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든 평생 제일 행복한 날입니다. 고맙습니다.”

팔순을 넘긴 비구니 스님들과 어르신들이 가득한 곳에 신명나는 가락이 울려 퍼진다.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리던 날, 선물처럼 찾아온 손님들이 반가워 말없이 손을 꼭 잡아준다.

지난 1월 31일 비구니 스님들의 마지막 수행처이자 안식처가 돼주고 있는 해인사 자비원 광명노인요양원에 복합문화공간 쿠무다 가족들이 방문했다.

부산 대운사 주지 주석스님이 운영하고 있는 복합문화공간 쿠무다는 문화포교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삶의 위안과 힐링을 선사해 오고 있다. 지난해 개원 5주년을 맞은 복합문화공간 쿠무다는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문화예술 공간을 탈피하고자 많은 노력을 시도했고, 그 결과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특색 있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나게 됐다.

지난 연말에는 요청을 받아 종로노인복지관 직원 및 관계자들을 위해 음악회를 열었다. 쿠무다는 감정 노동으로 신음하는 직원들에게 만족도 높은 공연과 울림 있는 무대를 선사했다.

쿠무다 대표, 대운사 주지 주석스님

쿠무다 대표 주석스님은 종로노인복지관에서 열린 음악회를 시작해, 2019년 주요사업 중 하나로 ‘찾아가는 음악회’를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주석스님은 “쿠무다는 콘서트나 음악회를 통해 수준 높은 불교문화를 만들어 가려 노력하고 있다.”며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겪어온 많은 과정들을 통해 이제는 소외된 곳, 문화가 필요한 곳에 직접 찾아가 우리 사회 전체에 음악이 주는 힘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게 올해 쿠무다의 첫 번째 찾아가는 음악회가 열린 곳은 해인사자비원 광명노인요양원이다. 이곳을 첫 번째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쿠무다 대표 주석스님은 은사 스님과의 추억을 이야기 꺼내기도 했다.

“제가 동국대학교 재학 시절 은사 스님이 저에게 문득 ‘흰 고무신’ 한 켤레를 사다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중간고사 끝나고 사다 드리겠다고 했지요. 그렇게 시험을 마치고 은사 스님께 전해 드리려 했던 흰 고무신은 끝내 전해 드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며 당시 기억을 회상하며 먹먹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해인사 자비원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었던 주석스님의 은사 스님은 세수 72세로 열반에 드셨다. 마지막까지도 노스님들을 위해 공양하는 마음으로 떠나신 은사 스님을 기억하며, 이곳을 찾아오게 됐다고 전했다.

스님은 자비원에 계신 스님들을 뵙고 은사 스님이 생각났다며, 못 다한 효도를 조금이나마 대신할 수 있는 거 같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스님의 진심은 스님들과 어르신, 봉사자 및 관계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송재영, 김학용 명창의 유쾌한 무대에 빠진 스님들과 어르신들
꽃 선물에 소녀처럼 좋아하는 스님

분위기를 바꿔 준비한 음악회 공연과 무대를 선보였다. 기타리스트 안형수의 클래식 기타 공연을 시작으로, 명창 송재영, 김학용과 장고 정보권, 대금 황보석, 아쟁 서주신 등 이 시대 최고 소리꾼들의 창극이 열렸다.

스님들은 평소 직접 접하기 어려웠던 클래식 공연에 신기해하기도 했으며, 신명나는 창 무대에 박수치며 환호하기도 했다.

이날 대운사 박대건 신도회장, 배우 견미리, 평창 동계 폐럴림픽 폐막식 공연을 선보였던 양길순 명무도 참석해 봉사에 동참했다. 배우 견미리는 “기다림 끝에 뵙고 싶었던 분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더없이 충만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주석스님(사진 왼쪽)과 동건스님(오른쪽)

준비한 모든 순서가 끝나고 주석스님은 “찾아가는 음악회가 하나의 나눔을 행하고, 부처님 말씀과 함께 접목된 이러한 문화예술 코드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힐링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해인사 자비원 광명노인요양원 원장 동건스님은 “큰 선물을 주신 쿠무다 주석스님을 비롯한 신도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며 “우리 스님들과 어르신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 또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복합문화공간 쿠무다의 찾아가는 음악회는 매월 1차례 전국의 기관 및 단체들을 선정해 열린다. 해인사 자비원에 이어 2월에는 순천 송광사에서 한국공무원불자회 연수프로그램과 함께 산사에서 열릴 예정이며, 3월에는 거제도백병원 환우들을 위한 힐링 콘서트를 개최한다. 4월에는 한 번 더 해인사 자비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대운사 박대건 신도회장 등 신도들이 함께 스님과 어르신들께 인사를 올렸다.

한편 이날 찾아가는 음악회를 위해 대운사 신도들이 함께 십시일반으로 동참해 공양금 700만 원을 모았다. 아울러 스님들과 어르신을 위한 점심 대중공양 300만 원까지 총 1000만 원에 관해 찾아가는 음악회와 대중공양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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