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대광명전 후불벽 기둥 상부 주두에서 발견된 채기(彩器)
통도사 대광명전 후불벽 기둥 상부 주두에서 발견된 채기(彩器)

영축총림 통도사 대광명전에서 18세기 중반 단청 채색을 위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채기(彩器)가 발견됐다.

통도사(주지 현문 스님) 성보박물관(관장 송천 스님)은 9일 경내 종무소 및 대광명전에서 ‘통도사 대광명전 채기 발견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채기는 지난 7월 대광명전 단청기록화조사사업을 시행하던 중 대광명전 후불벽 고주기둥 상부 주두 위에 얹혀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직경 15cm, 높이 7.5cm, 굽 직경 5.5cm의 조선 후기 백자분청사발에 속하며 막사발의 전현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통도사 성보박물관장 송천 스님은 “발견 당시 그릇 안쪽에 쌓인 먼지의 상태와 담겨있던 안료의 상태 등을 고려해볼 때 1759년 시행된 단청 공사 당시 단청화승이 사용하던 중 잊어버리고 놓아둔 채기일 가능성이 높다”며 “채기와 채기에 남아있는 안료를 통해 중수 당시 단청에 사용된 안료와 조색방법, 물감의 사용방법 등을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가의 채색재료인 단청용 안료를 어디에 담아 사용했는지 그동안 추정으로밖에 알 수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릇의 온전한 형태를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단청용 채기의 발견은 1974년 경주 월지에서 통일신라시대 단청용 그릇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발견된 사례가 없었으며, 그릇의 상태가 완형으로 양호하고 시대편년도 단청시공 시기인 1759년이라는 절대연도를 가지고 있어 양산지역의 도자사 연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본능 도화원 대표
구본능 도화원 대표

채기를 최초로 발견한 구본능 도화원 대표는 “단청 작업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며 진행되는데 처음에 사용하기 좋은 위치에 채기를 두었다가 채색 후 깜빡하고 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 단청 화가의 실수로 추정되는 일이 26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엣 단청작업 당시의 환경과 재료 등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통도사 대광명전은 통도사 중로전의 중심전각으로 현재 보물로 지정돼 있다. 『통도사약지(通度寺略誌)』에 의하면 창건당시부터 있었던 건축물로 기록돼 있으며, 현재 건물은 『통도사지(通度寺誌)』에 기록된 「기묘년개금탱화단확사시주기(己卯年改金幁畵丹臒事施主記)」에 전내의 후불탱화와 단청, 본존불의 개금이 1759년에 조성한 것으로 기록돼 1759년 직전에 중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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