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당’. 불상을 모신 모든 곳은 법당이다. 불상은 법法을 상징하니, 법을 모신 곳은 모두가 법당이 된다. 사찰을 취재하다 보면 수많은 법당을 만나게 된다. 화려하고 웅장한 곳이 있는가 하면, 비를 겨우 피하는 공간에 부처님을 모신 곳도 있다. 하지만 외형이 어떻든 간에 법을 모신 곳이라면 그 어디든 예경의 공간이 되며, 신성의 상징이 된다. 육군 39사단 하동5대대에도 귀한 법이 모셔져 있다. 쌍계총림 방장이신 고산 대종사님이 친필로 쓰신 ‘육화정사六和精舍’의 이름을 가진 곳, 바로 군법당이다. 겉보기엔 작은 가건물이지만 내부는 공들여 장엄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2014년, 쌍계사 본말사 스님들이 힘을 모아 법당을 중수하고 개금불사를 한 덕에 깨끗하고 정갈한 내부를 갖추었다. 수미단 좌우에는 병사들의 이름을 붙인 인등도 소박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이곳 육화정사에서는 매주 일요일마다 법회가 열린다. 쌍계사 재무국장 소임을 맡고 있는 선현 스님이 법회를 주관하고 있다. 오전 10시가 되자 10여 명의 병사들이 법당으로 모여들었다. 스님의 집전하에 예불이 시작되었다. ‘예불문 p4 / 이산선사 발원문 p107’ 화이트보드에 적힌 숫자들의 뜻이 드러났다. 초심자가 대부분인 병사들을 위해 법요집 쪽수를 그대로 옮겨 적어 둔 것이다. 페이지를 넘겨 가며 따라 읽는병사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해 보였다.

스님의 집전에 따라 유독 바쁘게 움직이는 병사가 눈에 띄었다. 지난 해 10월 입대한 엄재훈 일병이다. “법당이 편하고 스님의 말씀이 좋아서 불교를 선택했다”는 엄 일병은 사수를 따라 군종병의 책무를 맡게 되었다. 일요일마다 법회를 돕고 법당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일이 엄 일병의 주요 임무다.

각을 잡고 앉은 병사들에게 스님은 편안한 주제로 법문을 이어갔다. “내 것이 아닌데도 내 것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결국 나를 지치고 힘들게 한다.”며 “우리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만 잘 관찰해도 수행이 되고, 이러한 선수행을 자주 하다 보면 저절로 몸의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법문의 골자였다. 젊은 불자들을 위해 쉽고 간단한 법문을 설했다. 바로 이어 스님이 법문에서 언급한 ‘수행’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앉아서 호흡의 들이쉼과 내쉼을 느끼는 간단한 명상법을 체험했다. 어깨엔 잔뜩 힘이 들어갔지만, 스님의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 하나 둘 마음을 내려놓는 방법을 연습해 가는 모습이었다.

사홍서원을 끝으로 법회는 끝났다. 다음은 둥글게 모여 앉아 부처님의 일대기에 관한 동영상을 시청했다. 스님이 직접 구입한 최신식 앰프와 동영상 상영을 위한 스크린 장비가 제대로 된 용도를 찾았다. 지난 열달 간 병사들을 위해, 그리고 포교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한 스님이 선택한 선물인 셈이다.

병사들에게 왜 법당에 오는지 물었다. “어머니가 불자시거든요.”, “편안하니까요.”, “그냥 절이 좋아서요.” 누군가의 강요나 책무에 의해 법당에 왔다는 병사의 답변은 찾을 수 없었다. 병사들은 대부분 자발적으로 마음을 내어 그들의 신심에 따라 법당을 찾고 있었다.

법당은 상징적 의미다. 군법당을 찾는 병사들에게 깊은 신심과 예경의 장소가 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허나 그에 미치지 못한다 할지라도 법사 스님이 일러 주는 법에 따라 전역 후에도 법을 모실 줄 아는 신심을 가진다면, 이보다 더 앞선 포교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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