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침이다. 그러나 어제의 아침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어제의 아침을 기억한다. 그래서 아침은 다시 아침이 된다.

나 또한 다시 나다. 어제의 나를 기억한다. 어제 뿐만 아니라 나는 개인의 전 역사를 기억한다. 개인의 역사를 전 생애를 통해 나는 공유한다. 그래서 나는 다시 나다.

아픔이 지나갔음에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와 그 역사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아픔은 우리의 가슴을 오래도록 강물처럼 관통한다.  

우리는 기억을 끌고 사는 존재다. 기억이 실체가 없듯이 기억을 끌고 가는 나 또한 실체가 없다. 그래서 모든 것은 환이다. 선사들의 방하착은 아무것도 없으니 내려 놓으라는 것이다.  이것은 실상의 자리 공의 자리에서 건네는 준엄한 일갈이다.

다시 아침이다. 오늘은 어제보다 흐리고 바람이 좀 더 차가워졌다. 그래도 오늘은 어제와 아침이라는 말을 공유한다. 유년기의 내가 지금의 나와 나를 공유하듯.  

강물이 흘러 바다에 들어가서야 자기를 잊듯이  깨달음에 이르러서야 우리도 나라는 무거운  업의 짐을 벗어  놓을 것이다. 아침이 문득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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