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출입식관 수행 이야기로 진입하고자 한다. 왜 붓다께서는 초기에 사념처경을 설하시고 난 후, 수행에 관해서 말할 때는 왜 숨 쉬는 이야기부터 하셨을까? 물론 처음부터 붓다께서 이 말씀을 하셨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대체적으로 출입식 수행을 붓다께서 제일 먼저 가르쳤다고 알고 다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뿐, 초기경전 수타니파타나 법구경에 호흡수행에 관해서 자세히 말한 것을 내가 과문한 탓인지 확실히는 떠오르지 않는다. 단지 그 어떤 경우라도 숨을 쉬어야 무슨 수행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옛날에 불국사 선원에 살 때 한 스님이 입만 열면 “다 살아생전에 그래 쌓는 거지!”라는 말을 화두처럼 들고 다녔다. 그말이 참말이다. 숨을 쉬어야 모든게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행도 숨 쉬는 것 부터 시작하는게 맞다. 그래서 붓다께서는 먼저 몸뚱이(신체의 몸과 숨쉬는 몸을 합해서 몸이라고 함) 다음에 느낌, 그 다음에 마음 ,그 다음에 법(심신의 무상과 수행 중의 점검요령) 이렇게 4가지로 분류해서 수행하도록 일러 주셨다. 그걸 정리한 경이 마하사띠빠따나 숫(사념처 경)이다. 이경에는 호흡뿐만 아니라 동작 몸의 부정 수행의 개요 등을 광의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내가 택한 출입식관 교재는 호흡만 수행해도 신수심법(身受心法) 사념처를 다 닦는 게 된다. 호흡 수행만을 다루지만 기실은 좁은 문으로 들어가서 넓은 문으로 나오는 공부인 셈이다.

다음번에는 이 출입식관 수행을 간략히 하는 공부를 소개하고 마치겠지만 이 공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먼저 준비해야할 소지품은 우선 믿음이다. 붓다께서 설하신 이 수행법을 신(信)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달마대사에게 혜가가 법을 구하러 왔을 때 달마대사께서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밤새 눈이 와서 무릎까지 쌓여도 미동 없이 기다리는 혜가를 감지하시고는 물었다. “무슨 일로 왔느냐” “법을 구하러 왔습니다.” “무엇으로 신을 보이겠느냐” 그때 혜가는 허리춤의 칼을 뽑아 왼쪽 팔을 잘라버렸다. 새하얀 눈 위에 선혈이 낭자 했지만 눈 속에서 파초가 솟아올라 팔을 받쳐 붙어었다. 전설같은 설화지만 그 속에는 중요한 메세지가 담겨 있다.

‘위법망구’(爲法忘軀) 라 법을 알기 위해서 목숨을 바친다는 간절함을 말하는 것이다. 대웅전 벽화에 가끔 이 장면이 불화로 표현되어 있기도 한데, 법당 정면에 파초를 심는 이유도 여기에 유래가 있다. 화엄경에 '신위도원공덕모 장양일체재선근(信爲道原功德母 長養一切諸善根) 믿음은 공덕을 길러주는 어머니요, 모든 좋은 일이 이로부터 자란다.'고 한 것도 믿음을 강조한 대목이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스님들에게 수행에 관한 조언을 받으면서 한평생 수행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여러분이 교리의 기초를 알아 심성을 온전히 하고 수행방법을 확고히 해서 서서히 수행하면 일상의 삶을 정성스럽게 살면서 도 닦는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된다.

바른 의식을 갖고, 용심을 잘하고 수행 방법을 확실히 정해서 분명한 신심을 갖는 것, 이것이 수행 이전에 불자로서 생각을 온전히 갖는 것이다. 마음의 중심자리에 영원히 지닐 수행방법 한 가지를 보석처럼 지니자.

 

* 이 내용은 3월 12일 도현스님께서 연암토굴에서 불자들에게 설하신 법문을 정리한 것입니다. 법문은 다음에 계속 이어집니다

                                                          

도현 스님은
범어사 덕명 스님을 은사로 1963년 부산 범어사에서 입산 출가했다. 1965년 동산 스님에게 사미계를, 1972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에게 비구계를 받았다. 제방선원에서 30여년간 정진했으며 태국에서 5년 동안 위빠사나 수행을 체득한 스님은 현재 지리산 연암 토굴에서 홀로 수행자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는 ‘조용한 행복’, ‘나라고 불리어지는 것에 대한 알아차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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