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하고 있는 것을 포기한다는 것, 내려놓는다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성과나 명예, 자존심과 같이 보이지 않는 것이나 옷, 집, 재산 등 보이는 것들을 소유하고 있다. 나의 일부라고 여겨지는 소유물을 나로부터 떼어내는 일이 어찌 쉬울 수 있겠는가? 지금 필요하지 않아서 버렸는데 나중에 필요해서 후회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자칫 엉뚱한 것을 떼어내어 심한 고통을 느낄 수도 있다.

또한 지금 이 순간만 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살아갈 시간들이 있다. 확실한 무언가를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해서 살기 힘들다. 의식주와 같이 생계와 관련된 것들은 생사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더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점차 우리는 안정적으로 소유하고 유지하는 것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었다.

하지만 계속 소유하고 축적하기만 한다면 우리의 삶은 숨 쉴 공간을 잃는다. 아무거나 갖고 있다고 해서 삶의 행복과 여유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없어야 할 것은 없어야 하고 정말 필요한 것들을 갖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버릴 것을 아는 올바른 식견과 소유한 것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

명상은 소유에 대한 문제를 능숙하게 관리하고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법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잠시라도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들로부터 떨어져서 제3자의 시선에서 나를 바라볼 수 있다. 그 순간 우리는 그 문제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해답이 잘 보인다. 이렇게 명상을 통해 비워지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면 불필요한 것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정말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이 채워진다.

신체의 활동을 예로 들어보자. 숨을 마시기만 하고 내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죽는다. 여기에 관심을 가지면 작지만 큰 변화가 일어난다. 잘 내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잘 내쉰다는 것은 잘 비운다는 것이고, 비워진 만큼 저절로 많은 양의 숨이 들어온다. 나를 건강하게 하는 많은 공기가 충분히 채워지는 이치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원리로 살아가고 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그 효과가 증대된다.

적당한 운동도 건강엔 필수적이다. 운동을 통해 땀을 흘릴 때 노폐물도 함께 배출되며 과잉으로 축적된 영양소를 태움으로써 몸이 가벼워진다. 가벼워진 만큼 일상생활이 편하게 되고 몸에 부담도 덜 가며 마음도 한결 가볍다. 배설 작용도 마찬가지다. 오래 참기만 하면 막히게 되어 결국 병으로 돌아오게 된다. 불필요한 감정과 스트레스는 배출하고 해소해야 하며 피로도 쌓이기 전에 풀어줘야 한다. 육체적 심리적 정신적 욕구 불만이 해소되지 않고 계속 참거나 방치하게 되면 어느 순간 폭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숨 쉬는 것을 비롯해 신진대사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비우고 버리고 내려놓음으로 나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관점을 우리의 삶의 영역으로 확대해 보면 어떨까?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 중에 불필요한 것들을 솎아내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한다. 일단 눈에 보이는 것 중에 평소 잘 쓰지 않는 물건들, 먼지가 수북이 쌓인 것들을 골라낸다. 골라내는 것에는 버릴 것, 남에게 줄 것, 창고에 보관할 것을 구분해 정리한다.

그 다음으로 비워진 후 생긴 공간을 활용해 정리를 하는 것이다. 공간이 없으면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공간이 생기면 이제 그 곳으로 무언가를 채울 수 있고, 빈 채로 둘 수도 있다. 따라서 비어 있다는 것은 단지 텅 비어서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아니다. 채울 수 있는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없음(無)은 있는 것이 아니라 참된 있음(有)이기도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계에 적용해 보는 것이다. 물건들 간의 관계 또는 물건과 나와의 관계를 생각해 보자. 물건들을 배치할 때는 서로 어울리는 것을 모아 놓는 게 좋다. 그것이 만들어 내는 조화가 중요하다. 각자가 갖고 있는 에너지가 있지만, 함께 존재할 때는 서로 파장을 주고받기 때문에 새로운 에너지가 형성되어 새로운 에너지체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어울리지 않는 물건들은 관계의 부조화를 만들기 때문에 좋지 않은 파장을 만들어 낸다. 그것을 느껴보면서 조화로운 배치를 해보면 된다. 그것과 나와의 관계를 느껴보는 것이다. 결국 그 물건들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물건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의 파장을 느껴본다. 불편하다면 조절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면 된다. 물건 전체를 없애거나 옮길 수도 있고, 그 중에 하나를 조정할 수도 있다. 그것은 자신의 감각과 경험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감각과 통찰은 일상생활에서 주의를 갖고 사물을 대하는 것에서 좋아지며, 명상 훈련을 통해 습득할 수 있다. 명상의 기본 토대는 비움이다. 숨을 비우고 생각을 비움을 통해 저절로 채워지고 바른 통찰이 생기는 것이다. 아울러 신진대사 안에서 비움의 과정, 사물과 사물, 나와 사물 사이 비움의 과정을 통해 얻은 힘과 깨달음으로 인해 우리의 의식은 더 확장되고 삶은 보다 정돈되고 행복해 질 것이다.

 

도연스님은

카이스트 스님으로 알려진 도연스님은 카이스트에 입학해 전자공학을 공부하다 돌연 출가의 뜻을 품고 스님이 되었다. 이후 카이스트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에서 에너지 명상과 참선을 지도했으며, 2015년에는 카이스트 기술경영학과를 10년만에 졸업 하고 오대산 월정사에서 원명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016년 사미계를 수지하고, 현재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어린이, 대학생, 청년부 지도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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