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재일을 맞아 스님과 인연을 맺는 '유발상좌 수계의식'이 어제(13일) 연산동 혜원정사에서 봉행됐다. 이날 수계의식에는 다섯 명의 아이가 계첩과 불명을 받았다.

"사춘기 혹은 사회인에 접어들고 나면 친구와 부모와는 의논할 수 없는 문제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자발적으로 스님을 찾아가 인생의 조언을 구할 수 있도록 선연의 씨앗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스님과 맺은 인연이 훗날 인생의 올바른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유발상좌 수계의 근본 취지이자 참된 포교이지요."

부산지역의 도심 포교도량 혜원정사(주지 원허스님)가 어제(12일) 경내 대웅보전에서 유발상좌 수계의식을 봉행했다. 유발상좌란 삭발출가하지 않고 존경하는 스님의 제자가 되는 것으로 혜원정사에서는 매년 출가재일을 맞아 영 · 유아부터 대학생을 대상으로 수계의식을 봉행해 오고 있다.

혜원정사 주지 원허스님은 "단순히 수계의식에 그치지 않고 아이와 불교의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스님을 친견하고 소통의 시간을 가지도록 부모가 잘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수계사로 법상에 오른 혜원정사 주지 원허스님은 유발상좌의 뜻과 수계의식의 근본 취지를 전하며 아이들이 불제자로서 거듭나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스님은 "유발상좌 수계의식은 아이들에게 부모, 친구 이외의 인생의 멘토를 만들어 주기 위한 취지에서 비롯됐다. 아이들이 부처님의 법을 통해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스님을 친견하며 소통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부모가 잘 지도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계를 받은 두 살배기에게 스님께서 직접 단주를 끼워주는 모습.

수계의식에 참석한 한 가족은 어머니가 혜원정사 어린이 법회 출신으로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까지 불연을 맺으며 '불자 가족'의 대열에 합류했다. 박미주(연제구 연산동) 불자는 "오늘 수계의식에는 둘째 딸(박영은 · 2세)을 위해 할머니부터 아빠, 엄마, 언니까지 온 가족이 총출동했다. 첫째 딸(박영서 · 9세)이 혜원정사의 선재 어린이집에 다닐 때 수계를 받아 스님과 첫 인연을 맺었다. 늘 스님을 존경하고 따르는 모습이 기특해 둘째 딸도 스님의 제자로서 커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오늘 수계의식에 참석하게 됐다."고 전했다.

혜원정사의 유발상좌 수계의식은 16~17년 째 이어져 오고 있는 것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함과 동시에 지역 포교의 좋은 예로 손꼽히고 있다. 원허스님은 "어릴 때 수계를 받은 아이들이 성장한 후에는 온 가족이 다시 한 번 수계를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불교에 귀의하는 것이며 부처님의 제자로서 살아가는 의미를 정확히 깨닫는 것"이라며 "불연의 씨앗이 열매를 맺게 되기 까지는 주기적으로 스님과 소통하며 법음을 전해 듣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노력이 뒷받침된 후에는 자연히 불교가 온 가족의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 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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