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총림 범어사 1344주년 개산대재가 28일 봉행됐다.
금정총림 범어사 1344주년 개산대재가 28일 봉행됐다.

금정총림 범어사가 개산 1344주년을 맞아 개산조 의상대사의 창건이념을 기리는 법석을 마련했다.

금정총림 범어사(주지 보운 스님)는 28일 경내 대웅전 앞마당에서 ‘제1344주년 금정총림 범어사 개산대재 법요식’을 봉행하고 범어사가 이어온 역사를 후대에 온전히 이어나갈 것을 다짐했다.

이날 법요식은 금정총림 범어사 방장 지유 스님, 주지 보운 스님을 비롯한 사중 스님들과 박수관 범어사 신도회장, 송숙희 부산시 여성특별보좌관, 안성민 부산시의회의장, 백종헌 국회의원, 이영경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총장 등 많은 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마하다도회의 육법공양을 시작으로 명종5타, 삼귀의, 반야심경, 헌향 및 헌다, 헌화 및 내빈소개, 범어사 연혁 및 조사스님 행장소개, 봉행사, 인사말, 축사, 청법게, 법어, 축가, 사홍서원 등의 순서로 이어졌다.

금정총림 범어사 방장 지유 스님이 의상대사 영전에 헌향을 하고 있다.
금정총림 범어사 방장 지유 스님이 의상대사 영전에 헌향을 하고 있다.
법어를 설하는 금정총림 방장 지유 스님
법어를 설하는 금정총림 방장 지유 스님

금정총림 방장 지유 스님은 법어에서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이라, 하나의 티끌 속에 헤아릴 수 없는 시방세계를 머금고 있고, 헤아릴 수 없는 그 시간이 바로 일념”이라며 “의상대사께서는 신라 때 당나라에서 화엄경을 배우고 화엄경의 요지를 터득해 우리나라로 돌아오신 뒤 화엄십찰을 창건하셨다”고 설했다. 이어 “누군가가 화엄경의 요지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우리 중생이 일상생활 속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 온갖 생각과 욕심을 일으키는 이 마음이 바로 부처님의 깨달음이고 지혜”라며 “우리들의 마음인 중생심이 바로 불심이다”고 강조했다. 

주지 보운 스님이 의상대사 영전에 헌다를 하고 있다.
주지 보운 스님이 의상대사 영전에 헌다를 하고 있다.
범어사 주지 보운 스님
범어사 주지 보운 스님

범어사 주지 보운 스님은 “범어사는 신라시대 의상대사께서 화엄의 가르침을 통해 중생의 불성을 일깨우고자 한 도량이자 동시대에 원효대사를 비롯한 여러 큰스님들이 선불장으로 삼으셨던 곳”이라며 “과거의 역사와 가치들이 사라져가는 현 시대 속에서 범어사는 올곧게 과거의 역사와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개산대재는 의상대사의 창건이념을 새기고 범어사가 이어온 유구한 역사를 다시금 후대에 온전히 전승해나갈 것을 다짐하는 자리”라며 “범어사 사부대중 모두는 다음 시대를 이어갈 정신을 계승하고자 힘쓸 것”이라고 봉행사를 전했다. 

의상대사 영전에 헌화를 하는 박수관 신도회장
의상대사 영전에 헌화를 하는 박수관 신도회장
박수관 범어사 신도회장
박수관 범어사 신도회장

박수관 신도회장은 “의상대사께서 우주 만물은 어느 하나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없고 인연에 따라 존재함으로 하나가 없으면 일체도 있을 수 없고 모든 개체는 평등과 조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큰 가르침을 주셨다”며 “개산 1344주년을 맞이한 오늘 청정도량 범어사에서 부처님께 합장하여 기도 올릴 수 있는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법요식이 끝난 후 오후에는 경내 일대에서 각종 전시와 음악회 등으로 구성된 ‘개산대재 문화 한마당’이 펼쳐지며 가을 산사에서의 축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범어사 성보박물관 기증전 개막식
범어사 성보박물관 기증전 개막식
박물관장 환응 스님의 설명과 함께 전시관을 라운딩 하는 승·재가내빈
박물관장 환응 스님의 설명과 함께 전시관을 라운딩 하는 승·재가내빈
해옹(海翁) 선생이 초의선사에게 쓴 편지글, 지유 스님 기증
해옹(海翁) 선생이 초의선사에게 쓴 편지글, 지유 스님 기증

오후 1시 30분에는 범어사 성보박물관에서 개관 후 첫 번째 기증전시인 ‘소중한 인연: 서화전’이 개막했다. 성보박물관은 지난 5년간 신축개관을 준비하며 기증받은 글과 그림을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개했으며, 전시관에는 방장 지유 스님이 기증한 ‘위창 오세창 필 범어사’와 해옹(海翁) 선생이 초의선사에게 쓴 편지글 등 ‘사경(寫經)’, ‘선(禪)’, ‘호국(護國)’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이 전시됐다. 

민화 전시
민화 전시

오후 2시부터는 선문화교육관 대강당에서 범어사 신행단체들이 모인 가운데 자선 신도음악회가 개최돼 신도들의 흥겨움을 더했으며, 이밖에도 경내 보제루와 일주문 사이에는 금정불교대학 민화반 회원들의 민화작품전이 전시돼 시민과 불자들에게 불교문화의 가치를 전했다. 

의상대사는 625년 진골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으며, 644년 황복사에 출가해 당나라 양주에서 유학했다. 중국 화엄종 2대 조사인 지엄 스님 문하에서 화엄학을 8년 동안 수학했으며, 7언 30구 210자로 화엄사상의 핵심을 도인으로 나타낸 화엄일승법계도를 제작했다. 이후 678년 왕명에 따라 범어사를 창건했으며, 화엄대교를 전하기 위해 화엄십찰을 창건했다. 702년 78세로 입적했으며 고려 숙종으로부터 해동화엄시조원교국사라는 시호를 받았다. 

의상대사가 창건한 범어사는 임진왜란 당시 서산대사가 범어사를 사령부로 삼아 승병활동을 펼쳤으며, 일제강점기에는 범어사 학림의거라는 3.1 독립만세 운동을 전개했다. 또 서울과 동래, 김해 일대에 포교당을 세워 불교진흥운동과 근대교육운동에도 앞장섰다. 2012년에는 금정총림으로 지정돼 지유 스님을 초대 방장으로 추대했으며, 2020년에는 범어사 소장 <삼국유사> 권제4~5가 국보로 승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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