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청불사에 열중한 황련사 주지 정산 스님
단청불사에 열중한 황련사 주지 정산 스님

“하나씩, 하나씩 해 나가다보면 어느 순간 그림 하나가 완성이 되더라고. 급하고 조급한 마음으로 하면 안 되는 거야. 보기에는 무지하게 복잡한데 사실은 이게 한 사람이 하나씩 욕심내지 않고, 빼먹지 않고 그려 나가다보면 우리가 원하는 신심나는 금단청이 그려지는 거지.”

부산 황련사 주차장에 도착하자 단청 불사에 열중하고 계신 주지 정산 스님을 만나볼 수 있었다.

불사가 한창인 황련사에서 정산 스님은 승복 대신 편안한 작업복을 택했다. 황련사 불사는 2018년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던 8월부터 시작됐다. 스님이 직접 붓을 들고 단청불사를 시작한 것은 작년 12월 5일이다.

“맨 처음에는 긋기단청만 하려고 준비를 했었는데, 화공이 스님께서 직접 단청 불사를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는 거야. 그래서 그게 될까 하면서 시작하게 됐지. 처음에는 단순히 긋기단청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금단청으로 바뀌었어. 맨 처음 시작할 때는 연꽃잎 하나 그리는데 하루씩 걸렸는데 지금은 뭐 10분, 20분도 안 걸려.”

긋기단청은 바탕칠 후 간단한 문양을 넣는 양식으로 화려하지 않고 매우 검소한 단청이다. 반면 금단청(錦丹靑)은 최고 등급의 장엄한 양식으로 비단무늬처럼 기하학적인 문양이 화려한 색채로 장식된 단청을 말한다. 금단청의 ‘금’을 쇠금(金)으로 착각해 금을 바른 단청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금단청의 금은 비단금(錦)을 사용한다.

정산 스님은 처음 화공의 말에 붓을 들고 금단청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편하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정성들여 만다라의 세계를 그려나간다. 청색 안료를 든 스님은 “서로 장단, 양청, 홍단 등 본인이 맡은 색을 쭉 칠하면서 나아가다 보면 서로 조화가 이뤄진다”며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한 그림이 완성되고 그 조화가 진짜 금단청이 된다”고 설명했다.

스님의 작업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진다. 처음에는 스님 혼자 시작한 일이었지만, 차츰 스님을 돕기 위한 손들이 모여 6명의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 절에 계신 스님, 행자, 사무장님, 처사님, 종무소 직원 모두 단청 칠 자체를 처음해 보는 것이다. 그저 ‘스님이 시작하니까 우리도 같이하자’는, 일손을 덜어주고자 하는 고마운 마음들이 모여 시작된 일이다. 

황련사의 시민선방이자 강의실, 설법전 등 다목적관으로 운영되는 2층은 벌써 천장 단청을 모두 마쳤다. 예쁘게 칠해진 단청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색이 곱게 나온 것은 한 번의 칠로 얻은 것이 아니라 똑같은 색을 최소 3번 이상씩 칠해 나온 것이다. 한 번 칠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칠하고, 또 칠하고, 그렇게 반복해서 작업한 결과 반듯하고 선명한 단청이 만들어졌다.

스님은 “단청을 칠하고 우리가 잠시 10분, 20분 쉴 때도 천장을 보면서 색깔 얘기를 했다”며 “분홍색, 흰색은 정말 색이 안 나와서 최소 3번 이상씩 칠을 해야 뚜렷한 색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 하고나니 원래 있던 것처럼 보인다”고 웃으며 말하는 스님의 얼굴에서는 뿌듯함이 보였다.

“이걸 쭉 그리면서 부처님의 화장세계, 부처님의 세계를 그리는 것이 큰 공부가 돼. 내가 원래 성격이 좀 급하잖아.(웃음) 급한데 단청을 그리면서 천천히, 한 박자 쉬자는 것을 배웠어. 너무 좋아. 성취감이 있어.”

황련사를 설명하고 계신 정산 스님
황련사를 설명하는 계신 정산 스님

사실 단청뿐만 아니라 황련사 곳곳에 스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벽과 바닥의 타일부터 시작해 외벽 인조석, 옥상 난간대까지 곳곳에 스님의 정성이 묻어있다. 그래서 승복 대신 작업복을 입고 계신 스님의 모습이 더욱 편해 보인 것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지금 우리가 사회적으로 얘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당혹스럽고 힘들어하고 어려워하고 있는데, 이것 또한 국민들의 의지와 불자들의 마음으로 금방 극복되고 퇴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힘들고 어렵더라도 조금 참고 서로 협동하면 충분히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당부하며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한편, 2019년 1월 이후부터 스님과 대중의 손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황련사의 단청불사는 올해 초파일 회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법당불사 회향일은 아직 미정이다. 

황련사 옥상에서 바라본 풍경
황련사 옥상에서 바라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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