眼無見色離憎愛(안무견색이증애)요
耳不聽聲絶是非(이불청성절시비)라
憎愛是非都放下(증애시비도방하)하고
自觀自佛自歸依(자관자불자귀의)하라.
눈으로 보지 않으면 사랑하고 미워함을 여의게 되고
귀로 듣지 않으면 옳고 그름을 끊을 수 있네
사랑하고 미워하고 옳고 그름을 모두 내려놓고
스스로 부처를 보고 스스로 부처에 귀의할지니라.
총림대중이 하안거 결제를 하고 여름 석 달을 용맹스럽게 정진하는 이유는 증애와 시비의 물결을 잠재우고 각자에게 본래 구족한 지혜덕상을 체득해서 대장부로서의 삶을 살게 하기 위함입니다.
모두에게 부처님과 조금도 다르지 않는 지혜덕상이 구족되어있으나 증애와 시비가 보물창고를 가려서 거지같은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때로 잡기 어려운 도적을 잡을 때 돌장승을 매질하여 잡기도 하듯이, 내 마음에 일어나는 일체번뇌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참선, 운력, 염불, 주력 등 모두가 원리만 알면 수행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 중에서도 화두를 참구하며 수행하는 법은 무시이래로 일으켜온 증애와 시비를 비롯한 모든 번뇌를 제거하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화두를 참구하는 수행자에게는 대의심·대분심·대신심이 필요합니다. 대의심이 없으면 참구가 되지 않고 대분심이 아니면 무명을 이길 수가 없으며 대신심이 없으면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가 없습니다. 이 화두를 가지고 결정코 성불하겠다는 신심이 충만할 때 대분심과 대의심도 강하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
우주선이 대기권을 벗어날 때 많은 힘을 필요로 하듯 수행자가 무명의 구름을 흩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성성하게 집중하는 일을 필요로 합니다. 안거기간 동안 산문출입을 삼가고 번잡한 일을 줄이며 각자가 선택한 수행방편으로 힘써 정진하다보면 출렁이는 물결은 잔잔해지고 하늘의 달은 분명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일그러지지 않은 달을 분명히 보아야 일체 인연에 주저 없이 다가갈 수 있고, 모든 일이 수행이 되고 교화가 될 수 있습니다. 하늘의 달이 일천강 위에 비추이듯 일체 근기에 응해서 큰일을 성취할 수 있게 됩니다.
此見聞非見聞(차견문비견문)이니
無餘聲色可呈君(무여성색가정군)이로다
箇中若了全無事(개중약요전무사)하면
體用無放分不分(체용무방분불분)이로다.
이처럼 보고 듣는 것은 보고 듣는 것이 아니니
모든 소리와 모습이 모두 드러나게 된다.
그 가운데 아무 일 없는 줄 알면
본체와 용이 나뉘건 나뉘지 않건 방해되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