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승불교에서는 ‘마음이 곧 부처이며, 번뇌가 즉 깨달음’(心卽佛, 煩惱卽菩提 심즉불, 번뇌즉보리)이라고 한다. 마음의 긍정적인 요소를 강조하며 자신의 마음먹기에 따라 번뇌와 같은 부정적인 요소가 긍정적으로 탈바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붓다는 “마음은 본디 찬란하다. 마음은 빛을 발한다. 우리를 찾아와 괴롭히는 번뇌가 마음을 빛나게 한다.”라는 원천적인 지혜를 설하였다. 이에 대한 한 가지 실천 방안으로 “마음을 자애로 가득 채우고 하늘만큼 크게 넓히라.”라고 안내해 주었다.

 

마음챙김, 현대화된 불교 수행법

오늘날 불교의 지혜는 명상법이라는 실천적인 형태로 전해지고 있으며 서양에서는 마음챙김 명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영국인이 스리랑카를 방문했을 때 이 개념을 알게 되어 서양에 들어오게 됐다. 이 과정에서 불교 수행이라는 종교적 의미를 벗어나 심리학적 개념으로 다양하게 정의되며 실용적인 모습으로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마음챙김은 뇌와 마음을 쉬게 하고 휴식하게 하는 마법이자 최고의 기술이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성공을 숙명처럼 여기며 자라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 무언가를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죄라는 문화도 있을 정도다. 목표 달성과 성공을 우선시하는 사회의 압박과 싸우며 경쟁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결국, 한계가 찾아왔다. 일을 빨리 처리하고 효율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멈춰 서는 방법은 잘 몰랐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음챙김과 같은 동양의 명상법을 알게 된 것이다. 의학과 심리학, 경영학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실제로 효과가 검증되자 더욱 더 열광하게 됐다.

마음챙김(Mindfulness)이란 위빠사나(Vipassanā) 라는 초기불교의 명상에서 유래했다. ‘매 순간순간의 알아차림(moment-by-moment awareness) 하는 것’, ‘평가나 판단을 더하지 않고 지금 여기의 경험에 능동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심리적인 과정’을 의미한다. 또한, 1979년 매사추세츠대 의료원의 존 카밧진(Jon Kabat-Zinn) 박사는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마음챙김 명상을 통한 스트레스 완화 기법)을 처음으로 도입했으며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계기가 됐다. 그는 마음챙김을 ‘순간순간 주변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 또는 감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판단을 더하지 않고 현재를 중심적으로 또렷하게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1980년대 후반 심리학자 마샤 리네한(Marsha Linehan)은 인지행동치료(CBT, Cognitive Behavioral Therapy)에 마음챙김을 적용해서 변증법적 행동치료(DBT, Dialectical Behavioral Therapy)를 만들었다. 좋은 자각(Good Noticing)이라는 마음 챙김의 요소를 적용했는데, 삶과 일 그리고 탐구에서 좋은 방향으로 의식하는 것이다. 실망스러운 상황에서도 좋게 생각하자는 것이다. 마음가짐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함으로써 자신의 경험에 친밀함을 느낀다. 타라 브랙(Tara Brach)의 표현을 빌리면 ‘좋은 자각’은 ‘근본적 수용’(Radical Acceptance)이다.

 

 

세계는 왜 마음챙김에 주목하는가?

마음챙김은 비즈니스 업계에서도 인기가 좋다. 애플의 창립자 스티브 잡스가 명상에 심취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외에도 링크드인의 CEO 제프 와이너(Jeff Weiner), 트위터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Evan Willianms), 애트나의 마크 베르톨리니(Mark Bertolini) 등 수많은 경영자들이 마음챙김에 푹 빠져있다.

유튜브와 안드로이드, 검색엔진으로 유명한 구글에서는 2007년부터 차드 멍 탄이라는 엔지니어의 역량을 활용해 직원을 대상으로 명상을 보급했다. ‘너의 내면을 탐색하라’(Search Inside Yourself)라는 리더십 프로그램으로서 달라이 라마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마음챙김과 감성지능을 활용한 프로그램으로서 지금까지도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또한, 미국 100대 기업에 속하는 건강보험회사 애트나의 회장 베르톨리니가 스키 사고로 목이 부러진 후 죽음의 문턱에서 요가와 마음챙김을 알게 되었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후 몇 년 동안 1만 3천 명의 직원들에게 명상 클래스를 제공했다. 그 결과, 요가와 만트라를 활용한 마음챙김 명상으로 스트레스가 3분의 1로 감소했고, 수면의 질도 20% 향상하였으며 업무의 효율이 높아졌다. 명상 프로그램의 도입 후 직원들의 의료비도 크게 줄었고, 1인당 생산성이 연간 3,000달러가량 높아졌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Bill Gates)는 2018년 12월 자신의 블로그에 명상에 대한 생각을 밝혔으며 화제가 되었다. 그는 일주일에 2~3번, 10분 정도씩 아내와 함께 마음챙김을 하고 있음을 밝혔다. “예전에 나는 전혀 명상에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명상이 환생과 관련한 미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명상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게 됐다.”라며 명상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가부좌로 앉는 자세가 불편해서 의자에 앉은 자세로 하며 명상이 근육을 단련하는 것 같이 마음을 위한 심플한 운동으로 여긴다.

그가 마음챙김에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 계기는 세계적 석학이자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Yuval Harari)의 최신작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였다. 2018년 9월에 뉴욕타임즈에 이 책을 추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들의 마음은 필연적으로 걱정을 한다. 테러, 기후변화, 인공지능, 사생활 침해, 국제분쟁 등에 대한 걱정거리도 많다. 유발 하라리는 이런 공포에 맞설 수단을 제안한다. 걱정하는 것을 멈추기보다 어떤 것이 걱정인지 알자는 것이다. 21세기의 삶은 마음챙김 명상을 요구한다고 강조한다.” 이렇듯 과학기술과 인류지성를 대표하는 빌 게이츠와 유발 하라리의 마음챙김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필요성에 대한 언급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도연스님은

카이스트 스님으로 알려진 도연스님은 카이스트에 입학해 전자공학을 공부하다 돌연 출가의 뜻을 품고 스님이 되었다. 이후 카이스트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에서 에너지 명상과 참선을 지도했으며, 2015년에는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를 10년만에 졸업 하고 오대산 월정사에서 원명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016년 사미계를 수지하고, 현재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어린이, 대학생, 청년부 지도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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