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진행된 ‘영유아 유기예방 및 행복권보장을 위한 간담회’에서 의견을 말하는 국민행복실천운동본부 상임대표 정각 스님

국민행복실천운동본부 상임대표 정각 스님은 행복드림센터의 운영 6개월을 맞아 지난 10월 28일 ‘영유아 유기예방 및 행복권보장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오늘(6일) 인간방생에 대한 특별 기고문을 발표했다.

본부는 지난 4월 29일 홍법사(주지 심산 스님)에 영유아 유기 예방 시설 ‘행복드림센터’를 개소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으며, 지난달 28일 6개월간의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성과 보고 및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영유아 유기예방 및 행복권보장을 위한 간담회’
영유아 유기예방 및 행복권보장을 위한 간담회

간담회에서 하승범 국민행복실천운동본부 사무처장은 행복드림센터의 운영 취지와 베이비박스 해외사례, 주사랑교회 사례 등의 발표를 통해 “홍법사 행복드림센터를 운영하는 6개월 동안 많은 미혼모들의 상담 및 출산 직후 도움을 청하는 사례가 이어져왔다”며 “사례들이 다양한 만큼 각 기관들이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할 때 영유아 예방을 위한 합리적인 방법이 나올 것”이라고 말하며 관계 기관들의 소통과 협력을 강조했다.

또한, 상임대표 정각 스님은 “영유아 유기와 관련된 문제를 통해 소중한 생명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되고 방생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필요성이 있다”며 “인간방생을 통해 소중한 생명의 생명권, 인권, 행복권이 보장될 수 있는 불교계의 행동과 실천이 필요한 때”라고 영유아 유기 예방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특별 기고문을 발표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국민행복실천운동본부 상임대표 정각 스님, 공동대표 심산 스님, 이사 보우 스님, 김진영 공동대표, 하승범 사무처장을 비롯해 최수영 부산시 사회통합과장, 최석민 부산지방경찰청 아동청소년과 팀장, 이유선 변호사, 김종민 부산 참여연대 공동대표, 양미숙 사무처장, 박영미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정각 스님 기고문 전문.

진정한 인간방생의 길

2019년 6월 13일 경북구미의 한 원룸에서 탯줄이 달린 신생아가 쓰레기더미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2019년 7월 11일에는 밀양 농가 쓰레기 더미 속에서 온몸에 벌레와 모기 물린 자국이 가득한 상태로 신생아가 발견되었습니다. 2018년 부산에서는 영아시신 2구가 원룸 냉장고에서 발견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만약 경북구미에서 경남 밀양에서 그리고 부산에서 아기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졌다면 우리는 어떻게 했어야 할까요? 대부분의 불자들은 어떠한 일보다 먼저 생명을 살리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답할 것입니다. 

한해 부모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버려지는 소중한 생명은 평균적으로 200명이 넘습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현실에서 아기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어떠한 논의를 하고 있고 구체적인 행동을 하고 있나요? 

사회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할 때 마다 안타까움과 비난의 여론을 조성하지만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과 실천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또 우리는 소중한 생명이 지켜지지 못한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그나마 다른 종교기관에서는 아기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사람의 생명과 인권의 소중함에 대한 철학과 가르침이 불교가 여타종교에 비해 부족한가요? 불교계의 뜻과 행동이 세상에 태어난 그리고 태어날 아기의 생명과 행복에 미쳐야 할 때입니다.
 
지금 우리가 어떠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내일 혹은 모레 또 안타까운 소식을 들을 지도 모릅니다. 방생은 생명을 살리며 공덕을 쌓고자 하는 불교 고유의 정신이자 문화입니다. 

최근의 방생문화는 포획되거나 구호된 동물을 풀어주는 것에서 이들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자리이타형 방생으로 발전해나가고 있습니다. 채식 방생, 식물방생, 생태방생 등이 이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포괄적 차원의 환경문제로 접근하기 보다는 생명을 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해야 하며, 생명을 살리는 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인간방생은 방생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자 하는 많은 불자들이 공감하는 뜻입니다. 인간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진정한 방생이며, 인간의 인권과 행복권을 보장해 주는 과정이 방생이 나아가야할 방향입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6조에는 모든 아동이 고유의 생명권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며, 가능한 최대한도로 아동의 생존과 발달을 보장해야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아기의 생명을 살리는 문제는 단순히 아기의 생명보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아기가 성장하고 발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불교가 가야할 인간방생의 길은 부모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아기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또한 좋은 인연을 통해 아이들의 인권과 행복권이 보장 될 수 있는 제2의 인생의 기회를 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제 인생의 대부분의 여정은 국민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었습니다. 52년간 교도소와 구치소에서 교정 교화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마지막사형수의 사형집행과정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습니다. 부산인권센터, 무료법률사무소, 자비의 전화 등 인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한사람 한사람의 인권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지금은 이모든 과정과 노력이 결국은 국민을 행복하게하기 위한 길이라는 것을 깨닫고 구체적인 노력과 실천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모든 노력과 행동의 근간은 불교의 인간방생의 실천이라고 자신합니다. 

현실 세계에는 도움을 바라는 안타까운 생명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특히 부모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아기들은 사회전체가 관심을 가지고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어떤 아기는 태어나는 것 자체로 축복과 사랑을 받지만, 어떤 아기는 태어나는 것이 절망과 고통의 씨앗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을 단순히 아기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면 될 까요? 그리고 이모든 과정의 책임은 아기를 잉태한 부모에게만 있을까요? 불교계는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까요?

2019년 9월 경북 의성에서 걸려온 전화입니다. 방금 홀로 화장실에서 힘겹게 새 생명의 탯줄을 자른 어머님의 전화였습니다. 임신한 기간 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홀로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던 어머니는 직접 운전해 아기와 함께 홍법사 행복드림센터로 찾아오겠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아기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과 어머니의 심리적 안정이라고 판단하였고 경북의성 근처로 직접 어머니를 만나로 갔습니다. 결과적으로 아기가 안전하게 병원에서 보호 받고 어머니가 출생 신고를 통해 제도권 내에서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렸습니다. 

아기의 생명을 살리는 문제는 책임과, 권한, 권역보다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사회는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은 다른 듯 보였습니다. 아기가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시설의 부족, 출생신고를 통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는데 필요한 까다로운 행정절차, 이 문제를 바라보는 행정기관의 입장 등 부딪히고 해결해야 되는 문제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한 노력과 행동을 직접 하지 않으면 문제의 정확한 본질을 알 수 없으며,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과의 인연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인생의 선물이었습니다. 새로운 생명이 온전하게 생명의 존귀함 자체로 인정받고 부처님과 인연이 닿을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하는 것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을까요? 

많은 새로운 생명이 아무런 선택의 기회조차 없이 세상의 냉혹한 현실에서 우리가 행동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2019년 10월 20일은 대한민국 불교의 뜻이 모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우리의 뜻이 인간방생의 참된 정신으로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고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져야 할 때입니다.

세상의 삼라만상이 곧 한사람의 생명의 불꽃임을 되새기며 이글을 갈음합니다.

국민행복실천운동본부 상임대표 정각 두 손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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