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새해가 밝았다. 벌써 해가 바뀌다니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며 지난해에 세웠던 계획들 가운데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되짚어보게 된다. 과연 계획대로 잘 되었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새해의 다짐은 점차 약해지고 작심삼일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충분히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작년이나 과거에 하지 못한 것들을 올해에는 해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아예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해보지만 그냥 아무렇게나 살아버리는 꼴이 될까 싶은 마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새해를 맞이하며 갈팡질팡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방법을 소개하고 싶다. 뭘 해야할지 잘 모르겠고 자신이 없다면 이것 한 가지만이라도 해보길 권한다. 어설프게 여러 가지를 계획하기보다 분명한 하나를 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바로 ‘잠을 잘 자는 것’이다. 이것은 새롭게 시작하는 무엇이라기보다는 평소에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작은 관심과 노력이다. 잠의 기능을 원활하게 정상적으로 작동시키는 것이 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하루와 한 해를 보다 만족스럽게 보내기 위한 효율적이고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여러 언론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운동과 체력관리 또는 다이어트가 신년 계획 1위라고 한다. 자격증 취득, 취업, 진학을 위한 공부 또는 자산관리, 재테크 등도 있지만 그보단 우선되는 것이 건강과 자기관리다. 다른 여러 가지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운동과 건강관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들은 수면과 아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잠을 잘 못 잔 상태에서 아무리 건강을 챙기고 운동을 한다고 해도 말짱 도루묵이 될 수밖에 없다.

‘잠이 보약이다’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잠만 잘 자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평소에 해야할 일이 많아서 또는 습관적으로 늦게 자는 경향이 있다. 가끔 늦게 자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계속 반복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우리 인간들은 오랜 세월 해가 지면 자고 뜨면 일어나는 자연의 순환에 적응해 왔다. 기술의 발전으로 밤에도 일을 할 수 있게 되고 놀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지만, 우리의 몸은 잠시 적응하는 것 같다가 다시 거부반응을 일으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계속 자연의 흐름에 역행하는 삶을 살다보면 만성 피로에 시달릴 수도 있고 회의감, 피로감, 의욕 저하 등의 증세가 발생하는 무기력증과 같은 여러 가지 질환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렇게 피로가 누적되고 컨디션이 저하된 만큼 일상생활을 알차고 행복하게 살기 어렵게 된다.

수면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수면부채(睡眠負債, sleep debt)라는 말을 쓴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해 생기는 건강의 부정적 누적효과를 말한다. 수면이 부족하면 단순히 모자라는 것이 아니고 빚으로 쌓여서 나중에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3주 정도 자기가 원하는 만큼 잠을 자면 적정 수면 시간을 찾을 수 있다. 이때 찾은 자신의 적정 수면시간에서 평소에 자신의 수면 시간의 차이 만큼 부채로 쌓여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주간의 충분한 시간 동안 수면을 조절할 여유가 없다면 차선책으로 처음 잠이 들었을 때의 90분~120분을 좋은 상태로 유지해주는 방법이 있다.

개인차는 있지만 보통 90분~120분 정도가 수면의 한 사이클이다. 이 안에 논렘수면과 렘수면이 모두 들어있다. ‘아주 얕은 잠’, ‘얕은 잠’, ‘깊은 잠’, ‘아주 깊은 잠’ 까지 4단계 수면을 논렘수면(NREM-sleep)이라고 한다. 잠에 들면 뇌파가 점차 느려지고 몸은 휴식을 취하며 회복된다. 이 시기에 잠이 깊이 잘 들 수 있도록 해줘야 다음의 수면주기도 원활해진다. 이것은 마치 연료를 공급하는 것과 같다. 논렘수면 다음에는 렘수면(REM sleep)이 이어진다. 렘(REM, Rapid Eye Movement)이라는 말은 수면의 특징적인 현상의 하나인 급속안구운동에서 따온 말이며 대부분의 이 상태에서 꿈을 꾼다. 잠을 잘 때 논렘수면에서 렘수면까지의 수면주기가 반복되는데, 맨 처음 수면주기를 어떤 상태로 만들어 주느냐에 따라 전체 수면의 질이 결정된다. 이 시기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으면 그 뒤의 수면의 질도 좋아지며 전체적인 수면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

이 황금시간을 확보하고 잘 다스리기 위해 잠에 드는 시간도 중요하다. 자정을 넘기면 수면이 질이 떨어진다. 늦게 자면 수면을 촉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melatonin)의 분비가 줄어들어 더 잠에 들기 어렵게 된다. 또한 수면시간이 늦어질수록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leptin)은 저하되고 식욕을 촉진하는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이 증가하게 되어 야식을 먹거나 폭식을 하게 된다. 밤늦게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수면 중에 쉬어야 하는 소화기관이 작동해야 하므로 숙면을 취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수면 중에는 성장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성장기의 어린이들만 성장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성인에게도 성장호르몬은 많은 역할을 한다. 세포 성장, 신진대사 촉진, 피부 유연성 증가, 노화 방지를 돕기 때문이다. 논렘수면의 질에 따라 성장 호르몬의 양에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수면의 제1주기에 논렘수면이 나타날 때 두드러진다. 하루 발생량의 약 70~90퍼센트가 분비되기 때문이다. 평소 자고 있을 시간에 잠을 안자고 깨어있으면 전혀 분비되지 않는다. 또한 잠드는 시간을 새벽이나 낮으로 미루게 되면 수면 초기에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일어나지만, 자정 근처에 잠들 때 시작되는 제1주기만큼 많이 분비되지는 않는다. 결국 늦게 자거나 처음 90분 동안 깊은 논렘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성장 호르몬의 분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리 삶의 3분의 1을 잠으로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귀중한 시간에 대해 우리는 얼마만큼 관심 갖고 소중하게 대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평소에 하고 있는 것이고 익숙한 일이어서 하찮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잠에 대해 소홀히 하면 언젠가는 크게 후회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평소 깨어있을 때 살아가는 모습도 중요하다. 잠자는 시간과 깨어있는 시간의 적절한 안배와 조화를 통해 삶의 건강과 행복을 만들어나가면 좋겠다. 올해에는 수면에 대한 쉽고 효과적인 관리를 통해 하루하루를 보다 알차게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도연스님은

카이스트 스님으로 알려진 도연스님은 카이스트에 입학해 전자공학을 공부하다 돌연 출가의 뜻을 품고 스님이 되었다. 이후 카이스트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에서 에너지 명상과 참선을 지도했으며, 2015년에는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를 10년만에 졸업 하고 오대산 월정사에서 원명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016년 사미계를 수지하고, 현재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어린이, 대학생, 청년부 지도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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