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물 두살, 취업 준비, 대학공부, 연애(?), 다사다난한 청춘의 변곡점에서 한 학생이 대만으로 떠났다. 목적은 여행도 아니요, 관광도 아니다. 그것은 지리적인 목적지가 아니라, 거리를 알 수 없는 내면의 목적지를 향한 여정이었다. 대만 불광사에서 한 달간의 귀한 여정을 마치고 온 장원석(부산대학교 공과대학 건설융합학부 토목공학과) 학생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대만 불광산사 1 개월 템플스테이(2018 Fo Guang Buddhist Monastic Retreat(FGBMR)) 체험기를 작성하기 전에 굉장히 망설였다. 나 자신 독실한 불교신자라고 할 수 없으며, 또한 불교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평범한 학생이 템플스테이 체험기를 작성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고민했다. 하지만 “취약성을 드러내면 신뢰가 따라온다.”는 제목의 행복한 경영이야기 글을 읽고 원고를 작성하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고 실수를 하는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신뢰를 높이고 협동을 형성하는 통로가 된다고 하였고, 학습 자체가 본질적으로 모르는 것을 익히고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약점을 들러내면 그 때부터 진정한 자기 발전이 시작된다고 하였다. 또 어쩌면 누군가는 나와 같은 고민을 안고서 나와 같은 방법을 찾게 된다면, 그에게는 좋은 도움이 되리라는 소박한 기대도 품어본다.


내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경험을 곰곰이 회상하고 스스로 본인의 약점과 실수를 공개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취약성을 극복하여 진정한 자기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마찬가지로 본인과 비슷한 경험을 한 독자들도 이러한 자기 극복과 발전을 공유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관점에서 본 체험기에서는 나의 취약점을 가감 없이 공개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나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나를 찾을 수 있다면 이 또한 가치 있는 과정이다.

 

삼수까지 했지만 나는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나는 삼수까지 했지만 결국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다. 그래서 쉽게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는 아버지와 술을 마시면서, 대학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대학을 자퇴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아버지께서 “너도 이제 성인이고 너 인생에 책임을 가지고 스스로 결정하여야할 나이이기에 반대는 하지 않는다. 자퇴하고 무엇을 할 계획인지? 무슨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나는 대안은 없지만, 일단 자퇴하고 생각하여보겠다고 했다. 그때 아버지께서 대만 불광산사 1 개월 템플스테이를 제안하시었다. 교수불자회 회장이신 아버지는 내가 불교의 인연으로 위기를 극복하기를 마음 속으로 바라셨던 것 같았다.
남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혈안이 되어있는데, 방학의 귀중한 시간에 한가로이 1개월이나 템플스테이 하라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는 이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선뜻 아버지의 의견을 수락했다.   

 

대만 불광산사 1 개월 템플스테이 신청하기

2018 FGBMR 홈페이지에 들어가 템플스테이를 신청하면서 선발되기 위해서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본 수련에 참가하고자 하는 이유와 무엇을 배우고자 하는지 등 지원목적을 구체적으로 설득력 있게 작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히 노력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2018 FGBMR를 소개하여준 부산지역 대불련 전 상임법사 천마산 관용사 광원스님께 자문을 구하였다. 광원스님께서는 10년 이상 미국에서 생활하시면서 대만스님들과 교류를 통하여 그들의 정서를 잘 알고 계셨다. 광원스님께서 기본적으로 큰 스님으로부터 법명과 화두를 받고 자신의 좌우명도 정하고 불교 행사에도 적극 참여하여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여 두어라고 조언하여주었다.
일단, 부전선원 안국스님을 통하여 용화선원 송담스님에게 법명과 화두를 부탁하였다. 이에 용담선원에서 대승십선계첩, 법명과 화두 족자, 그리고 화두게문에 관한 설명을 받았다. 송담스님으로부터 심전(心田)이라는 법명을 받았고, 시심마(是甚麽)라는 화두를 받았다. 나의 이름과 한글은 같으면서 다른 한자인 장원석(張元碩)은 호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수계식은 부전선원에서 안국스님께서 대신 집전하여주시었다.

용담선원으로부터 대승십선계첩, 법명과 화두 족자, 그리고 화두게문에 관한 설명을 받았다. 제공:장원석


법명과 화두를 받는 수계의식만으로 나에게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心田이란 법명을 부여하신 큰 스님의 뜻을 나름대로 해석하여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였다. 방황하고 있는 나에게 자기 마음의 밭을 가꾸어, 타인 마음의 밭을 가꾸어주는 으뜸이 되는 큰 인물(元碩)이 되라는 가르침으로 생각하였다. 마음의 밭을 가꾸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나는 누구인가? (是甚麽)”를 참구하라는 것 같았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보고 한 동안 멍해짐을 느꼈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고 질문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정체성, 나의 실체에 대한 인식도 없이 무엇을 위해 무엇을 추구하여 살아온 것인가! 대학교 입학이란 숙제를 가지고 아무런 문제의식 살아온 나의 삶에 대한 채찍과도 같았다. 다시 한 번 새겨본다. “나는 누구인가?”

 

"왜 지원했는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법명과 화두, 그리고 호를 받고 나니 지원목적이 보다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어지는 것 같아서 지원목적을 구체적으로 작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원목적을 작성하기 위해 본인의 가치관과 좌우명 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18 FGBMR를 지원하기 위해 자기의 가치관과 좌우명 등을 생각하는 자체가 자신을 새롭게 정립하여가는 계기가 되었다. 2018 FGBMR 선발되어 참가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참가 준비만으로도 나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젊었을 때, 새로운 도전만으로도 가치 있는 삶이라고 하였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다양한 프로그램에 지원하여보기를 적극 추천하여본다.

 

나의 지원 목적은 트라우마 극복이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알 수 없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한 일이었다.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자 한다고 지원목적을 서술 하고나니, 나의 문제가 보다 구체화되었고 스스로 해결되어가는 느낌도 받았다.

2018 FGBMR 선발을 기정사실화하고 참가하는 기간 동안 최대한의 성과를 얻기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하였다. 부산 기장 동림사에서 개최한 원어민교사와 불자들을 위한 체험학습 프로그램 가운데, 부산교수불자연합회 회장인 장상목 교수(사실 나의 아버지다)의 명상 시간에 통역을 하였다. 명상 설명을 하면서, 참선은 어려운 것이 아니면 언제 어디서나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왔으며, 무엇을 위해 행동하는가?”를 생각하면 된다고 하였다. 

원어민 교수들과 불자들을 위한 법회에 참석했다. 제공:장원석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왔으며, 무엇을 위해 행동하는가?” 제공:장원석

그리고는 일어서서 천천히 호흡하면서 걷기 시작하였고, 걷으면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왔으며, 무엇을 위해 행동하는가?”를 반복 읊었다. 또한 부산불교 학생연합회를 위한 매월 금요법회도 참석하여 법회도 들었다. 외국인과 함께하는 봉사활동도 신청하였고, 외국인을 위한 강의도 신청하여 외국인들과 토론 수업도 하였다. 중국어 학원에 등록하여 중국어 자격증 시험을 준비도 하였다. 공대 학생이지만 인문계 학생 못지않을 정도로 어학을 공부하고 불교 기본 지식과 아시아 문화 역사를 익히기 위해 불교기초 교리뿐만 아니라 문화와 역사에 관한 광범위한 책을 구입하여 읽기도 하였다. 세상에 대한 나의 식견이 넓혀짐을 느낄 수 있었다. 2018 FGBMR 지원만으로도 충분히 내 인생에 있어서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준비 과정에서 나 스스로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동시대 친구들에게 이런 경험을 권유하여본다.

부산불교학생연합회의 금요법회에 참석하여 법문을 들은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누구인가?
송담스님으로부터 받은 화두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보았다. 삼수하여 대학을 갔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였다. 재수, 삼수 하지 않고도 충분히 갈 수 있었던 대학이었다. 그래서 현실을 부정하고 탈피하고 싶었다. 사실 내 스스로 생각하여보아도 내 자신 엄청 열심히 공부하였다. 그런데 시험만 치면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하여보니, 그 당시 나의 상태는 심각한 우울증 증상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 같다.
내 스스로 가지고 있었던 우울증과 같은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실전에서 언제나 치명적인 실수들을 반복하였다.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않으면, 자신감과 자존감을 가지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때 만난 것이 바로 불광산사에서의 템플스테이였던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면서 나의 트라우마의 실체를 곰곰이 생각하여보았다. 우리나라 사람 절반 이상이 사용하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겠다면서 아스팔트가 녹는 무더위 속에서도 에어컨 없이 동경 유학생활을 하신 고지식한 아버지와 군소리 없이 1년에 12번 이상 제사를 지내시는 고전적인 어머니 밑에서 강요하지 않았지만 강요된 나의 허상이 나의 트라우마였던 것 같다. 나의 허상을 달성하여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치명적인 실수를 유발하였던 것 같았다. 
나의 허상을 벗어버리면 과연 어떤 것이 참된 나일까? 송담스님께서 주신 화두와 같이 “시심마”를 곰곰이 숙고하여보았다. 학교를 오고가면서 시간이 나면 “나는 누구인가?”하면서 물음을 던져보았다.

 

신청에서 입소까지, 남은 한달 동안 진정한 화두를 찾아야 한다

2018 FGBMR 선정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한 달간 어떻게 보람 있게 지낼 것인가에 대하여 아버지와 의논하여보았다. 송담스님께서 주신 화두 “시심마”에 대해서도 논의하였다. 아버지께서 “시심마” 화두는 너무 어려우니, 서울대학교 수시문제를 풀어보라고 하시었다. 서울대학교 수시문제는 취업면접에서도 나올 수 있는 현실문제이니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고 단기간 사고를 집중하는데 보다 효율적일 것이라고 하시었다.

나는 이 낭떠러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자, 지금 낭떠러지에 있습니다. 앞에는 맹수가 있고 뒤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까마득한 낭떠러지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위기를 탈출하겠습니까? 상상하여보세요.”라는 문제였다. 그러면서 우물 속에 갇힌 나그네가 어떻게 하면 출신활로(出身活路)를 얻겠는가라는 사찰의 벽화 안수정등(岸樹井藤)도 곁들어 설명하시고, 불교를 공부하면 충분히 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시었다. 그러면서 21세기 생존하기 위해서 불교 공부가 필수적이고 대만 템플스테이는 사회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격려하여주시었다. 그러면서 우리 사찰의 벽화 이야기, 사찰 어느 것도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 사찰의 주련 등의 책들을 추천하여 주시었다.

불교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 책들.

 

사찰 벽화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무수한 동물들을 형상화하였음을 보게 된다. 이 동물들의 형상과 더불어 사찰 건축물에서 볼 수 있는 온갖 문양에 깃든 상징체계들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인문학적 상상력을 드높일 뿐만 아니라 현실세계의 많은 질문들에 대해서도 현명한 대답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 디자인 침해 사례에서 보듯이 이제 이공계 전공자들도 심미안을 갖추어야한다는 점에서 인문학적 상상력은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추천하신 책들을 읽으면서 사찰에 담긴 상징과 의미들을 이해하고 참구한다는 것은 메말라 있던 나의 상상력을 무한정 넓혀 주리라고 기대하여본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본격적으로 출국준비에서부터 불광산사 입소와 생활 내용 등에 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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