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으로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뤄진다. 이는 ‘가족(家族)’의 사전적 의미다. 혹자는 가족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존재라고도 한다. 그렇기에 더 놓치기 쉬웠던 가족의 의미를 조명하는 법석이 부산서 열렸다.

새로운 전법의 목표를 설정, 지속 가능한 체계적 포교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 혜원불교교육원이 지난 9일 제2회 혜원 시민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 포교와 전법에 진력하고 있는 스님과 교수, 재가불자들이 함께 포교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포럼에는 지난해 논평자로 나섰던 윤종갑 동아대 교수가 이번 포럼에 사회자로 나서 진행했다. 포럼은 총 3부로 나뉘어, 1부 부처님, 가족을 만나다, 2부 탈근대의 가족들, 부처님을 찾다, 3부 더불어 그리고 홀로 가족이라는 주제로 이어졌다.

제1발제는 동국대 박경준 교수가 ‘가족의 초기불교적 이해’에 대해 발표했다. 박경준 교수는 초기경전을 통해 살펴본 가족이라는 단어의 어원과 시대상에 따라 변하고 있는 가족개념과 윤리, 재가자의 수행 등에 대해 설명했다. 박 교수는 “남편과 아내의 관계로 이어진 가족관계는 사랑과 존중에 바탕 해야 한다.”며 “오늘날 한국의 불교와 가족관계는 모두 큰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족표교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직접적인 포교 이전에 가족상담, 가족 단위 수련회 등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자주 갖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제1발제에 대해 한국외대 조준호 교수가 논평을 했다. 조준호 교수는 “특히 남편과 아내의 부부관계에서 남편은 아내에 대한 의무로 ‘장식품을 제공한다’는 내용은 사치스런 생활을 하도록 하라는 의미가 아닌, 아내에 대한 남편의 사랑의 징표이자 아내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를 대비한 보험 또는 저축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는 토론자의 합리적인 설명이 눈길을 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경준 교수의 발표 논문은 현대사회가 직면한 가족의 의미와 문제를 재조명해 보고자 하는데 목적을 뒀다.”며 “현재 한국불교의 현안과 진로모색에 대한 고민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제2발제는 서울대 안성두 교수가 ‘가족의 대승불교적 해석’을 발표했다. 안성두 교수는 인도대승불전에 나타난 재가보살의 이미지를 통해 대승불교에서 재가의 역할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재가출가 문제와 관련해 보살지가 주는 인상은 재가보살에 상당한 주안점을 놓고 있다.”며 “초기 대승과는 달리 대승불교도들이 자신들의 승원 내에서 독자적으로 생활하고 있을 때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이며, 이때 재가자들의 역할은 확립된 대승전통 내에서의 불교사회의 모습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국대 김재권 교수는 “이 논문은 많은 종단에서 표방하고 있는 대승불교를 통해 재가불자들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검토를 통해 현재 답보상태에 빠져있는 우리 불교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시사점을 제공했다. 특히 대승불교의 기원설에 재가자들의 역할이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제3발제는 중앙승가대 박수호 교수가 ‘동시대 가족의 얼굴’에 대해 현대 한국사회의 가족 변화와 불교의 대응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박수호 교수는 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으로 내용을 정리해 발표했다. 박 교수는 앞서 “가족은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단위로 인식되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로 경제, 복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회구조적 변화로 가족 형태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그것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독신이나 단순동거, 무자녀 가족과 동성애 가족, ‘혼밥, 혼술, 쉐어 하우스, 소셜 다이닝’ 등 독신가족의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생활양식도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호 교수는 이러한 가족 변화에 대해 불교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했다. 다만 가족 유연성의 확보나 포용적 가족관의 형성 등에 대해선 불교가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불교가 가족의 유연화나 포용적 가족관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교리적, 규범적 자원들을 동원함으로써 가족 변화 속에 나타나는 혼란과 문제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동국대 허남결 교수는 제3발제에 대한 평을 전했다. 허남결 교수는 “발표자는 요즘처럼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되는 핵가족의 구성 비율이 감소하고, 저출산으로 인한 가족규모의 축소가족, 재혼가족 등의 증가가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현실에서 ‘정상가족’이라는 말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사회학적 답변과 불교적 대응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비록 소략하지만 붓다의 가르침과 무상(無常)의 교리를 통해 가족유연화 담론의 불교적 근거를 공유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능인대학원 백도수 교수가 ‘가족 포교의 눈길과 발길’을 발표했다. 백도수 교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출가자 수를 시작으로, 한국불교가 포교에 어려움을 겪고 불자수가 급격히 줄어든 요인 중 하나가 ‘가족불자의 무관심과 가족, 친척 등 지인 포교를 등한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자신의 사례를 예시로 대중에게 논문의 내용을 전해 큰 호응을 사기도 했다.

3시간 넘게 진행된 포럼에 많은 재가불자들이 청중으로 자리했다.

그는 “인도 초기불교에서 출가자가 의식주 생활이 어려우면 가족에게 도움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그 당시 스님을 돌보는 의지처신자가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가족이다. 만약 가족의 지지가 없었다면 수행생활을 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백도수 교수는 가족 포교의 가장 좋은 방법으로 ‘우리 가족만의 이벤트 만들기’를 추천했다.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무조건 “게임하지 마라.” 식의 대응보다는 좋아하는 게임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좋은 사양의 컴퓨터를 사주며 코팅을 배우게 한 자신의 사례를 전했다. 덧붙여 가족포교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며 가정에서의 가족 법회, 사찰로 떠나는 가족 여행, 어릴 때부터 절과 스님 등 불교와 가까워질 수 있는 환경 조성 등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전법도량 의장 만초스님은 “백도수 교수는 불자가족이 겪는 고민을 이해하고 그에 따른 해결방안으로 생애 주기별 맞춤형 포교 방안을 제시했다.”며 “그러나 포교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행위로써 포교의 주체에 따른 포교 방법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고, 포교 주체로 종단과 사찰의 역할이 당연하지만 불자 개인의 역할 역시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다.

또한 스님은 “앞서 연구를 통해 제시한 여러 가지 제안들이 더 깊이 있게 논의되고 구체화 돼 핵가족시대의 병폐를 치유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이 길이 유전돼 한국사회가 불국정토를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발표와 논평 후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모든 발표와 논평이 끝나고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종합토론은 윤종갑 교수가 좌장으로 나서 정리했다. 이 자리에서 청중들의 질의응답 시간도 이어졌다. 이후 혜원 시민포럼 운영위원장 원허스님(혜원정사 주지)이 총평에 나섰다.

원허스님

혜원 시민포럼 운영위원장 원허스님은 “앞으로도 이런 토론을 통해서 포교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고민할 것이며, 승가와 재가의 불자들이 함께 고민하고 동참해 준다면 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종교가 같을 때 나아가는 생각의 방향이 같아진다.”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사찰을 찾고, 스님과 가까워지게 하는 자연스런 포교가 이어져야 한다. 혜원정사에서는 그 일환으로 가족 전체가 수계를 받는 유발상좌 수계의식을 거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불연을 맺어 자연스럽게 스님과 불교에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석했다는 불자는 지난해 포럼을 통해 배운 실천사항을 일상에 대입해 본 결과, 가족들이 불교에 가까워지는 좋은 발판이 됐다며 이번 포럼 역시 좋은 해답을 얻어가는 시간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혜원 시민포럼은 다음달 중 BBS부산불교방송 라디오를 통해 3회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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