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전 / 법정, 성철 지음 / 책읽는섬

 

“50년 만에 지면으로 만나는 두 스님의 설전雪戰”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선승이자 대중의 스승으로 기억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두 스님은 세속의 나이와 출가의 나이가 20년씩 차이가 날 정도여서 한자리에 있는 모습은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의 인연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지난 1967년 해인사 초대 방장으로 오른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이 열린 자리에 질문공세를 던진 법정 스님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이 백일법문 자리에서 두 스님이 주고받은 질문과 대답이 50년 만에 <설전雪戰>이라는 책을 통해 공개되었다.

 

“나를 찾아오지 말고 부처님을 찾아오라.”
법정과 성철, 두 거인이 떠나면서 우리에게 남긴 이야기는 총 세 갈래로 나뉘어 전해진다. 첫 번째 이야기, ‘자기를 바로 보라’에서 성철 스님은 당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누구든 삼천 배를 해야 만나 주었다고 한다. 스님은 당신을 찾아온 이들에게 이익을 못 주더라도 그 기회를 통해 도움이 될 만한 것으로 생각한 것이 바로 삼천 배라고 한다. 자발적으로 절을 함으로써 심중의 변화를 알고 자기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가르침이었다. 어떠한 이익을 줄 수 없어도 부처님을 따르게 해서 상대를 이롭게 하려는 스님의 깊은 속뜻이 숨겨져 있었다.

 

“죽을 때까지 공부하라.”
두 번째 이야기, ‘처처에 부처이고 처처가 법당이네’에서는 선문으로 향하는 바른 길이 나타나 있다. 지도자란 어떤 사람인지, 왜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하는지 등 법정 스님의 날카로운 질문에 성철 스님은 시원한 답을 해주신다. “밥을 먹는 사람이 되어야지 먹히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한다.

 

“네가 이미 부처임을 깨닫는 것, 그것이 성불이고 해탈이다.”
마지막 이야기, ‘네가 선 자리가 바로 부처님 계신 자리’에서는 깨달음의 본질에 대한 두 스님의 현문현답이 이어진다. 참의미는 말과 글에 갇히지 않는다며 법정 스님의 “사람이 정말 성불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자신이 이미 부처임을 아는 것, 그것이 성불이다.”라고 성철 스님은 대답한다.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지워지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 것. 고독하고 엄격한 수행 속에서 두 스님이 진정 구하고 실천하고자 했던 불도는 어느새 진리의 말씀이 되어 우리의 곁에 내려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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