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문은 2017년 2월 8일 안국선원 교육관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부산연합회 병신년 동안거 재가안거 해제법회에서 증명법주 지현스님(관음사 회주)이 설하신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정숙한 가운데 지현스님이 하얀 카라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인다) 많은 분들이 웃으시네요. 웃으시는 분들은 다 가섭존자이십니다. 부처님의 정법안장(正法眼藏) 열반묘심(涅槃妙心)을 충분히 얻으셨기 때문에 웃으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처님 마음의 핵심을 깨달으신 분들께 축하와 예경을 드립니다.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부처님께서 꽃을 한 송이 드셨을 때 가섭존자는 빙그레 미소지음으로 부처님의 정법안장과 열반묘심 등 모든 지적 재산권을 다 전수받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부처님과 같은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부처님과 같은 깨달음을 얻고 부처님과 같은 대비원력으로 일체중생을 제도할 능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 안 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깨끗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은 부처님 마음일세”라는 게송이 있습니다. 부처님 전에 돈이나 재물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고 독경과 예경, 참선으로도 공양을 올릴 수 있지만 미소와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최상의 공양, 최상의 향, 최상의 꽃, 최상의 등불이라 생각해도 좋을 것입니다. 미소를 올릴 때는 돈도 안 들어가고 힘도 안 들어가고 시간도 안 들어가잖아요. 부처님은 언제나 평화롭게 미소 짓는 분이시니 부처님의 제자인 우리들도 부처님처럼 미소 짓는다면 부처님과 같은 깨달음을 얻었다 말할 수 있는 거겠지요. 행복해서 미소 지을 수도 있지만 미소 지으면서 행복해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미소 짓는 그 마음이 행복을 불러오는 마음입니다. 오늘은 틱낫한 스님의 책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에 삶에 대한 여덟 가지 깨달음이 있어 여러분께 소개하니 한 번씩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첫째,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흙, 공기, 물, 불 등 세상의 모든 것은 공허하며 동시에 고통의 씨앗을 품고 있습니다. 또한 인간은 색, 수, 상, 행, 식 다섯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이 다섯 가지는 혼자서는 절대 존재할 수 없으며 언제나 변화합니다. 어떤 것도 우월하지 않으며 모두 그 실체가 없습니다. 마음은 모든 혼란의 근원이며 몸은 모든 불순한 행동의 숲과 같습니다. 만일 이러한 사실들을 조용히 생각할 수 있다면 우리는 점차 삶과 죽음의 수레바퀴인 윤회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아직 공부를 하며 이루지도 못했는데 이제 노인이 되었으니 국민연금도 타라고 하고 경로우대증도 주겠다고 하고 일선에서 물러나라고도 합니다. 이는 죽음을 바라보고 무상을 절감하며 수행에 집중하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므로 괜찮습니다. 저는 지난해 사랑하는 동생을 먼저 보냈고 정말 정진 잘하던 사제도 먼저 보냈습니다. 이는 무상을 가슴속에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수행을 이루지 못했는데 이미 늙어버렸구나, 앉으면 졸음만 쏟아지고 누우면 게으름에 빠지고 또 온갖 망상이 들끓는데 큰일 났다’ 싶습니다. 늙은 몸은 수행하기 어렵고 이리저리 고장 난 차는 운행하기 어렵다는 절박한 생각을 하며 살아갑니다. 또 내가 부처님 법에 좀 더 진지하게 다가가야만 그래도 나중에 염라대왕을 만났을 때 한번 겨뤄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둘째, 욕망이 커질수록 고통 또한 커집니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모든 괴로움은 탐욕과 갈망에서 비롯됩니다. 소박한 소망과 포부를 가진 사람만이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탐욕과 갈망이 불러온 혼란에서 그들의 몸과 마음이 벗어날 수 있는 까닭입니다. 부처님 말씀을 다섯 글자로 줄이면 ‘팔만대장경’이죠. 이를 번역하면 ‘욕심 버려라’입니다. 이를 버리면 그때부터 편안해집니다. 채우려고 하면 고통은 한없이 커집니다.

셋째, 인간의 마음이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소유하기를 원하며 만족할 줄을 모릅니다. 

인간의 소유에 대한 욕망은 불순한 행동들을 점점 늘어나게 합니다. 하지만 많은 수행을 거듭한 현자들은 소유에 대한 욕망이 적어야 몸과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해 자신과 타인을 깨우쳐 모두를 고통으로부터 자유롭게 합니다. 그들은 계속 정진해나가기 위해 평화로움 속에서 단순한 삶을 영위합니다. 그리고 깨달음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을 유일한 목표로 삼습니다.

넷째, 수행이나 삶의 가장 큰 방해물은 게으름입니다. 

저는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도적이 게으름이라고 여겨집니다. 게으름은 욕심, 욕망보다 더 무섭고 무기력을 낳고,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기 싫게 만듭니다.

다섯째, 어리석음으로 말미암아 생과 사의 수레바퀴가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수행하는 이들은 언제나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고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이해와 설득의 힘을 키울 수 있으며, 그 힘으로 살아 숨 쉬는 존재들에게 가르침을 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극한 기쁨의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무가 끊임없이 자라듯 우리도 끊임없이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고 익혀 계율과 선정과 지혜를 익혀야 합니다.

여섯째, 부족함이 증오와 화를 낳고, 이것이 부정적인 생각과 행동의 악순환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관대함을 수행할 때, 수행을 거듭한 이들은 모든 사람을 같은 마음으로 대합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비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도 미워하지 않습니다.

일곱째, 부유함, 아름다움, 야망, 식도락, 안락함을 추구하는 욕망이 결국 더한 어려움을 야기합니다. 

세상 속에서 살아가더라도 우리는 속세의 일에 휩쓸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한 예로 수도승은 세 벌의 옷과 하나의 그릇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오직 수행을 위해 지극히 단순한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리한다면 속세의 모든 것에 집착하지 않으며 모든 이를 연민의 마음으로 동등하게 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덟째, 생과 사의 열기가 너무나도 맹렬할 때 모든 곳에서 끝없는 고통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을 돕기 위해, 모든 사람과 함께 고통을 나누기 위해, 그리고 살아 숨 쉬는 모든 존재들을 지극한 기쁨의 대상으로 이끌기 위해 이곳에 왔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저는 수행의 길을 걸어오면서 많이 방황했습니다. 그러다 강원을 마치고 ‘미란다왕문경(彌蘭陀王問經)’이라는 경전을 접해 여러 번 읽으며 부처님 교리를 설명하고 깨달을 힘을 얻었습니다. 이후 이런저런 소임을 보다 또 방황했는데 1995년 틱낫한 스님이 방한하셔서 법문하실 때 참여하고 또 법문 테이프를 수백 번 들으며 새로운 삶의 길을 찾았습니다. 이렇듯 살면서 많은 선지식과 만남이 수행의 길에서 미끄러지지 않을 수 있는 힘이었습니다. 인연을 짓고 그 인연을 이어가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공부가 수행을 향상하고 발전케 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나이가 들며 저는 기도하는 기쁨과 명상하는 즐거움으로 일용할 양식을 삼으려 노력합니다. 게으름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하지만 부처님께 예경하기를 싫어하지 않고 부처님 가르침 따르기를 즐겨하며 스님들과 함께 공부하고, 제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돕는 것이 제가 태어나 해야 할 중요한 일로 여기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재가안거는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출가자도 안거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재가자들이 안거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입니까. 안거(安居)는 무엇입니까. 글자 그대로 가장 평온하고 평안하게 살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가장 평안하고 평화롭게 살아간다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함께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 어머니 품에 안겨있을 때 가장 평화롭고 행복했었지요. 그것처럼 안거를 한다는 말은 부처님 품에 안겨 생활한다는 뜻입니다. 부처님께 예경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익히면서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수행 공동체와 함께한다는 것입니다. 90일 중 하루만이라도 정진한다면 분명 다음 안거에는 사흘, 나흘, 열흘, 스무 날 정진할 수 있고 나아가 스님보다도 정진을 더 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염원이 커지면 분명 다음 생에는 출가해 훌륭한 선지식이 되어 불법을 살려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쪽으로 가지가 많이 뻗어서 동쪽으로 기울어진 나무가 갑자기 쓰러진다면 어디로 쓰러질까요? 동쪽으로 쓰러지겠지요. 그렇듯 우리가 언제나 불법승을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갑자기 죽는다고 하더라도 부처님께로 가겠지요. 언제나 부처님 품안에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런 안거를 해제로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점검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좋을 것입니다.

꽃 한 송이를 든 의미를 깊게 생각하시고, (스님 다시 꽃을 들고) 지금 많이 웃으시네요, 다 웃으시네요. (좌중 웃음) 다 부처님 정법을 이어받을 분들입니다. 여러분들이 언제나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리고 저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사람도 가장 먼저 극락세계에 가서 최상의 행복을 누리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조계종부산연합회와 재가안거를 이끌어가는 스님들께 심심한 격려를 표하고 여러분 모두가 부처님의 품에서 언제나 행복한 형제자매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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