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종의 큰 스승 달마 대사는 숭산 소림사의 석굴에 들어 앉아 걸식하러 나가는 외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9년 동안 묵언으로 일관하며 면벽좌선수행(面壁坐禪修行, 벽을 마주하고 앉아 하는 수행)을 했다. 어느 날, 신광(神光)이라는 젊은 스님이 달마 대사의 위대함을 전해 듣고 눈보라를 무릅쓰고 찾아왔다. 이 스님은 장차 달마 대사의 법을 이을 2조 혜가 대사였다. 하지만, 처음 스승인 달마 대사를 처음 찾아갔을 때, 근심걱정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 같이 물었다. “불안한 마음을 어떻게 없앨 수 있습니까?” 그러자 달마 대사는 “그 불안한 마음을 가져 오거라”하며 되받아쳤다. 어안이 벙벙해진 신광 스님은 불안한 마음을 찾으려고 집중하고 탐색했다. 하지만, 그 마음은 보이지 않았다. 그 후로 열심히 일을 하며 수행정진 했으며 마음을 찾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정진에 정진을 거듭하던 중 다시 스승께 물었다.

 

“스승님, 저의 마음은 아직도 편안하지 않사옵니다. 자비를 베푸시어 제 마음을 다스려 주옵소서.” 그러자 스승은 “그러면 편안치 못한 그대 마음을 가져 오너라, 내가 편안케 하여 주리라”

제자는 또 다시 물었다. “마음이란 모양이 없기에 드러내 보일 수도 얻을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스승은 이렇게 답했다. “그렇듯 마음이란 분명 잡을 자취가 없는 것이다. 그것을 분명히 깨달았으니 그대 마음은 이미 편안해졌느니라.”하시며, 직지인심(直指人心, 사람의 마음을 곧장 가리킴)의 도리를 가르쳐 주었다. 이 순간 혜가는 안심법문(安心法門)의 현묘한 이치를 깨달았던 것이다.

 

세월이 흘렀어도 우리들이 갖는 문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음의 불안함으로 인해 겪게 되는 갖가지 고통과 어려움이다. 경제적인 상황이나 인간관계 등 외부에서 오는 문제가 나를 힘들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그러한 외부의 조건들에 반응하는 내 마음이 문제가 된다. 그러므로 내 의지와 노력에 따라 불안함을 제거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혜가 대사가 불안한 마음을 보고 그 형상이 없음을 알고 편안해 졌듯이, 우리도 우리 마음의 실상을 바로 봄으로써 평안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 이것은 몸과 마음의 쉼을 통해 시작된다고 말하고 싶다.

마음의 불안을 없애는 것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며, 마음을 편안하기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하다. 몸의 휴식을 통해 먼저 나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기운을 원활하게 흐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몸이 쉬어야 마음도 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행정진을 열심히 하더라도 쉴 땐 쉬고 용맹정진을 할 땐 그것에 몰입해야 한다. 나의 건강상태를 살피지 않고 무리하게 몸을 쓰다보면 탈이 나고 결국 마음도 편안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몸의 휴식을 통해 에너지 상태가 편안해 졌다면 이제 마음을 편안하게 할 차례다.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지켜봄을 통해 지금 바로 여기에서 마음이 편안해 짐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몸과 마음의 안정과 평온으로부터 우리는 온전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쉽게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잘 되다가 갑자기 안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실망하거나 좌절한 필요는 없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보면 된다. 이럴 때일수록 초조함을 버리고 마음을 여유로 다스리자. 개구리가 멀리 뛰기 위해 잠시 뒤로 젖혀 튀어오를 준비를 하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슬럼프는 다음 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통과의례일 뿐이다.

이제 근본 원인을 찾아가면 된다. 내 마음과 몸이 편하지 않은 원천적인 이유는 내가 가진 과도한 욕심 때문이다. 불안의 근원은 대개 지나친 ‘탐심’에서 나온다. 자신의 불안을 분석해보면, 어떤 욕심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 있다. 시험 성적이 나오는 날, 적당한 긴장감을 넘어 과도한 불안감에 괴롭다면, 이것은 ‘좋은 학점을 받고 싶은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가 노력한 만큼 받겠다는 평정심에서는 괴롭지 않다. 노력과 실력 이상의 것을 바라는 마음에서 긴장과 고통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중에 음식을 먹으면서 불안하다면 이는 주어진 내 몸에 만족하지 못하고 과한 욕심을 부려 너무 많은 체중을 빼려고 하는 그 마음이 문제가 된다. 혹자는 많이 먹으면서 살이 저절로 빠지기를 바라는 과욕을 가지기도 한다.

또한 마음의 안식처를 찾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요즘 트렌드로 케렌시아(Querencia)라고 하는데, 투우가 경기에 나가기 전에 휴식하는 안락한 곳을 의미한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쟁과도 같은 고해의 삶 속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특정한 장소가 될 수도 있고, 취미나 책, 특정 음식이 될 수도 있다. 자주 가는 모임과 만남도 케렌시아가 될 수 있다.

몸의 휴식을 통해 충전한 에너지로 마음을 지켜보는 것은 삶을 평온하고 행복케 하는 첫 시작이 된다. 몸의 쉼을 넘어 마음의 쉼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한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곧 마음을 쉬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힘든 것은 이 것 저 것 하고자 하는 게 많기 때문이며, 그것이 곧 탐욕이라는 말이다. 진정으로 필요한 몇 가지 것들에 최선을 다하고 중요한 몇 몇 사람을 만나며 진심으로 다가가는 것이 마음의 탐욕을 내려놓고 삶을 보다 알차고 평온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도연스님은

카이스트 스님으로 알려진 도연스님은 카이스트에 입학해 전자공학을 공부하다 돌연 출가의 뜻을 품고 스님이 되었다. 이후 카이스트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에서 에너지 명상과 참선을 지도했으며, 2015년에는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를 10년만에 졸업 하고 오대산 월정사에서 원명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016년 사미계를 수지하고, 현재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어린이, 대학생, 청년부 지도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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