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보셨나요? ‘영도할매방아깨비사업단’

부산 영도구 청학동에 위치한 ‘부산영도시니어클럽 행복작업장’에서 앞치마를 차려입은 어르신들이 분주하게 참기름과 볶음깨를 만든다. 작은 방앗간에서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넘쳐난다. 이곳은 ‘영도할매방아깨비사업단’에서 운영하는 방앗간이다. 2011년 7월부터 사회복지법인 혜원에서 위탁 운영하는 부산영도시니어클럽과 함께 시작한 이 사업은 지금 부산영도시니어클럽의 간판이 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방앗간에서 만들어지는 참기름. 가격은 한병에 8,500원(340ml 기준)이다.

4년 연속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우수사업 지정

이 사업은 시작한지 이듬해인 2012년,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우수사업’으로 지정됐다. 그리고 그 후로 한 해도 빠짐없이 4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켰다. 이렇게 연속적으로 우수 사업으로 선정된 사업단은 부산에서 영도할매방아깨비사업단이 유일하다. 그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영도할매방아깨비사업단의 참기름과 볶음깨는 모두 어르신들이 수작업으로 직접 생산하여 유통한다. 브랜드 참기름과 비교했을 때 향과 고소함도 월등하다. 그래서인지 영도할매 방앗간에는 언제나 그 품질을 믿고 찾아오는 고정 고객들이 많다. 한번 구매한 고객들은 꾸준히 구매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생산량이 늘어 지난 4월 말 청학동으로 작업장을 확장이전 했다.

여덟 명의 어르신들이 오전, 오후로 나누어서 운영하고 있는 아담한 작업장이지만 이제는 명절이 되면 하루 생산량이 400병을 넘을 만큼 인기가 좋다. 그래서 영도할매방아깨비사업단의 매출은 사업이 시작 된지 2년차부터 꾸준히 상승하여 현재 연 1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어르신들에게 제공되는 좋은 조건 덕분이었다. 노인일자리 사업 중 공익활동 급여가 22만원인 것에 비해 영도할매방아깨비사업단 어르신들의 월 평균 급여는 35만원(시급 7,000원 기준)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생산량이 많은 시기에는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12개월 단위로 지속적인 재계약이 가능하며, 한번 시작한 어르신은 만족도가 높아 계속 일을 하기 때문에 참여인원 유지율도 높다.

현재 영도할매방아깨비 사업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태엽(78세) 어르신.

노인문제 해결의 작은 표본이 되다

이렇게 잠시라도 노인 분들께 집안이 아닌 사회에서 설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드리는 것, 그리고 적지만 자신이 일한만큼 경제적 대가를 지불해 드리는 것은 그들의 삶에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했다. “놀러만 다니다가 일을 하니까 너무 좋죠. 예전에 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다녔을 때도 보람을 느끼긴 했지만, 이 일은 조금 다른 의미의 보람이 느껴져요. 용돈으로 쓸 수 있는 수입도 들어오니까 예전과는 다르게 내가 직업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고 그래요.” 영도할매방아깨비사업단 근무 5년차인 정태엽(78세) 어르신은 부산영도시니어클럽을 통해 이런 일을 알게 되어 뿌듯하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때로는 작은 일이 삶의 큰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영도할매방아깨비사업단이 그렇다. 수많은 복지사업 중 영도할매방아깨비사업단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 지속가능성에 있다. 어르신들이 직접 참기름과 볶음깨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고, 자신의 몫을 가져 갈 수 있도록 기술을 가르쳐서 장기적인 경제적 주체성과 사회적 입지를 제공한 것이다. 복지사가 어르신을 방문하거나 경제적인 부분을 제공했던 기존의 수동적인 복지에서 벗어나 어르신들 스스로가 능동적인 복지의 주체가 된 셈이다.

김정현 실장(왼쪽)과 방앗간 어르신들.

“생산품목 확대 통해 더욱 안정된 사업을 다지는 것이 최종 목표”

영도할매방아깨비사업단의 차후 목표는 생산 기계를 늘려 품목을 다양화 하는 것이다. 현재 참기름과 볶음깨만 생산하는 중이지만, 들기름까지 생산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부산영도시니어클럽 김정현 실장은 생산품목이 많아지면 노인일자리 참여자 확대와 함께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급여 또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 확대를 통해 더욱 안정된 노인복지사업을 다지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덧붙였다.

부산영도시니어클럽은 앞으로도 다양한 일자리를 개발하여 노인들에게 사회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 할 전망이다. 노인들의 ‘아름다운 노후를 위한 희망역’이 되고 싶은 그들의 여정을 응원한다.

 

■ 연재기획 [노인복지 현장을 가다]에서는 불교복지 현장을 직접 방문해 노인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가는 여러 사업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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