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15일 금정문화회관에서 2016부산불교합창제가 열린다. 합창제를 앞두고 고군분투 연습 삼매경에 빠진 부산불교합창단연합회 단원들의 이야기를 담아봤다.

 

교재는 악보, 우리는 수험생

단원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부산불교합창제가 15일 앞으로 다가왔다. 기대와 설렘보다 앞서는건 불안과 초조함이다. 긴장감에 연습장으로 향하는 단원들의 걸음도 평소보다 빨랐다. 일찍 출석도장을 찍고 나서는 바로 연습을 시작했다. 입시를 앞둔 수험생 같은 심정으로 악보를 교재삼아 끊임없이 음표를 외워간다.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집중 집중!"

얼마 전 합창제를 앞두고 불교계 기자들을 초청하여 간담회를 가졌다. 그때 인터뷰한 기사가 법보신문에 나왔다며 모두들 신문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긴장했던 마음을 비켜세우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사를 읽으며 서로 웃음 지었다.

2시 30분. 몇몇 단원들의 자리가 비어있다. 어제부터 범어사 화엄산림법회에 동참하는 단원 몇몇이 공석이다. 우리 연합합창단을 이끌어주시면서 범어사 지휘자를 맡고 계신 배천종 지휘자선생님의 눈빛이 매섭다. “시간은 자기가 지배를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시간에 지배당하고 맙니다.” 연습 시작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임팩트 없는 노래는 금방 잊혀진다"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됐다. 악보를 보고서 노래를 부르고, 악보를 덮고 다시 노래를 부르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첫 연습곡은 아름다운 나라. “저 산자락에 긴 노을 지면 걸음걸음도 살며시 달님이 오시네.” 선생님은 노래를 호흡으로 조절해 부르라고 하신다. 호흡이 밋밋하면 임팩트가 없다. “임팩트가 없으면 소리는 예쁠 수 있어도 임팩트가 없는 소리는 금방 질려버립니다.” 역시 예리한 지적이다. 집중을 강조하시는 선생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며 다시 연습실은 노래 소리로 가득 찬다.

"선생님 무슨 생각 중이신가요?"

이번엔 소프라노2가 화살을 맞았다. 노래가 오토매틱으로 튀어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어 소프라노1도 “시원하게 털어버리듯 1%도 남기지 말고 깨끗하게 털어버리라”는 주문을 받았다. 마치 물에 빠지지 않고 물 위를 걷는 것처럼. ‘누가 물 위를 걸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물 위를 걷는 방법은 오른쪽 발이 물에 빠지기 전에 왼발을 옮기면 됩니다.” 민첩성을 갖고 제 시간, 제 박자에 리듬을 타도록 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주문이었다. ‘물에 푹푹 잠기는’ 우리에게는 쉽지만 어려운 말씀이다.

혹독한 연습에 대한 보상은 무대에서

이번 합창제때 선보일 곡 중 하나인 ‘내가 만일’은 대중가요라 가장 익숙한 노래다. 이번엔 메조와 알토파트가 선생님의 관심을 끌었다. “힘 좀 빼고 하세요. 눈이 튀어나올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농담 섞인 지적에 모두다 부끄러움을 잊고 크게 한바탕 웃었다. 웃음도 잠시, 다시 긴장되는 연습이 이어졌다. “목소리에 울림을 주세요.”, “산만하지 않게 군더더기 없이 딱 떨어지게 하세요.” 완벽한 무대를 위한 노력의 시간을 우리는 그렇게 쌓아가고 있다.

"저희 벌받는거 아니에요"

“혹독한 연습에 대한 보상은 무대에서 받으세요.” 선생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말씀이다. 오늘도 연습실에는 때이른 한파가 몰아쳤다. 하지만 긴 겨울 끝에 따사로운 봄날이 오듯,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2주 뒤, 무대에서 우리가 품어온 환한 꽃과 향기가 피어날 것임을.

“그래도 선생님, 다음번엔 잘했다고 칭찬해주세요!”

"많이 예뻐해 주세요~"

 

[본 기사는 부산불교합창단연합회 총무인 안소민 불자님이 직접 현장에서 보내오신 글입니다. 합창단의 노력을 응원하며, 앞으로 무대에 오르는 그날까지 합창단의 소소한 이야기가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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