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지난 6일부터 상설전시관 2층 불교회화실의 전시품을 교체해 새롭게 선보였다.

박물관은 불교회화실의 ‘주제가 있는 전시’를 통해 가르침이 오가는 설법의 자리에 함께 했던 부처와 신중(神衆)의 이야기, 깨달음에 정진했던 수행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깨달음을 향한 여정’이란 주제로 불교회화와 조각, 사경(寫經) 등을 선보인다.

'극락에서 설법하는 아미타불', 조선, 19~20세기
'극락에서 설법하는 아미타불', 조선, 19~20세기
'법화경 변상도'(사경), 고려, 1385년
'법화경 변상도'(사경), 고려, 1385년

먼저, ‘극락에서 설법하는 아미타불’에서는 깨달음을 전하는 자리, 아미타불의 귀한 가르침을 듣기 위해 사천왕을 비롯해 제자, 보살, 천자(天子)와 그들이 이끄는 무리가 모여 있다. 꽃을 든 부처의 모습은 ‘공주 마곡사 괘불’처럼 연꽃을 들어 가르침을 전했다고 하는 석가모니불한테 주로 나타나기 때문에 꽃을 든 아미타불은 보기 드문 독특한 도상이다.

이와 함께 석가모니불의 설법에 담겨 있는 심오한 교리와 가르침을 정성스레 옮겨 적고, 그 내용을 그림으로 요약해 표현한 고려시대 ‘법화경 변상도’도 함께 전시된다. 변상도에서는 석가모니불의 설법 모습뿐만 아니라 여성의 성불(成佛)에 대한 내용도 확인할 수 있다.

'불법을 수호하는 수호신들', 조선, 1750년
'불법을 수호하는 수호신들', 조선, 1750년

1750년(영조 26)에 그려진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들’은 불교의 두 번째 하늘인 도리천을 관장하는 제석천과 호법신인 천룡팔부중을 보여준다. 수만의 청중이 모였던 설법 공간에는 인도의 고대 신에서 비롯된 여러 신들도 함께 있다. 이들은 본래 인도의 신이었지만 불교에 수용돼 부처의 가르침, 즉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 됐다.

'십육나한', 보암당 긍법과 계웅, 조선, 19세기 후반
'십육나한', 보암당 긍법과 계웅, 조선, 19세기 후반

십육나한의 모습도 볼 수 있다. 19세기 후반 보암당(普庵堂) 긍법(肯法)이 그린 ‘십육나한’은 나무와 바위, 폭포로 이뤄진 산수를 배경으로 앉아 있는 나한들과 그들을 따르는 무리를 나타냈다. 이 십육나한의 나한 도상은 남양주 불암사 ‘십육나한도’(1897년, 고종 34, 광무 1)처럼 긍법이 그린 다른 그림에서도 확인된다.

이밖에도 △중생 구원을 위해 또 다른 깨달음의 길을 걷는 보살을 그린 ‘지옥의 중생을 구원하는 지장보살과 시왕’ △중국에 선종의 가르침을 전한 ‘달마대사 진영’ △인도 승려로서 원나라를 거쳐 고려에 가르침을 전한 ‘지공화상指空和尙 진영’ △지공의 선법(禪法)을 이어받은 ‘무학대사 진영’ 등 관련된 21점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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