들이 등을 달고있는 모습. (사진=인제대 불교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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