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의 고승, 사명대사

매년 9월이면 부산불교계에서는 사명대사의 호국 정신을 계승하는 대규모 추모재가 열린다.

올해로 열반 406주기를 맞는 사명대사 추모재는 지난 1997년부터 부산광역시불교연합회에서 주관하여 지방자치단체의 동참과 범불교계의 동참 속에서 봉행해 오고 있다. 유교사상으로 불교가 핍박을 받았던 조선시대에 일체의 차별심을 버리고 오직 민족과 나라를 구하고자 나섰던 사명대사의 호국 의지를 역사적 교훈으로 구현하기 위함이다.

사명대사는 조선 중기의 고승으로 김천 직지사로 출가하여 신묵(信默)의 제자가 되었다. 그 후 묘향산 보현사의 휴정을 찾아가서 선리(禪理)를 참구하며 1578년부터 팔공산 · 금강산 · 청량산 · 태백산 등을 다니면서 선을 닦으며 수행정진했다.

1592년에 임진왜란 발발 후 수많은 백성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음에 내몰릴 때, 사명대사는 스승인 서산대사와 함께 팔도 의승군(義僧軍)을 이끌고 왜군과의 전투에서 큰 공로를 세웠다. 그 공은 오늘날까지 호국 불교의 상징으로 대두되고 있다. 당시 사명대사는 전투를 앞두고 이와 같이 외쳤다고 한다.

부산불교연합회에서 주최한 열반 405주기(2015년) 사명대사 추모재

“백성을 보호하고, 우리가 죽어야 한다.”

나라와 민족이 없다면 불교의 존재적 가치도 있을 수 없다는 판단으로 사명대사는 외적과의 전투에 앞장섰다. 일본의 재침략을 염려해 팔공산성 · 금오산성 · 용기산성 · 악견산성 · 이숭산성 · 부산성 및 남한산성 등 여러 산성을 수축하여 국방에도 힘을 보탰다.

호국 불교 사상은 불교의 교법(敎法)으로 외적의 침략을 진압하고 나라를 지킨다는 불교 사상이다. 다른 불교 국가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은 한국 특유의 불교 사상으로, 불살생의 계율을 파하더라도 나라와 민족을 구하는 길로 나서는 것. 이것이 호국 불교 사상의 참뜻이다. 사명대사의 애국애족 정신이 40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후손들에게 회자 돼 오는 것은 호국 불교 사상과 함께 자비실천을 인도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랐기 때문이다.

청정한 수행으로 덕망 높은 고승들이 많던 호시절을 지나와, 현재의 후손들이 고승들의 호국 정신을 잘 계승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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