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2일) 부산 혜원정사에서 2년 간 모은 불사금을 절에 회향한 불자들을 대상으로 마정수기 법회가 봉행됐다.

‘마정수기’, 모든 업장을 수계 받는 찰나에 소멸하여 부처가 되는 인연을 짓는 의식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때보다 법당에 놓인 좌복과 그 위에 장궤합장하고 선 불자들의 모습이 엄숙하다. 부산 연산동에 위치한 도심 사찰 혜원정사(주지 원허스님)에서는 어제(22일) 오전 지극한 신심으로 모인 불자 80여 명이 부처가 되는 귀한 인연을 맺었다.

장궤합장하고 수계 의식에 동참한 불자들.

오랜 세월 신행생활을 이어온 노보살부터 젊은 불자 가족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한마음으로 모였다. 이들의 인연은 2년 전 ‘청정 도량 수호’에 대한 원력을 세우고 지어졌다. 2년 간 십시일반으로 모인 불사금을 절에 회향한 이들에게 주지스님은 ‘성불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마정수기 의식을 행했다.

주지 원허스님은 법문에서 "수계 인연을 통해 선업을 쌓고 중생을 제도하는 불자가 될 것"을 당부했다.

주지 원허스님은 불연을 이어 받는 참된 의미는 “악업은 멀리하고 선업을 깊이 쌓아서 중생을 제도하는 불자가 되는 것”이라며 “성불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선지식으로서 또 다른 수계 인연을 만들어 나가도록 공덕을 짓는 것이 진정한 불제자로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끊임없이 자신의 업을 밝혀가는 수행 또한 게을리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마정수기 의식.

수계 의식 순에서 스님은 법상에서 내려와 불자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쳤다. 수계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한 번 더 강조하는 순간이었다. 그간의 업을 참회하는 불자들의 머리 위로 흩뿌려진 꽃비가 법회를 장엄했다.

불교는 세상만사가 인연으로 생겨나고 인연으로 소멸하는 ‘인연법’을 근본적인 세계관으로 본다. 이날 수계 의식에 동참한 불자들은 ‘수계 인연’을 맺기까지 흘러온 시간을 돌이켜보며 그 사이에는 오직 지극한 ‘신심’이 전부였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처가 되는 인연을 신심으로 이은 불자들은 또 다음 인연을 만들어나가는 데 각기 수행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장궤합장하고 있는 불자들 뒤로 참회의 꽃비가 내려앉았다.

혜원정사는 다가오는 음력 4월 초하루 법회에서 30년 이상 신행생활을 해온 노보살들에게 선혜품계를 수여한다. 선지식으로서 초심자들이 이들의 수행을 본받을 수 있도록 신심을 고취하는 법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부처가 되는 인연은 특정 의식을 통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발심한 그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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