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새롭게 창단한 혜원어린이합창단
올해 4월 새롭게 창단한 혜원어린이합창단

봄비가 내려 풍년이 든다고 전해지는 절기 곡우, 4월 19일 혜원정사에서는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가운데 기분 좋은 빗소리 사이로 천진불의 맑은 노랫소리가 도량을 가득 채웠다.

이날은 지난주 새롭게 창단하며 활동을 시작한 혜원어린이합창단의 첫 번째 정기연습이 있는 날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절에 모인 15명의 어린 합창단원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오후 2시 30분, 본격적인 합창 연습에 앞서 아이들은 선생님을 따라 의식을 봉행한 후 대표 어린이의 음성에 따라 발원문을 낭독하고 어린이 오계를 가슴에 새겼다.

“혜원정사에 오는 저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열심히 배워 큰 지혜를 가지고 행동하여 마음이 행복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리하여 나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에게 행복을 나누어 주는 자비로운 어린이가 되겠습니다. 오늘 혜원정사에 모인 저희 모두 한마음이 되어 합장하여 발원하오니 저희 마음 속 간절히 소망하는 일 모두모두 들어주시고 따스한 손길과 눈빛으로 저희를 이끌어 주옵소서.”

지휘자 선생님이 도착하고 본격적인 합창 연습이 시작됐다. 각자의 이름이 적힌 노란색 파일에 악보 5장이 새롭게 채워졌다. 시끌시끌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빴던 아이들도 지휘자 선생님의 목소리와 손짓에 금세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첫 날인만큼 기본적으로 알아야할 의식가인 삼귀의와 보현행원, 사홍서원을 제일 먼저 연습했다. 처음 악보를 받아들고는 “저는 악보가 제일 싫어요!”라고 장난스럽게 소리치던 아이도 지휘자 선생님의 피아노 반주가 시작되자 두 눈을 반짝이며 악보에 적힌 가사를 한 자 한 자 반주에 맞춰 읽어나갔다.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겠노라는 ‘삼귀의’, 보현보살의 행원(行願)이 담긴 ‘보현행원’, 네 가지 큰 서원 ‘사홍서원’이 천진불의 청량한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왔다. 합창은 처음이라 목소리에 어색함과 긴장이 묻어 나오기도 했지만 그로 인해 더욱 환희로운 하모니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의식가와 동요까지 한 시간가량의 합창 연습이 끝나고 아이들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보다는 아쉬운 마음이 가득 묻어 나왔다. 김도경(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는 “노래를 배우는 것은 처음인데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매주 합창 연습에 오는 것이 기대된다.”고 말했으며, 차승현(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는 “합창은 처음이지만 친구들과 같이 하니까 공감 되는 부분도 많고 노래 부르는 것이 재미있다.”고 첫 연습의 소감을 전했다.

혜원정사 주지 원허 스님
혜원정사 주지 원허 스님

혜원정사 주지 원허 스님은 앞서 창단식에서 “일요일마다 사찰에서 만나 친구들과 노래하는 이 순간이 아이들에게는 휴식 시간이자 쉼터가 될 것”이라며 “이러한 경험은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저 역시도 아이들이 바른길로 자라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합창단 각자의 개성이 모여 빚은 화음이 혜원정사에 울려 퍼진다. 천진난만한 미소를 머금고 새로운 출발선에 함께 선 혜원어린이합창단이 앞으로 우리에게 아름다운 목소리로 들려줄 부처님의 법음이 더욱 기대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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