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부산캠퍼스.
부산대학교 부산캠퍼스.

부산대 불교동아리 회장 이동규 법우는 지난해 고가의 다기 세트를 구입했다. 동아리방 안에서 가장 비싼 물품이다. 주 용도는 “차 한잔해.” 동아리방에 온 손님들에게 차 한잔을 대접하며 좋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다. 소주보다 건강하고, 소맥보다 건전하며, 복잡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차 한잔에 많은 학우들이 동아리방을 오갔다고 했다.

“요즘애들은 커피나 술을 마시지, 차는 잘 모르잖아요. 차 한잔이 주는 차분한 매력을 느껴보면 동아리방을 좀 더 자주 방문하지 않을까, 해서 구입했어요.”

‘차 한잔’의 포교가 조금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대다수의 찻잎이 절반이 채 남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을까. 이동규 법우는 이곳을 거쳐간 학우들의 밝은 표정을 회상하며 희미하게 웃음 짓는다. 

“요즘애들의 주요 관심사는 취업 아니면 연애에요. 이 고민은 불교의 연기법으로 풀어내요.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듣기만 해도 위로되잖아요.” 

부산대학교 불교동아리 학생들이 차담시간을 갖는 모습.
부산대학교 불교동아리 학생들이 차담시간을 갖는 모습.

이동규 법우가 불교와 만난 것은 신입생이었던 지난 2017년 새내기 시절. 시작은 단순했다. 템플스테이가 궁금했다. 이동규 법우는 템플스테이에서 걷기 명상을 체험하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 걷기도 명상이 될 수 있다는 것 모두 흔치 않은 경험이었어요. 특히 걷기 명상을 하면서는 ‘와. 사람이 아무 생각을 안 할 수도 있구나’ 그 체험이 주는 평화가 정말 충격이었죠.”

황홀한 충격이었다. 이동규 법우는 그날부터 5년간 매일 한 시간씩 걷기 명상을 계속해오고 있다. 동아리 활동도 마찬가지. ‘템플스테이 가봐야지!’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온 동아리에서 기나긴 시간 활동을 이어오며 회장직까지 맡았다.

그렇다면 부산대는 어떤 포교활동으로 신입생들을 유혹하고 있을까.

홍법사 봉사활동 후 촬영한 단체사진. 신입 동아리원 모집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다.
홍법사 봉사활동 후 촬영한 단체사진. 신입 동아리원 모집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다.

“사실 대학교 동아리라는 게 무슨 활동을 하냐 이런 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취업에 도움이 되거나, 그게 아니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하냐, 그래서 얼마나 재밌느냐가 관건이죠. 저희는 ‘사진’을 활용합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는 사진, 즐거워 보이는 사진으로 신입생들을 유혹한단다. 부산대 불교동아리도 타 동아리에 비해 참여인원은 소수이나, 대불련 부산지부의 주도 아래 진행되는 ‘연합활동’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부산대 불교동아리 학생들이 비대면 ZOOM 법회를 하고 있는 모습.
부산대 불교동아리 학생들이 비대면 ZOOM 법회를 하고 있는 모습.
또한 주기적으로 사찰을 찾아 스님과 차담시간을 갖고 있다.
또한 주기적으로 사찰을 찾아 스님과 차담시간을 갖고 있다.

부산대 불교동아리 차원에서 이뤄지는 활동은 ZOOM 법회, 사찰 봉사활동, 스님과의 차담시간이 있다. 그중 ‘차담시간’이 인기다. 이동규 법우 역시 차담시간을 만드는 데 가장 큰 노력을 기울인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채용시장이 줄어들고, 진로 고민이 큰 대학생들이니 만큼, 내면을 조금이나마 평안하게 해주고 싶은 이유에서다. 

“차담시간에는 주로 고민 이야기를 해요. 최근엔 취업준비로 몸도 마음도 바쁜 와중에 어떻게 여유를 챙겨야 하는지 스님께 여쭤봤어요. 스님께서는 지금 하는 일에 충실하면 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마음이 지금 이 순간에 머물러 있다면, 일에 쫓기지 않을 거라고요.”

인기 2순위는 봉사활동이다. 매년 설과 추석, 부처님오신날에 홍법사에 가서 주차 정리와 관람객에게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무엇을 하지 않아도 좋다. 물 좋고 공기 좋은 사찰에 가서 저마다의 소망과 반성을 간직해 온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 그 자체가 힐링이고 명상이리라.

부산대학교 캠퍼스 내 마련된 명상길.
부산대학교 캠퍼스 내 마련된 명상길.

그렇다면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없을까. 이동규 법우에게서 돌아온 우문현답은 듣는 이를 잠깐 멈춰 서게 했다.

“없어요.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 되게 해주니까요. 불교 가르침에서 고민의 해답을 얻을 때가 참 많거든요. 어떤 상황에서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고, 감정기복을 줄이게 끔 도와줬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불교에서 청년불자들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장학금이나 지원금도 많이 주시고, 스스로 마음 일어나게 하는 분위기 조성해 주시는 것 같아요. 청년불자 수는 많이 줄고 있지만, 그래도 축적된 전통이 있으니까 불교가 살 길은 있지 않을까요? 특히 불교는 요즘애들에게 가장 힘이 되는 종교니까요.”

이동규 법우는 ‘자등명법등명’이라는 부처님 말씀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취준생인 법우들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이라면서 말이다. 이 밖에도 요즘애들이 새겨야 할 경전 문구로 ‘일체유심조’를 꼽는다. 

“단톡방에도 올려놨어요. 코로나19로 자주 모이지 못하면서 마음에 힘이 되는 경전을 단톡으로 주고받기 시작했어요. 가장 최근에 주고받은 건 ‘일체유심조’. ‘내 고민’이라고 생각하면 심각한 고민이 되고,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정말 내 것이 아니게 된다는 의미에서 올렸어요.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차 한잔’의 시간으로 서로의 고민을 비워주고, 힘이 되는 경전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채워주는 부산대 불교동아리. 각종 스펙 쌓기 경쟁이 치열한 취업시장에서, 이곳에서는 ‘내면의 스펙’ 쌓기가 한창이었다. 

이동규 법우가 합장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동규 법우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청년불자들이 불교‘동아리’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이후엔 어떤 신행활동을 이어나갈까 궁금해서다. 잠깐 생각에 잠겨있던 이동규 법우는 희미한 웃음기를 거두고 “잘 모르겠다”고 답한다. 

“잘 모르겠어요. 직장인이 되면 (저야 그렇다 치더라도) 동아리원들은 어떻게 활동할지. 아무래도 대학교 ‘동아리’니까 호기심, 재미로라도 이렇게 활동하는 것도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동아리원들이 언젠가 직장생활을 하다가 힘들 때, 지금을 회상하면서 ‘불교동아리 재밌었지. 절에나 한 번 갈까?’ 하고 보시함에 만 원 정도 넣게 하는 것이 목표에요. 그러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차담시간을 가지는 거고요.”

끝으로 “저는 만 원보다 훨씬 더 많이 넣을 것”이라고 덧붙이고선 다시금 희미한 미소를 띠고 빈 찻잔을 채워주는 이동규 법우.

‘차 한잔’의 마법이었을까. 이곳을 오간 학우들의 밝은 표정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부산대학교 불교동아리, ‘불교바라밀’
부산대학교 불교동아리, ‘불교바라밀’
부산대 불교동아리는 신입 회원들을 상시 모집 중이다.
부산대 불교동아리는 신입 회원들을 상시 모집 중이다.
부산대학교 불교동아리는 꾸준한 활동으로 지난 2019년 대불련 최우수지회상도 받았다.
부산대학교 불교동아리는 꾸준한 활동으로 지난 2019년 대불련 최우수지회상도 받았다.
학우들과의 차담시간을 위해 준비된 차와 다과들.
학우들과의 차담시간을 위해 준비된 차와 다과들.
졸업생과 재학생, 신입생들이 어우러져 소통하고 있는 부산대학교 불교동아리.
졸업생과 재학생, 신입생들이 어우러져 소통하고 있는 부산대학교 불교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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