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부처님과 일체 중생은 한마음일 뿐, 다시 다른 법은 없다. 이 마음은 무시(無始) 이래로 일찍이 생긴 적도 없고, 없어진 적도 없다. 푸르지도 않고, 누렇지도 않다. 형체도 없고, 모양도 없다. 있고 없음에 속하지도 않는다. 새롭다거나 낡았다고 헤아릴 수도 없다.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다. 크지도 작지도 않다. 모든 한계와 계량, 이름과 언어, 자취와 상대성을 넘어서 있다. 당체가 곧 그것이어서, 생각이 움직이면 즉시 어긋난다.”(21쪽)

A Bird in Flight Leaves No Trace, 수불 스님 지음, 로버트 버스웰·김성욱 옮김

당대 최고 지성인 배휴 거사와 스승 황벽 선사가 마음에 대해 묻고 답한 진리의 문답을 엮은 선어록인 ‘전심법요’는 동양에서는 물론 서양에서도 절대 진리를 상대 언어로 풀어낸 수작이라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전심법요’를 황벽어록과 선해(禪解)까지 영어로 완역한 최초의 책이 바로 ‘흔적 없이 나는 새’의 영문판인 ‘A Bird in Flight Leaves No Trace’이다. 

‘전심법요’는 당나라 말기 강서성 종릉(鐘陵)의 관찰사로 부임한 배휴 배상국이 황벽 선사의 가르침을 집대성해 엮은 것으로, 황벽 선사는 임제 스님의 스승이자 백장의 법을 이은 육조혜능의 5세손이다.

이 책은 달마대사가 전해준 일심법(‘마음이 곧 부처다’ 선종의 종지)을 가장 논리적으로 드러낸 조사어록이다. 중국 조사선의 핵심대의를 잘 표현한 선어록으로 재가 공부인이 묻고 선사가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절대 진리를 상대 언어로 쉽게 풀어낸 모범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수불 스님은 2010년 안국선원에서 전심법요 강의를 진행했으며, 그 강의를 엮어 2014년 ‘흔적 없이 나는 새’로 출간했다. 스님은 어려운 불교 용어는 최소화하고 일반 대중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무심’에 이르는 길을 곧바로 안내하고 있다. 

‘A Bird in Flight Leaves No Trace’는 전심법요와 완릉록, 행록까지 합쳐 총 44개의 꼭지로 구성돼 있다. 뜻에 따라 원문을 나누고 번역하고 해설을 함께 배치해 순서대로 읽지 않고 어느 페이지를 문득 펼쳐 읽더라도 문장의 뜻과 깊은 선의 종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황벽 선사가 선불교에 끼친 영향력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으며, 간화선을 발전시킨 수불 스님의 주옥같은 해설을 만나볼 수 있다. 돈오선법에 대한 의문과 어려움에 길을 잃고 헤매는 수행자들에게는 깨달음의 등불이 될 것이며, 수불 스님의 해설은 고귀한 나침반으로 전 세계인들의 삶과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지은이 수불 스님

수불 스님은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계사년에 출생하여 20대 초반 부산 범어사에서 지명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75년 범어사 금강계단에서 지유 스님에게 사미계를, 1977년 고암 스님에게 비구계를 수지했으며, 1978년 범어사 승가대학을 졸업한 뒤 1979년부터 1989년까지 노스님 시봉 및 제방 선원에서 수선안거(修禪安居)를 성만했다.

1989년 이래 부산, 서울, 창원, 미국 LA, 뉴질랜드 등의 안국선원과 백담사, 마곡사, 미황사 등에서 7박 8일 간의 ‘간화선 집중수행’을 250회 이상 개설해 출·재가를 막론하고 이국인을 포함한 2만 명 이상의 공부인에게 간화선을 체험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간화선이 정확하고 빠르며 쉽고 효과적인 수행법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간화선 대중화와 세계화’를 실천하고 있다.

수불 스님은 현재 안국선원 선원장, 부산불교방송 사장 등의 소임을 맡고 있으며,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와 동국대학교 국제선센터 선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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