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총림 통도사는 18일 서운암에서 대형 불화 조성을 위한 한지 제작 과정을 공개했다.
영축총림 통도사는 18일 서운암에서 대형 불화 조성을 위한 한지 제작 과정을 공개했다.
제작된 한지를 틀에서 떼어내고 있는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성파 스님과 주지 현문 스님을 비롯한 대중 스님들
제작된 한지를 틀에서 떼어내고 있는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성파 스님과 주지 현문 스님을 비롯한 대중 스님들

영축총림 통도사가 우리나라 전통 한지에 대형 불화를 조성하는 불사를 진행한다.

통도사는 지난 18일 서운암에서 대형 불화 조성을 위해 영축총림 방장 성파 스님이 직접 제작한 한지와 그 제작 과정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한지의 크기는 가로 3m, 세로 24m이며, 불화는 한지 4장을 이어붙인 가로 12m, 세로 24m 규모에 그려질 계획이다.

닥종이를 틀에 고르게 펴고 있는 방장 성파 스님
닥종이를 틀에 고르게 펴고 있는 방장 성파 스님

영축총림 방장 성파 스님이 직접 한지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약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파 스님이 1983년 세종문화회관에서 금니사경전을 열었을 당시 스님은 고려시대 사경에 쓰이던 감지(紺紙, 검은빛이 도는 짙은 남색으로 물들인 종이)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직접 고려 감지 재현에 나섰다.

“감지를 만들려면 종이에 쪽물을 들여야 하는데 당시 유명한 서지학자, 고고학자에게 물어봐다 아무도 감지 만드는 법을 몰랐다. 그래서 직접 종이를 사다가 쪽물을 들이려고 했는데 아무리 좋은 종이를 사서 물을 들여도 처지는 현상이 나타나더라. 그래서 직접 고려 장지를 만들고자 마음먹고 전국 수소문 끝에 찾은 종이 전문가 조용이 장인을 섭외해 서운암에서 3년간 종이를 만들었다. 전통 종이 뜨는 법을 충분히 익히고 종이를 만들어서 쪽물을 들이니 하루 종일 담가놔도 종이가 안쳐졌다.”

한지 제작에 동참하는 스님들
한지 제작에 동참하는 스님들
제작된 한지를 운반하기 위해 말고 있다.
제작된 한지를 운반하기 위해 말고 있다.

성파 스님은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대형 한지도 직접 제작하게 됐다. 스님은 닥섬유와 닥풀, 물을 적당한 비율로 배합해 대형 틀에 평평하게 붓고 물만 아래로 빠지게 한 후 건조시켜 종이를 뜨는 방법을 사용했다. 건조 작업만 해도 일주일이 넘게 걸리며 이러한 과정을 5번 반복해야 하나의 종이가 완성된다.

옛날에 제작한 일반적인 괘불이나 탱화는 한지 크기가 작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앞면을 견(비단)으로, 뒷면에 한지를 배접해 조성했으나, 이번 통도사에서 제작하는 불화는 대형 한지를 앞면으로, 뒷면에 견을 배접해 제작된다. 방장 성파 스님을 총 도감으로 불사위원회를 조성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총 32종의 한국 불화를 연구해 새로운 초안을 구성, 옻칠 바탕에 옻 물감으로 세계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불화를 조성할 계획이다.

성파 스님은 “우리나라 불교미술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전통 미술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미술에서 외면당하고 있다”며 “고려 불화는 서양 회화 비해 역사적으로나 미적으로나 결코 밀리지 않으며 이러한 사실을 우리나라 국민들조차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불화가 조성되면 이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불교 미술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주지 현문 스님은 “가로 12m, 세로 24m에 달하는 한지에 옻 물감으로 괘불을 조성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며 “고려시대 몽고의 침입을 막기 위해 온 백성이 팔만대장경을 조성한 것처럼 그러한 원력과 온 국민들의 정성이 모여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통도사는 앞으로 진행될 일정에 대해서는 추후 불사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한 후 결정할 예정이며, 대형 불화가 완성되면 별도의 전시실을 통해 불자들에게 상시 공개함으로써 불교미술의 우수성을 대중들과 함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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