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가 재적 스님들을 위해 마련한 기초수행지원금 제도가 승가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내고 있어 주목된다.

선찰대본산 금정총림 범어사 조계문.
선찰대본산 금정총림 범어사 조계문.

올해 1월부터 금정총림 범어사에서는 기초수행지원금 제도를 신설하며, 100만원 이하의 월보시를 받는 본사 재적스님들을 대상으로 매월 정기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이 지원금은 범어사 수사찰에 책정된 특별분담금에서 지급되고 있으며, 한 달에 약 4000여 만원을 부담하고 있다. 

범어사 측은 “소정의 금액이지만 승가복지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 과정으로써 재적 스님들이 본사에 대한 소속감을 갖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원금 재정의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제도가 본격적으로 정착되면서 기초수행지원금 제도에 대한 사부대중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4월 13일 범어사 주지실에서 기초수행지원금 후원금 전달식이 진행됐다. 이번 전달에는 조계종 명예원로의원 불국당 정관대종사 문도회와 마하다도회가 각각 3800여 만원, 800만원 씩 기초수행지원금으로 희사했다. 특히 불국당 정관대종사 문도회에서는 스님의 49재 막재를 범어사에서 회향하면서 문도 대표인 범산 스님을 비롯하여 여러 문도 스님들이 정관 대종사의 포교 전법정신을 선양하는 의미에서 희사를 결정했다. 또한 마하다도회는 지난 3월 범어사에서 봉행된 제43회 단일계단 구족계 수계산림 중 스님들을 모시는 의전을 맡으며 행사진행에 소요된 경비 일체를 범어사에 다시 전달했다.

기초수행지원금을 후원하는 불국당 정관대종사 문도회(우)와 마하다도회(좌)
기초수행지원금을 후원하는 불국당 정관대종사 문도회(우)와 마하다도회(좌)

 

이날 문도 대표 범산 스님을 대신해 참석한 법열 스님(범어사 승가대학 강사)은 “큰스님께서 입적하시고 난 뒤 문도 스님들께서 불교복지의 초석을 다지셨던 어른 스님의 뜻을 받들어 복지기금으로 회향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후원의 계기를 전했다.

또 마하다도회 백영선 회장은 “구족계 행사를 마치고 사중에서 경비 일체를 보전해주신다고 하셨으나 회원들 모두가 ‘불자들이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자 복전(福田)을 일구는 수행’이라 여겨 고사의 뜻을 전했다.”며 “대신 더욱 의미있는 데 회향하기로 마음을 모으고 스님들의 복지에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기초수행지원금 후원에 동참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날 전달된 후원금 4500여 만원은 기초수행지원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범어사 측은 월 20만원의 기초수행지원금은 수사찰 특별분담금으로 운영되며, 후원금은 일정금액 적립 되면 추가지원금의 형태로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범어사 주지 보운 스님은 “승가복지의 궁극적인 목적은 스님들이 오직 수행에만 전념하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되도록 많은 스님들이 혜택을 보실 수 있도록 본사 입장에서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히 범어사는 최근 ‘복지국’을 신설해 기초수행지원금 제도를 기본으로 한 승가복지 활성화에 진력하고 있다.

기초수행지원금 제도 실시 4개월 만에 사부대중의 후원이 이어지며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 이날 전달식이 이어진 후 대정스님 문도회에서도 1000만원의 후원금을 범어사측에 별도로 전달하며, 동참 분위기에 힘을 실었다.

한편 범어사의 기초수행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기본 자격은 조계종 비구, 비구니계를 수지한 범어사 재적 스님 중 다음 각 목의 자격을 갖추고 소정의 양식에 따라 신청한 스님을 대상으로 한다. △결계 및 포살에 관한 종단 법령에 결격 사유가 없는 스님 △사찰(공찰, 사설, 포교소, 산내 암자)의 주지(대표, 감원)가 아닌 스님 △사찰, 종단, 기관 및 시설 소임자로 월 보시 100만 원 이하인 스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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