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7일) 범어사 명정학교의 후신인 금정중학교에서 100년 전 범어사 지방학림과 명정학교가 주도해 일으킨 부산지역 3.1운동의 정신을 잇는 행사가 열렸다.

오후 2시 금정중 명정관(강당)에는 범어사 대중 스님들과 부산불교총연합신도회 및 범어사 신행단체, 금정불교대학 총동문회, 재가불자 등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범어사 지방학림 및 명정학교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을 거행했다.

범어사 주지 경선스님이 헌화하고 있다.

사부대중은 헌화 및 헌향,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으로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숭고한 희생을 가슴 깊이 새겼다.

국태민안과 평화통일을 발원하는 범어사 부주지 범산스님의 발원문 낭독이 이어졌고, 노래하는 수행자 정율스님이 들려주는 진혼곡 ‘내 영혼 바람되어’는 많은 이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전하기도 했다.

경선스님

범어사 주지 경선스님은 “금정중의 전신인 명정학교는 부산 독립운동이 최초로 시작된 곳이자 민족 투사들의 애국심이 모인 집결지로, 범어사 오성월 스님께서 불교개혁과 민족교육을 위해 일제의 억압 속에서도 굳건히 원력을 세워 창립한 학교”라며 “3월 1일 탑골공원에서 시작된 만세운동이 당시 명정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3월 7일 이곳 부산까지 닿게 됐다.”고 전했다. 스님은 “스님과 학생들이 주도해 민족교육을 위한 포교당을 세우고, 남녀노소 대중의 뜻을 모으는 등 일제의 탄압과 폭력 속에서도 꿋꿋이 독립의 의지를 세웠다.”며 “100년이 지난 지금, 이 땅에 평화를 안겨준 수많은 희생들에 대한 소명은 당연한 일”이라고 전했다.

서울에서 시작된 독립을 향한 외침은 전국으로 퍼졌고, 그중에서도 부산은 다른 어떤 지방보다 독립운동의 열기가 뜨거웠다. 그 중심에는 바로 범어사 명정학교와 지방학림 학생들이 있었다. 학생들은 1919년 3월 7일 동래 장날 선언문을 배포하며 부산 지역 곳곳에 독립의 불씨를 피웠다.

실내 기념식이 끝나고 사부대중은 금정중 운동장으로 이동했다. 범어사 풍물패를 선두로 금정중 학생 6명과 범어사 합창단 6명이 대형 태극기를 들었다. 그 뒤로 범어사 주지 경선스님, 부주지 범산스님을 비롯한 사중 스님들과 부산불교총연합신도회 박수관 회장, 금정중 관계자 및 학생 등 사부대중이 함께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만세운동 퍼레이드를 펼쳤다.

승가대표 2명, 학생대표 2명 총 4명이 사부대중을 대표해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또한 범어사 승가대학 래산스님, 설봉스님, 금정중 윤상욱 학생회장, 임현민 부학생회장 등 승가와 학생대표 각 2명이 정부에서 만든 ‘한글 독립선언서’를 나눠 낭독하기도 했다.

1천여 명의 불자들은 태극기 물결 속 만세 삼창으로 100년 전 뜨거운 함성을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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