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는 연습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는 58가지 정리법

마스노 슌묘 지음, 김지연 옮김 | 220쪽 | 담앤북스 | 2017년 2월 10일 출간 | 13,000원

 

봄맞이 대청소를 한다. 쓰기는 싫고 버리자니 아까운 물건은 왜 이리 많은지. 정리를 시작한 보람도 없이 꺼냈던 자리에 고스란히 돌려놓기도 하고, 큰맘 먹고 버려도 어쩐지 허전해 비슷한 물건을 또 사들이기도 한다. 애써 정리해도 달라지는 건 없고, 그저 돈과 시간을 들여 이 물건을 저 물건으로 바꾸고 있지는 않은가 회의가 든다.

일본의 고명한 스님이자 정원 디자이너로도 활발히 활동하는 저자 마스노 슌묘의 책 『비우는 연습』(담앤북스)이 제안하는 58가지 정리법은 독특하게도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 법을 알려준다. 돌아가지 말아야 할 인간의 원래 모습이란 무엇일까.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몸이 편한 쪽으로만 생활하게 되어버리는 무절제한 모습이다. 순간의 편의와 쾌락을 좇는 삶은 당장 닥친 일을 해결하는 데만 급급하며 불안하고 초조하게 사는 생활로 이어진다.

해야 할 일에 쫓기는 대신 지금 나에게 중요한 일에 몰입하며 자유롭고 즐겁게 살 수는 없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을 잘 정돈하고 자신의 생활을 잘 통제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진짜 정리해야 할 것은 물건이 아니라 마음임이 이 책의 핵심이다. 마스노 슌묘는 필요 없는 여분의 물건을 과감히 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속 욕심, 분노, 불안, 집착 등 부정적인 감정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마음‧몸‧공간‧생활을 모두 비우는 정리를 제안한다.

‘비우는 연습’을 할수록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는 진정한 정리를 통해  과잉에 휩쓸리지 않고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만을 확인하며 사는 삶, 빼면 뺄수록 풍요로워지는 행복한 역설을 경험할 수 있다.

 

 

책 속으로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안목을 길러야 합니다. (중략) 안목을 기르면 ‘이것은 대단히 훌륭한 것이다’라든지 ‘지금 나는 매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는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감각은 좋은 공간에서 좋은 것을 많이 봄으로써 키울 수 있습니다. (중략) 직접 체험해 보지 않으면 ‘기분이 좋다’라든지 ‘화려하지만 왠지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을 알 수 없습니다."(29쪽)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그것을 그대로 머리로 가져가서는 안 됩니다. 그럴 때는 단전 호흡을 해 보십시오. 단전 호흡을 하면 분노가 머리까지 올라가지 않고 배 쪽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분노가 배로 내려간 시점에는 마음이 많이 가라앉을 것입니다."(104쪽)

"제가 자주 말하는 기준은 3년입니다. 3년간 사용하지 않았던 것, 3년간 입지 않았던 옷은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다른 누군가에게 필요할 것 같다면 그에게 필요하냐고 물어보거나 재활용품점에 보냅시다."(180쪽)

 

저자: 마스노 슌묘

1953년 태어났다. 일본 조동종의 총본산인 소지지(總持寺)에서 수행했으며 현재 일본 겐코지(建功寺)의 주지이다. 이밖에 다마미술대학 환경디자인과 교수,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 특별교수 등의 직함을 갖고 있다. 선(禪)을 주제로 한 정원 디자인으로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정원 디자이너로는 처음으로 일본 예술 선장 문부대신 신인상을 받았다. 2006년「뉴스위크」일본판의 ‘세계가 존경하는 일본인 100인’에 선정되었다. 도쿄의 캐나다 대사관과 세룰리언 타워 도큐 호텔의 일본 정원 등이 그의 작품이다.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는 『화내지 않는 43가지 습관』『9할』『불안과 외로움을 다스리는 인생의 약상자』『인생이라는 산에서 내려가는 연습』 등이 있다.

역자: 김지연

인하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시사일본어학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다. 일본 문화와 책에 대한 끝없는 관심으로 원서를 탐닉하다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으며, 옮긴 책으로는 『흔들리는 마음 버리기』『누군가가 부족하다』『인생이라는 산에서 내려가는 연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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