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이다. 허나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을 품은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몸에서 흙 냄새, 바다 냄새가 빠질 틈이 없는 일상이 남해 사람들의 삶이다. 그럼에도 남해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바쁜 삶의 틈에서 여유와 운치를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남해에 있는 절들의 사명(寺名)에서 그 운치가 있다고 본다. 화방사(花芳寺)가 그러하고, 망운암(望雲庵), 운대암(雲坮庵)도 그렇다. 억척스러운 삶 속에서도 그들만의 상상력으로 지어낸 사명(寺名)에서 남해인들의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운대암은 남해의 가장 초입, 창선에 자리 잡고 있다. 창선으로 바로 진입한다면 운대암을 가장 쉽고 빠르게 만나는 길이고, 반대로 고현면 쪽에서 진입한다면 남해의 풍경을 한번에 돌아볼 수 있다.

 

운대암의 역사를 살펴보면 고려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처음에는 망경암으로 불리다가 조선시대에 운대암으로 사명을 바꾸었다고 한다. 원래 망경암으로 불릴 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높은 위치에 절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다. 역사는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재 남아 있는 사료나 짐작이 가능한 문화재는 오래된 부도 한 기뿐이다.

운대암은 해안도로에서 한참을 올라간다. 대방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으며, 푸근한 산맥이 암자를 곱게 두르고 있는 형상이다. 게다가 넓은 호수를 품고 있으니, 얼핏 보면 첩첩산중에 바다를 품고 있는 모습이다. 호수 쪽을 바라보고 있는 천왕문은 호수를 내다보는 창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잔잔하고 평화롭다.

무량수전을 중심으로 양쪽에 수심료, 정심료가 위치해 있다. 정심(定心), 수심(修心), 마음을 갈고 닦아 흔들림 없는 평화로운 상태로 유지한다는 것, 수행이다. 평화롭고 잔잔한 호수를 끼고 있는 운대암에 가장 적절한 가람 배치가 아닐까 싶다.

운대암에는 현재 세 점의 탱화가 문화재자료로 지정돼 있다. 제석신중탱, 지장시왕탱, 아미타후불탱이 바로 그것이다. 그중 제석신중탱과 아미타후불탱은 화기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같은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측된다. 지장시왕탱은 조선시대 고종 대에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15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햇살 좋은 날 운대암은 호수 위에 비친 구름이 에워싼 적멸도량이 그야말로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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