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길상사(주지 혜수스님) 불자들이 봉축을 맞아 2천인분의 공양물을 지역사회에 회향했다.

한 손으로 쉽게 잡을 수 있는 종이컵이다. 겉보기에는 작은 크기이지만 잎 하나하나를 손끝으로 비비고 붙여 온전한 연등으로 탈바꿈하기까지 깊은 정성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법이다. 그렇게 부지런히 연잎을 빚어 완성한 컵등의 개수만 2천여 개. 여기에 떡과 두유를 함께 포장하여 소박하지만 정성스러운 공양물을 마련했다. 쉬운 방법으로 가까운 동사무소나 복지관에 전달하여 나눔을 부탁할 수도 있지만, 배달까지 제 손으로 직접 해야 제대로 된 길상사 신도라 할 수 있단다. 단순히 전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받는 사람의 두 손에 직접 쥐어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함께 행하는 것이다. 그 행에는 ‘하심, 자비’가 필수 조건이다. 주지 스님은 평소에도 불자들에게 ‘보현행원’을 당부해온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개원 이후로 꾸준히 지역사회에 나눔을 실천해온 길상사의 행보만 보더라도 쉬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시계바늘이 오후 12시를 가리키니 스님이 마이크를 잡았다. 불자들을 바라보는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진중했으며 스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그들의 얼굴에도 저마다 굳은 결의가 비춰졌다. 무엇보다 그 사이에는 오랜 기간 보살행을 실천하며 두텁게 자리 잡은 스님과 신도들 간의 ‘믿음’이 있었다.

주지 혜수스님과 불자들.

경남 김해시 삼계동에 위치한 길상사(주지 혜수스님)는 작은 포교당이다. 2008년 삼계동 신도심 지역에서 포교당 문을 열어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지역사회에 자비행을 실천하고 있다. 주지 혜수스님이 신도들에게 강조하는 첫 번째의 가르침이 ‘보현행원’이라 길상사 불자라 하면 무엇보다 ‘베풂’에 있어서는 으뜸이라 자부한다고.

법당에 가득 들어찬 봉축 공양물.

올해도 어김없이 길상사의 신행단체인 성현덕회가 주축이 되어 2천인분의 공양물을 준비했다. 공양물은 주말동안 길상사 신도들이 직접 전달에 나선다. 올해는 인근의 종합병원, 요양병원 등 병원 10곳과 상가 4곳을 선정했다. 어제(21일) 오전부터 포장 작업에 나서 오늘과 내일 주말동안 봉축을 맞아 자비 나눔을 실천할 계획이다.

길상사 주지 혜수스님은 “매년 부처님 오신 뜻을 기리고자 ‘중생 구제’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부처님 제자로서 부처가 마음먹었던 대로 행동하는 것이 스님과 불자들의 삶”이라며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욱 행복하고, 부처의 사랑을 깊이 느끼게 되는 것이 진정한 공양의 의미일 것”이라고 말했다.

포교당이 문을 연 이래 올해 8회 째를 맞는 길상사의 봉축 나눔에는 장황한 목적이랄 게 없다. 부처님이 이 땅에 와 중생을 구제하고자 고행의 길을 걸으셨던 것처럼, 부처를 대신해 지역사회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들을 돌보는 일이 길상사의 스님과 불자들의 몫이다.

인근 요양병원의 환우들을 찾아 공양물을 전하며 마음을 나누는 모습.

이날 인근 병원에 공양물을 나누면서 다양한 풍경이 펼쳐졌다. 봉사자의 두 손을 함께 맞잡으며 고마움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종교를 가졌다며 거절하는 사람도 있었다. 고마워하는 이나 거절하는 이나 어느 한쪽이 틀린 것은 아니므로 불자들은 개의치 않는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언제든 누구에게나 그 가르침의 길은 열려있음을 널리 알리는 것이 올바른 포교의 방편이 아닐까. '사람을 귀히 여기는 절'이라는 길상사의 슬로건이 진정한 부처님 제자로서의 실천 수행길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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