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일을 일주일 앞두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스님을 만났다. 정확히는 스님을 만났다 라기 보다 스님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먼저 훔쳐봤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다. 오는 30일 출간을 앞둔 범수스님의 신간은 사람과 일에 치이며 내 몸 하나 간수하지 못할 때, 각박한 세상살이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의 어깨 위에 내려앉는 위로의 속삭임이다. 스님은 이 위로를 부처님의 말씀에서 찾았다. 내 마음을 바로 볼 수 있는 지혜를 일깨워주는 경전에 스님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불교를 잘 알지 못하는 초심자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교리 입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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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수 스님과 함께 읽는 부처님 말씀
  • 『사는 게 내 맘 같지 않을 때 힘이 되는 말』
  • 불교 경전과 논서 50종 인용
  • "부처님 말씀이 곧 지친 나를 바로 보는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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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총림 범어사 교무국장 소임을 맡고 있는 범수스님이 펴낸 신간 『사는 게 내 맘 같지 않을 때 힘이 되는 말』

'사는 게 내 맘 같지 않을 때 힘이 되는 말'이라. 몇 년 전 우리 사회에 대대적인 힐링 열풍이 불었을 때 출판시장에도 수많은 '힐링 서적'이 쏟아지며 독자들의 나약해진 마음을 어루만졌다. 당시에는 베스트셀러를 기록할 정도로 획기적인 출현이었으나,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메시지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날이 갈수록 텍스트의 이면에 숨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가 대두되면서 힐링 신드롬도 한계를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다. 젊은 세대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의 불합리한 조건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엔, 청춘은 그 자체로 반짝 빛나기만 해도 모자라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2~30대의 청춘들이 뜬구름같이 잡히지 않는 힐링의 메시지를 기피하고 "아프면 환자일 뿐"이라는 일갈을 내뱉게 되었을까.

이러한 사회적 인식을 알고 나면 범수스님의 책 『사는 게 내 맘 같지 않을 때 힘이 되는 말』도 제목만 보았을 때 흔한 힐링 서적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책 속을 들여다보면 세상살이에 치이는 우리에게 무조건 "견뎌라"고 말하지 않는다. 2,600년간 여러 불교 경전과 논서를 통해 전해진 오랜 부처님의 말씀을 통해 일회용식의 위로가 아닌, 힘들고 지친 나 자신을 바로 들여다볼 수 있는 위로의 본질적인 목적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스님이 그간 불교신문 등 언론매체에서 연재한 글을 묶어 총 47편의 이야기를 수록했다. 

저자 범수스님.

책이 출간되면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이 책이 과연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간되었느냐"이다. 이 질문을 스님에게 가장 먼저 물었더니, 답은 이미 책 제목에 나와 있었다. '내 맘 같지 않을 때'는 한자어 '불여(不如, ~만 못하다)'의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이는 곧 우리 현실을 인식하고자 하는 함축적인 용어다. 스님은 "힘든 우리의 삶을 인식하는 것이 불법(佛法)"이라고 생각해 위로의 본질을 부처님의 말씀에서 찾았다고.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에서 인용한 불교 경전과 논서는 『법구경』과 『화엄경』 『대지도론』을 비롯해 50종에 달한다. 책의 구성에 대해서도 스님의 깊은 뜻이 묻어나 있다. "1장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에서는 불교적인 가치 정립만큼은 정확히 짚고 넘어가고자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 책의 목적은 부처님의 경전을 통해 근거에 입각한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입니다. '신해행증(信解行證)'이라 부처님의 말씀은 먼저 믿음에서 시작하며(信), 이해하고(解), 가르침을 행할 때(行), 비로소 나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다(證)는 뜻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이 곧 나 자신을 비추어보는 거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스님은 "불교 교리가 마냥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 내 마음을 바로 볼 수 있는 신행의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 책의 역할은 다 한 것"이라며 출간 취지를 설명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이어갔다. "자기 자신을 낮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책을 쓰는 내내 이 말을 기준점으로 삼고 편집을 진행했습니다. 불자이든 비불자이든 나 자신을 바로 보고 내 마음을 스스로 다독일 줄 아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법입니다. 많은 사람이 그 방법을 부처님의 말씀을 통해 깨우칠 수 있기 바랍니다."

사는 게 내 맘 같지 않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단한 권력이나 명예가 아닌, 지친 마음을 바로 보고 받아들이는 '여유의 시간'이다. 실은 특별할 것 없는 순간들이 우리를 살게 한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식사 시간, 혹은 흘러가는 오후의 볕을 쬐며 어떤 생각과 감정을 나누느냐에 따라 삶에 생명력이 더해지는 것이다. 생명을 지닌 것들은 그 자체로 많은 힘과 용기를 준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부터는 많은 일에 의연해질 수 있다. 부처님의 말씀이 2,600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것은 언제 어디서든 나 자신의 마음을 바로 볼 수 있게 이끄는 생명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더 고맙게 다가온다.

정식 출간을 앞두고 범수스님은 오는 3월 28일 출판기념회를 통해 독자들을 만난다. 28일 오후 2시 부산 금정문화회관 웨딩홀에서 출간 목적과 책에 실은 스님의 이야기를 더욱 자세히 풀어낸다. 236쪽. 담앤북스 2017년 3월 30일 출간.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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