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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절 좋은 인연③ 미륵불을 향한 간절한 기다림통영 용화사
겨울비가 내린 다음 날 경남 통영 용화사(주지 종묵스님)를 찾았다. 동피랑 벽화마을에서 차로 겨우 10여 분 거리다. 버스를 타고 용화사광장 종점에 내려 걸어도 금방이다. 발걸음이 쉬우니 오가는 사람들로 어수선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산이었다.

 

용화사 보광전. 도지정 유형문화재이다.

 

고요히 운무를 두른 대설법전을 잠시 우러르다 경내로 들어서니 간밤에 온 비로 씻은 듯 영롱한 소망등이 객을 맞는다.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등이라니 보기에 더욱 곱다. 알사탕 같은 소망등 너머 용화사 보광전(普光殿)이 있다. 도지정 유형문화재로서 지방문화재인 금고, 명부전 시왕, 현왕탱화 등을 모시고 있다. 반듯한 맞배지붕도 인상적이다.

 

용화사 입구에 걸어놓은 소망등.

 

화재로 인해 조선시대에 중창했지만 용화사는 무려 신라 선덕여왕 때 정수사(淨水寺)라는 이름으로 초창한 천년고찰이다. 목조 처마의 갈라진 틈처럼 주지 종묵스님의 양 눈가에도 유독 깊은 주름이 있다. 그 자연스러운 흔적에서 인자하신 성정이 어렵잖게 엿보인다. 종묵 스님에게 용화사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도량이다. 아직도 30년 전 통영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용화사 주지 종묵스님.


용화사는 안팎으로 오래오래 둘러보게 되는 절이다. 안으로는 보광전과 불사리4사자법륜탑(고대 아쇼카 양식의 원주석탑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양식이다), 효봉 스님 사리탑 등이 있다. 1950년대에 용화사 도솔암에 기거하셨던 효봉 스님은 통합교단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냈으며 법정스님의 스승이기도 한 큰스님이시다. 또한 용화사 밖으로 나가면 미륵산과 바다, 섬들이 펼쳐져 있다. 동피랑마을 등 도심에서도 멀지 않은데 봄의 벚꽃축제와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까지 있어 오감이 만족한다.

 

용화사 입구에서 보이는 대법당의 모습.


가람에 내린 이러한 천혜(天惠)와 인혜(人惠)를 대중과 나누고자 용화사에서는 준비한 것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템플스테이다. 1박 2일부터 4박 5일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 용화사 템플스테이의 가장 큰 특징은 108배와 포행, 예불, 참선, 스님과의 차담 등 불가의 정통 수행 체험과 더불어 미륵산, 연화도, 한산도 등 통영 각지를 탐방하며 자연의 수려함까지 함께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이른 새벽 해무와 함께하는 미륵산 명상 포행길은 참가자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한다.

 

용화사의 불사리4사자법륜탑. 고대 아쇼카 양식의 원주석탑이다.


통영 앞바다의 섬과 산 등은 불교에서 기원한 이름이 유난히 많다. 미륵도와 미륵산은 물론이고 연화도, 욕지도, 세존도, 보리도가 있으며 벽발산이라고도 하는, 통영에서 가장 높은 벽방산(碧芳山) 역시 가섭존자가 바리때(벽발)를 받쳐 든 모습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해상의 불국세계’ 통영에서의 템플 스테이는 그저 머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어 마음을 닦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용화사 보광전 미륵불.


용화사라는 이름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조선 인조 6년, 불타버린 절을 중창하기 위해 벽단 스님이 미륵산 제일봉 아래에서 미륵존불께 일곱 날 일곱 밤 동안 기도를 올리니 회향날밤 한 신인(神人)이 나타나 자신을 당래교주미륵불이라 이르며 이 산은 용화회상(龍華會上)이 될 도량이니 여기에 가람을 짓고 용화사라 하면 길이 남으리라 했단다.

내려오는 전설처럼 용화사는 미륵도량이다. 즐길 거리 가득한 통영에서 문득 세속과 한 걸음 떨어진 담백함이 그리워진다면 고찰 용화사에서 바리때를 든 가섭존자와 함께 미륵불을 기다려보는 건 어떨까.

손수경 기자  luckofdraw@ebuddh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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