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흥천사 비로자나불 삼신괘불도. (사진=문화재청)
서울 흥천사 비로자나불 삼신괘불도.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이 지난 29일 '서울 흥천사 비로자나불 삼신괘불도'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서울 흥천사 비로자나불 삼신괘불도’는 1832년(순조 32년)에 수화승 화담신선을 비롯해 총 17명의 스님이 조성한 왕실 발원 불화다. 화담신선은 1790년 용주사 불화를 주도했던 상겸, 민관, 연흥 등 서울경기 지역 화원들의 화풍을 계승한 인물로, 19세기 ‘경성화파’를 대표한 화승이다.

이 괘불도는 1832년 순조와 왕비, 효명세자의 부인과 빈궁, 세손(후에 헌종)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제작한 것으로, 순조의 장인인 김조순을 비롯해 정조의 딸 숙선옹주와 부마, 순조의 딸 명온공주, 복온공주, 덕온공주와 부마 등 왕실 인사와 상궁 등이 대거 참여해 조성했다.

흥천사 괘불도의 가장 큰 특징은 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부처의 제자들인 가섭·아난존자, 사자와 코끼리를 탄 문수·보현동자가 결합한 구성과 함께 ‘부처-제자-동자(문수·보현)’ 도상을 상·중·하단으로 배치한 구도는 19세기 후반∼20세기 초 서울·경기지역의 괘불도에 큰 영향을 끼쳐 비로자나 삼신불 도상의 경향을 알려주고 있다.

문화재청은 "온화하고 기품 있는 존상의 표현, 정확하고 견고한 필치와 선명하고 밝은 채색, 그리고 섬세한 문양 등이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격조 있는 화풍을 유지하고 있어 예술적 가치도 인정된다"며 "복장물 그리고 괘불함까지 갖추고 있고 화기(畵記)에 대한 기록도 남아있어 완전성이 뛰어나므로 보물로 지정해 보존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보물 지정 이유에 대해 밝혔다.

이와 함께 문화재청은 불상 ‘강릉 보현사 목조문수보살좌상’과 ‘울산 신흥사 석조아미타여래좌상’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강릉 보현사 목조문수보살좌상. (사진=문화재청)
강릉 보현사 목조문수보살좌상. (사진=문화재청)

'강릉 보현사 목조문수보살좌상’은 평창 상원사 문수동자상(국보)과 함께 중수한 조선 초 왕실발원 불상으로, 17세기 대표 조각승 석준, 원오 스님이 1599년 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갸름한 얼굴에 또렷하고 이국적인 인상을 풍기는 불상은 풍만하게 표현된 목과 가슴, 가늘고 긴 손, 몸 전체를 감싸며 흘러내린 가사 등 자연스러운 기법이 특징이다.

문화재청은 "얼굴 모습, 신체 비례, 세부적인 표현에서 고려 후기∼조선 초기의 조형적인 특성을 갖추고 있어 현존작이 많지 않은 이 시기 불상 연구에 크게 이바지할 작품으로 평가된다"며 "조선 초 왕실발원이라는 배경과 이국적이면서도 화려한 조각 수준, 17세기 대표적 조각승 석준과 원오의 중수 작품이라는 점 등 한국불교조각사에 뚜렷한 위상을 갖추고 있어 보물로 지정해 연구하고 보존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울산 신흥사 석조아미타여래좌상. (사진=문화재청)
울산 신흥사 석조아미타여래좌상. (사진=문화재청)

‘울산 신흥사 석조아미타여래좌상’은 1649년 불석의 산지였던 어천(현재 포항 오천읍)에서 돌을 채석해 조성하고 배를 이용해 신흥사까지 옮겨와 만든 불상으로, 17세기 전반기 전국에 걸쳐 활동한 조각승 영색이 수조각승이 되어 양주 회암사 불상 다음으로 두 번째로 제작한 불상이다.

문화재청은 "1649년이라는 명확한 제작 시기, 영색이라는 수조각승, 아미타불상이라는 존명 등을 통해 17세기 중엽 경 불상 조성의 기준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료의 산지(山地)와 이운 과정을 발원문을 통해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 예술적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부파, 대승불교의 논서를 각각 주석한 ‘초조본 아비달마대비바사론 권175’과 ‘대승기신론소 권하’도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초조본 아비달마대비바사론 권175. (사진=문화재청)
초조본 아비달마대비바사론 권175. (사진=문화재청)

‘초조본 아비달마대비바사론 권175’(서울 중랑구 법장사 소장)는 11세기에 완성된 고려 초조대장경에 속한 경전으로, 총 200권 중 권175의 1권에 해당하는 두루마리 경전이다. 문화재청은 "국내에서 발견된 권175의 유일본으로서 희소가치가 있으며, 초조대장경판 조성 불사의 성격과 경전의 유통상황 등을 파악하고 경판을 복원할 수 있는 원천자료로서의 역사‧문화적인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대승기신론소 권하. (사진=문화재청)
대승기신론소 권하. (사진=문화재청)

대구 용문사에 있는 ‘대승기신론소 권하’는 당나라 승려 법장이 저술한 ‘대승기신론소’를 저본(底本)으로 삼아 1461년 간경도감이 만든 목판으로 찍은 책이다.

조선시대에 출판된 대승기신론소는 1434년 제작한 금속활자인 갑인자로 1457년에 만든 책과 1528년, 1572년에 간행된 목판본 등만 있어 용문사 소장본이 유일한 1461년 목판본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조선시대 ‘대승기신론’ 주석 내용과 간행 양상을 살필 중요한 자료이자 지금까지 알려진 유일본으로서 불교학, 서지학적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강진 무위사 감역교지. (사진=문화재청)
강진 무위사 감역교지. (사진=문화재청)

아울러 ‘강진 무위사 감역교지’도 이날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강진 무위사 감역교지'는 조선 세조가 1457년 음력 8월 10일에 강진 무위사의 잡역을 면제하도록 명령한 공식 문서다. 세조는 불교 관련 조목을 제정하고 그해 7~8월 주요 사찰에 잡역을 면제, 축소하는 내용의 교지를 내렸다. 

당시 ‘예천 용문사 감역교지’ ‘능성 쌍봉사 감역교지’ ‘천안 광덕사 감역교지’가 함께 발급됐는데, 3건은 앞서 보물로 지정됐다. 강진 무위사 감역교지는 세조 서명(어압)과 ‘시명지보'(施命之寶)’의 어보가 명확히 남아 있어 조선 전기 문서 양식과 조선 경제사, 불교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인정됐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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