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문은 2월 10일 원오사에서 봉행된 ‘임인년 정초기도 특별 법석 -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 초청 법회’에서 현문 스님이 설한 법문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

오늘은 임인년 음력으로 새해가 지나가고, 양력으로 하면 한 달이 훌쩍 지나간 날입니다. 여기 모인 불자 여러분들도 모두 새해에 발원을 하셨지요? 저 스스로도 정월 초하룻날이 되면 ‘올해는 뭔가를 해야겠다’고 발원을 합니다. 그 발원이 일 년 내내 간다면 못 고칠 허물이 없겠지만, 한 3일이 지나면 다 잊어먹지요. 그래서 요즘 후배들에게 항상 하는 소리가 있습니다. “지금 바로 이 순간 열심히 외우고 행하라.”

여러분, 인생은 다 무상한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무상한 것을 보고 진짜인 줄 알고, 무상함에 빠져서 속고 살곤 합니다. 다섯 가지 즐거움이 있어요. 첫째는 재물입니다. 둘째는 색, 셋째는 먹는 것, 넷째는 이름을 내는 것, 자존심. 그리고 다섯째는 편히 쉬는 것입니다. 이 다섯 가지 즐거움에 치우치다 보면 인생은 어느새 훌쩍 끝나버립니다. 얼마 전에 부유한 것으로 굉장히 유명했던 분이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건강하던 사람이 죽은 거예요. 저는 그걸 보면서 우리가 진정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오욕락에 빠져서 무상한 것을 보고 내 것으로 착각하고. 헛것에 빠져 속고 사는 것을 멈추고 육바라밀을 행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중 ‘보시’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그런데 보시를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합니다. 복을 짓는 보시도 있고 복을 까먹는 보시도 있습니다. 나쁜 곳에 보시하면 죄를 같이 짓는 것입니다. 좋은 곳에 보시하면 한량없는 복덕을 짓는 것입니다. 또한 상대방에게 좋은 말을 해서 그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것도 보시입니다. 남을 이롭게 하는 행위가 보시입니다.

또한 오욕락 중 명예욕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명예욕을 버린다는 건 참 쉽지 않습니다. 재물을 어느 정도 모으면 만족할 줄 알아야하고, 단식을 해보면 적당히 배부른 것에 만족을 할 줄 알아 절제와 인내가 됩니다. 하지만 살아보면서 가장 힘든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니, 명예욕입니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생활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재산이나 먹을 것이나 색이나 쉬는 것은 죽으면 끝이 납니다. 그러나 명예는 죽고 나서도 비석을 세웁니다. 그래서 내 명예와 자존심을 내려놓는 것만큼 힘든 게 없는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오욕락 중 꼭 필요한 건 해야지요. 그러나 그 외엔 비워야 합니다. 적당히 가지고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이 중요한 겁니다. 우리가 아무리 많이 가져도 만족을 느끼지 못하면 가진 게 아닙니다. 저는 요즘 잠에 들 때, ‘내일 아침에 일어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버릴 건 버리고, 더 많이 베풀어야겠다고 의식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입니다. 마음 씀씀이를 잘 써야 그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지, 아무리 많이 가지고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해도 마음 씀씀이가 시원찮고 남에게 짜증을 내고 해하면 그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 아닙니다. 여기 모인 모든 불자님들은 인성과 균형감각을 두루 갖추는 공부를 하셔야 합니다.

절집에 와서도 그냥 절만한다고 해서 부처님이 복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복을 짓는 것은 보시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자기 자신이 불교를 알아야 합니다. 어떤 것이 불교인지, 부처님의 말씀이 무엇인지 알고 주위에 알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올 한 해, 오욕락에 빠지지 마시고 육바라밀을 생각하며 보시를 실천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조그만 것이라도 마음을 담아 보시하는 것은 굉장한 공덕일 것입니다. 또한 올 한 해는 불자님들이 한마음으로 코로나라는 역병이 하루속히 소멸될 수 있도록 기도하시길 바랍니다. 큰 원을 세우는 이런 기도만큼 좋은 복덕이 없을 것이며, 이런 마음으로 올 한 해를 보내신다면 좋은 일이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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