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정유년, 닭의 해입니다. 정(丁) 자가 붉음을 뜻하니 붉은 닭의 해입니다. 우리가 동짓날에 붉은 팥죽을 쑤듯 붉음은 어둠을 밝히고 광명을 받아들인다는 뜻이 있습니다. 붉은 닭의 해 역시 밝음을 뜻합니다. 그렇기에 올 해는 밝음과 건강함, 용맹함 등의 의미가 깃든 한해가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작년은 세계적으로 경제가 불황이었습니다. 국내 역시 경제가 어렵고 국정농단이라는 사태까지 벌어지며 정치적, 경제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두루 불안이 겹친 해였습니다. 하루 속히 평안해져서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작년 12월 통계청에서 실시한 인구조사 결과를 다들 보셨는지요. 10년 전만 해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종교인이었고 그중에서도 불교인이 제일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종교인의 비율이 50% 이하로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불교인 역시 1000만에서 700만으로 줄었습니다. 그에 따라 불교의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이 더욱 약화하지 않을까 우려도 됩니다.

사실 탈종교화는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제가 2004년에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약 1달 정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유럽의 문화재 중에는 성당이 많습니다. 그런데 유명하고 거대한 성당들 안에도 신자가 많지 않아요. 어떤 곳은 50명도 안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곁에 물어보니 유럽에서는 이미 사람들의 탈종교화가 가속되어 종교는 일상 속 신앙생활이 아니라 문화와 역사의 영역으로 이동했다는 것입니다. 이게 10여 년 전이니 지금은 더 심하겠지요. 우리 동양도 이러한 추세를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것은, 종교의 성격입니다. 기독교는 불교와 달리 계시종교(啓示宗敎)입니다. 저 위에 하느님이 계시고 그를 따르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불교는 수행을 통해 자신을 변화하여 스스로 성장하는 종교입니다. 신행의 내용이 다르니 불교는 그 흐름에 속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는데 왜 탈종교화의 물결을 벗어나지 못하는가? 그것은 우리 불자들의 신행 형식과 내용이 기독교와 비슷해졌기 때문입니다. 무속에 가까운 기복(祈福)적 신앙형식, 부처님께 혼자만의 복을 빌기만 하는 이런 신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과학을 바탕으로 논리적․합리적 사고를 하는 젊은이와 지식인들은 그러한 기복신앙에 동의하지 못합니다. 최근 사찰의 어린이법회와 학생법회 대다수의 활동이 미미한 경우가 하나의 예입니다.

신도들이 기도 수행을 통해 자신을 바꾸고 성장하듯 불교도 성찰해야 합니다. 자신만을 위한 기복,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복을 비는 그러한 신행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진솔하게 수행하고 마음을 공부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으면 아무리 수행해도 성취할 수 없어요.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신앙형식과 내용을 바꾸어야 합니다. 불교 본래 가르침으로 돌아가는 방법 외는 없습니다. 그리하여 불교 신행 혁신 운동을 정책으로 삼아 전개해나가야 합니다. 기본으로 돌아가 삶 속에서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무엇을 모델로 삼아야 할까요? 다름 아닌 부처님입니다.

최근 포교원에서는 신행혁신운동을 위한 자료집 제작이 진행 중입니다. 이렇게 신행생활을 하자는 일종의 안내입니다. 신행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 수록한 방안과 수행점검표 등이 들어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도 받아볼 수 있도록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는데 조만간 배포할 예정입니다. 어린이, 청소년, 중장년, 노년 각층을 위한 ‘마음거울’ 어플리케이션도 개발하여 불자들이 매일 기도하고 수행하는 데 활용할 계획도 있습니다. 물론 가장 바탕에는 내가 수행을 통해 역량을 개발하고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부처님께 떼쓰듯 복을 비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제자로서 부처님처럼 살겠다고 다짐하여 내가 내 삶을 꾸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불교의 형식이고 내용입니다. 이 점을 강조하여 불교를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불교를 받아들이도록 안내 해야 합니다. 

다른 종교에서도 현재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탈종교의 흐름을 인지하고 두려워하며 거기 맞설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합니다. 불교의 신행방식은 스스로 삶의 주인의 되는 방식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지침으로 채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복잡한 사회를 살아나가려면 인간성을 회복하고 자기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많은 석학의 판단입니다. 지금 여기 계신 분들은 일반 불자가 아니라 각 사찰을 대표하여 활동하는, 대표적이고 모범적인 소중한 신도들입니다. 그러니 책임감을 갖고 활발히 활동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붉은 닭의 기운을 받아 용맹스럽게 어둠을 몰아내고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여 삶과 가정, 사업이 두루 평안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법문은 2017년 1월 19일 홍법사에서 마련된 불교여성개발원 부산지원 신년하례 및 조계종 포교원장 지홍스님 초청법회에서 지홍스님께서 설하신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e붓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