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알게 모르게 많은 ‘업(業)’을 짓고 산다.
불가에서 말하는 ‘업’은 매 순간 자신이 일으킨 마음에 의해 말과 몸으로 짓는 행위를 일컫는다. 따라서 현생에서 지은 업이 후생에 영향을 끼친다고도 하며, 전생에 지은 업의 과보가 현생에 나타나기도 한다.

백중기도는 바로 이 ‘업’으로 인해 지옥에서 거꾸로 매달려 고통받는 조상 영가의 업장을 소멸하고 천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절에 다니는 불자라면 백중 기간에는 가난한 자를 위해 베풀고 그간 지은 죄를 참회하며 불법을 들어 깨친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음력 7월 15일 백중이 되면 사찰에서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비롯해 일가친척 및 인연 있는 영가들을 위해 참회의 기도를 올린다. 더 나아가서는 얼굴도 모르는 영가의 업장을 소멸케 하기 위해 기도를 올리기도 한다.

부처님 가르침 속 백중기도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돌아가신 부모님은 밖에 따로 있는 게 아닌, 내 마음 한가운데 있다. 따라서 부모님을 천도한다는 것은 곧 나를 천도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조상 영가를 천도하여 곧 내 상처를 치유하게 되는 것이다.

다채로운 사찰별 백중 풍경

범어사 백중기도.

백중기도를 올리는 풍경은 사찰마다 조금씩 다르다. 범어사(주지 경선스님)는 백중을 맞아 여러 대덕스님을 모시고 법문을 청해 듣는 지장 90일 기도를 원만 회향했다. 90일간 지극정성으로 지장보살 명호를 염송하고, 매주 화요일마다 법사스님께 법문을 청해 들으며 선망조상 유주무주 고혼의 영가 천도를 위해 기도를 올렸다.

대광명사(주지 목종스님)는 백중을 맞아 지난 49일간 매일 오전 9시 자비도량참법 1권씩을 기도 봉행하고 예참을 통해 번뇌망상을 씻어냈다. 또 매 재마다 합동천도재를 봉행하여 일체 중생의 극락왕생과 해탈을 발원했다.

홍법사 백중 합동천도재.

홍법사(주지 심산스님)는 백중기도에 하안거 재가안거에 동참한 28명의 동림 어린이들이 부처님 전에 육법공양을 올리고, 직접 만든 반찬을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것으로 회향했다. 안거가 끝나는 무렵 긴 수행으로 지친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며 가장 큰 공덕을 지은것이다.

이처럼 사찰마다 백중일을 맞이하는 모습이 매우 다양하다. 최근에는 여러 사찰에서 음력일에 치중하지 않고 보다 많은 이들이 기도에 동참할 수 있도록 백중기도 회향일을 주말로 옮길 것을 고려한다고 하니, 머지않아 가족법회로 여법하게 자리매김할 백중일의 새로운 모습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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