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타오르게 하는 것은 장작 사이의 공간 숨 쉴 공간이다. 너무 많은 좋은 것 너무 많은 장작을 바싹 붙여 쌓는 것은 오히려 불을 꺼뜨릴 수도 있다. 한 바가지의 물이 거의 틀림없이 불을 꺼뜨리는 것처럼 그렇게. 그러므로 불을 피울 때는 나무뿐 아니라 나무 사이의 공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주디 브라운(Judy Brown)

쉰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삶의 양식이자 중요한 가치이다.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언가를 생각하고 활동하며 주변과 교류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며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가 보충되어야 한다. 보충하는 방법에는 대표적으로 음식물의 섭취가 있다. 그리고, 몸의 신진대사를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비축하며 필요할 때 활용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호흡활동에 의한 산소의 공급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외에도 휴식을 통한 에너지의 생산(재충전)이 있다. 무언가를 섭취하고 생산하는 활동이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양(陽)적인 방법이라면, 휴식을 통해 저절로 회복되는 방법을 음(陰)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쉰다는 것은 단지 에너지의 충전과 회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쉬는 동안 우리는 평온함과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활동을 하며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성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낮과 밤이 있고, 음과 양이 있듯이 활동에는 비활동(非活動)이 수반되어야 한다. 따라서, 일과 공부와 만남을 열심히 하는 만큼 휴식하면서 여유를 갖고 나만의 시간의 갖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가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가 어쩌면 잘 쉬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러니 하게도 돈을 벌어서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여행과 휴식을 꼽기 때문이다. 노후를 위한 준비 역시 휴식의 범주 안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달이 차면 기울 듯이 활동이 많으면 쉼으로 기울어지는 법이다. 이렇듯 우리는 늘 일과 공부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한편 쉬기를 열망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잘 쉴 수 있을까? 먼저 휴식의 가치를 알 때 진정한 휴식이 시작된다. 휴식을 나태와 태만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쉬는 것을 사치와 낭비로 여기며 부정적으로 여기면 제대로 쉴 수 없게 된다. 쉬어도 쉰 것 같이 않을 수 있다. 휴식에 대한 고정관념과 기본인식부터 바꿔야 하겠다.

 

예전에 1980년대 학력고사 시절 ‘4당5락’(四當五落)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5시간 잠을 자면 원하는 대학에 못 들어가고 4시간 자면 들어간다는 말이 이었다. 그만큼 잠을 줄이는 것이 공부를 잘하는 방법이라는 주장이었다. 공부하는 학생은 잠을 줄여서 한 글자라도 더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은 과욕에 지나지 않는다. 공부의 효율에 있어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의 수능체제에서는 이 ‘4당5락’의 원리가 더 안 맞게 되었다. 수능 고득점자의 인터뷰에는 원하는 만큼 충분히 잠을 잔 것이 도움이 되었다는 말이 부지기수로 등장한다. 근래에는 반대로 6시간 자면서 공부하면 붙고 5시간 자면서 공부하면 떨어진다는 ‘6당5락’이라는 말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이렇듯 수면은 학습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학습은 기억력이 좌우한다. 따라서, 수면과 기억의 상관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수면하는 동안 공부했던 단기기억의 정보들이 장기기억으로 변한다. 이 과정은 렘(REM, Rapid Eye Movement) 수면 중에 일어나는데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가 낮에 기억한 것을 재생하면서 학습하고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맞는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올바른 기억이 오랫동안 유지되며 학습결과도 좋게 나오게 되는 것이다. 잠이 충분하지 않으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기억력이 저하되어 공부성과가 나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공부의 양보다 공부의 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학문에서 정의하는 휴식의 의미와 가치에 대하여 살펴보자. 심리학에서는 휴식은 노여움, 불안, 공포 등에 의한 각성이 없으면서 긴장감이 낮은 정서의 상태를 일컫는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몸과 마음의 불안감과 긴장이 없는 평온한 상태이다. 따라서, 휴식을 위해서는 이완과 수면이 필수적이다. 명상, 체조, 여가생활을 통한 이완을 유도하고 잠을 충분히 잘 자는 것도 휴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 교수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행복감을 얻는 방법으로 몰입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그의 저서 ‘몰입의 즐거운(Finding Flow)’에서는 ‘문제 난이도(Challenge Level)’와 ‘능력(Skill Level)’ 면에서의 정신 상태를 몰입 모형으로 정리했다. 그에 따르면, 몰입은 문제 난이도(도전정도)가 높으며 능력(자신의 기량)도 높을 때 이루어진다. 휴식은 자신의 능력은 높은 반면에, 문제의 난이도가 낮은 상태를 의미한다. 즉, 내가 마주하고 있는 과제의 난이도가 높으면 몰입이 되는 것이고, 난이도가 낮으면 휴식이 되는 것이다. 몰입과 휴식의 상태는 다르다. 하지만, 몰입은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가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휴식의 상태에서 대상에 완전히 빠져들어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는 상태가 몰입인 것이다. 몰입은 이완과 집중에 공존하는 상태이며, 충분한 휴식을 통해서 가능하다.

 

미국 정신과 교수 저드슨 브루어(Judson Brewer)는 뇌의 후방대상피질에 몰입에 관련된다는 것을 밝혔다. 몰입은 나를 잊는 무아(無我)의 경지(境地)이다. 따라서, 지금 이 일을 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자기의식(Self-Awareness)’이 없는 상태이다. 만일, 나에게 주의를 기울이며 일을 한다면 일에 온전히 빠져든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인지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는 몰입이 안 된다. 몰입은 뇌의 후방대상피질(Posterior Cingulate Cortex)과 관련되어 있다. 몰입이 안 되는 상태에서는 이곳이 활성화되어 있고, 몰입이 잘되는 상태에서는 이 곳이 비활성화 된다. 즉, 후방대상피질이 활성화 되면 자기 자신에 대한 주의 의식이 강해서 몰입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후방대상피질의 활동이 저하되면서 자기의식이 줄어든 상태가 몰입이고, 이때 집중력이 높다. 특히, 명상을 하면 후방대상피질의 활동이 잠잠해지므로 집중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몰입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의 후방대상피질은 명상과 이완을 통한 휴식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이 곳은 기억과 감정 그리고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를 관장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은 뇌의 신경회로(Neural Circuits)가 특별한 일이 없을 때도 작동하는 기초활동을 관할한다. 이 상태는 마치 뇌가 공회전 하고 있는 것과 같다. 쉼 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멍하게 있을 때, 머리 속에서 다양한 잡념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경우에도 뇌는 작동하고 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적정하게 활성화됨으로 인해 우리의 무의식적인 활동들이 가능하게 된다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때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것이다. 뇌 전체가 소비하는 양의 60~80%를 차지한다. 결국, 뇌를 피로하게 한다.

 

그러므로 뇌가 정말 휴식을 잘하려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너무 과다하게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명상과 이완은 이러한 뇌의 에너지 낭비를 막는데 효과적이다. 뇌의 공회전 중에 떠오르는 과도한 잡념은 뇌를 피로하게 하는 최대 요인 중 하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러한 잡념이 활동하지 못하도록 주관하는 것은 뇌를 쉬게 하는 것이며 명상을 통한 휴식의 원리가 되는 것이다. 명상과 이완을 하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관장하는 뇌 부위의 과잉된 활동이 조절되고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어 뇌가 쉴 수 있게 된다. 특히, 저드슨 부루어 교수가 2011년에 발표한 논문이 그 근거가 되어준다. 이 논문에서는 명상이 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10년 이상 명상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명상을 할 때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측정하였다. 그 결과 연구결과 후방대상피질의 활동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되었다.

 

                                                                   

 

 도연스님은

카이스트 스님으로 알려진 도연스님은 카이스트에 입학해 전자공학을 공부하다 돌연 출가의 뜻을 품고 스님이 되었다. 이후 카이스트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에서 에너지 명상과 참선을 지도했으며, 2015년에는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를 10년만에 졸업 하고 오대산 월정사에서 원명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016년 사미계를 수지하고, 현재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어린이, 대학생, 청년부 지도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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