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은 서산대사가 오랫동안 수행처로 삼은 곳이다. 특히 원통암에서 출가해 의신마을 일대에서 20여 년간 정진하였으니, 지리산 전체를 당신의 토굴로 삼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산대사 옛길이라 명명한 이 길은 신흥과 의신을 잇는 옛길이다. 지리산에 사람이 살아온 이래로, 그러니까 역사를 짐작할 수 없는 아주 오래된 옛길이다. 특히 의신은 지리산 중에서도 가장 첩첩산중에 속하는 동네다. 이곳에 오기 위해서는 신흥에서 산길을 따라 최소 두 시간은 걸어야 했다. 과거에 호랑이가 지리산을 호령하던 때에는 해가 지면 이 길을 걷지 않았고, 혼자서는 걷지 않았으며, 모두가 함께 가더라도 꽹과리를 치며 시끄럽게 해야만 안전하게 지날 수 있었다고 한다.

지리산하를 수행처로 삼았던 대사에게 이 길은 세상과 소통하느 유일한 통로였을 것이다. 그러니, 우연히 짚은 바위가 대사의 몸을 의지했던 과거의 인연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거리는 짧지 않지만, 길은 평탄하다. 안전을 위해 일부는 데크가 설치되어 있지만, 오랜 시간 사람의 걸음으로 다져졌기에 ‘옛길’의 정서가 그대로 남아 있다. 길 옆으로는 계곡이 흐른다. 조용히 흐르는 계곡 물 소리는 길손의 정겨운 벗이 되어 준다.

길에서는 상념이 오간다. 대사도 그러했을 것이고, 비할 바 안 되지만 나의 작은 고민조차 마찬가지다. 다만 대사의 길 끝에는 상념이 끊어졌고, 나의 길 끝은 여전히 물음표다. 길 끝에서 길을 물으며, 서산대사의 흔적을 다시 더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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