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24일 오후 6시 영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제3회 선재들의 구법행2562’ 대원선재합창단과 대원해련합창단의 육법공양 신곡발표회가 열린다. 쉽지 않은 여정에 나선 영도 대원사(주지 담화림스님) 합창단들의 현장 이야기를 연재로 담고자 한다.

드디어 대망의 녹음  날이다.

녹음이 진행된 장소는 11월 24일 대원사 합창단의 신곡발표회가 열릴 영도문화예술회관이다. 녹음은 토요일은 소프라노, 일요일은 알토로 따로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10가지 육법공양 찬불가를 만든 김도현 작곡가

소프라노 녹음이 진행된 토요일, 이날 처음 김도현 작곡가를 만났다. 현 부산시민합창단 상임지휘자이기도 한 김도현 작곡가는 서울대 음대 성악과와 한양대 대학원 음악과를 졸업했다. 동아대 예술체육학과 음악교수와 부산국제합창제 심사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09년 부산오페라합창단을 창단해 2011년까지 예술총감독을 역임했다. 이밖에도 그는 화려한 이력을 지녔다.

주로 성악과 오페라, 뮤지컬 등의 무대를 진두지휘한 그가 불교음악 작곡이라, 김도현 작곡가는 처음 육법공양에 사용하기 위한 10곡의 찬불가 작곡 섭외를 받고 불교에 깊은 이해가 없는 범인으로서 그 작업을 해낼 수 있을까하며 망설임을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숙고 끝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의 음악인으로서 이번 작업은 ‘의미 있는 사명’이라고 사료됐고 용기를 내보기로 결심했다.

김도현 작곡가는 “열 가지 곡에 쓰인 소재들을 살펴보면 사찰의 북소리, 풍경소리, 종소리, 산중에 울려 퍼지는 범패와 스님의 염불독송, 고즈넉한 새벽 사찰에서 느껴지는 장엄하고 신비한 기운, 흥겹고 소박한 우리 민요의 선율적 아름다움을 우리가 접하고 있는 서양음악, 민속악기, 관현악기를 통해 ‘우리만의 소리’로 나타내 보이고자 노력했다.”며 이번 작곡에 관한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소프라노 단원들이 자리에 앉아 각자 연습에 들어간다.
악보를 보며 조금씩 음을 맞춰 본다.
녹음에 앞서 입과 몸을 푸는 단원들

오전 10시 30분, 작곡가는 녹음에 앞서 단원들의 잠긴 목과 경직된 몸을 스트레칭으로 풀었다. 시작 전 가벼운 이야기로 서막을 열었고, 금세 분위기가 밝아졌다. 그속에서 대원선재합창단의 대표학생을 맡고 있는 단원이 눈에 띄었다. 늘 웃는 얼굴로 합창단의 분위기 메이커를 맡고 있는 단원이 어쩐 일인지 의기소침 기운이 없다. 슬쩍 말을 걸자 옆에 있던 지휘자 선생님이 대신 답을 한다. “이틀 전 연습 날 처음으로 울었어요. 속상해서요.”

선재합창단원들은 어린 아이들이지만 여러 차례 큰 무대에 선 ‘베테랑’이다. 타이트하기로 소문난 대원사 합창 연습에도 여태껏 단 한 명도 눈물을 흘린 적이 없다고 한다.

“무슨 일로 울었냐고 물었더니, 몸이 힘든 건 참겠는데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지적받으니까 속상했나 봐요. 동생들은 안 따라와 주고, 목소리는 잠겨서 내 마음처럼 나오지도 않고…”

단원들은 일주일에 많게는 4회 정도 연습을 위해 모였다. 한번 연습을 시작하면 대충은 없다. 쉽지 않은 일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대중에게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김도현 작곡가는 “고심 끝에 감히 세상에 내어 놓지만 한편으로는 설익은 작품을 분별없이 함부로 내세운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기도 했다.”며 “다만 모두가 애쓴 진심이 청중들에게 전달됐으면 하는 마음과, 이 작품이 작지만 향후 한국 불교음악 발전에 기여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날 녹음에는 붓다선원 좋은소리 합창단이 동참해 뜻을 더했다. 정법계진언을 시작으로 해탈향, 반야등, 감로다, 보리과, 선열미, 만행화, 운심게, 예참, 보공양진언(헌공문) 10곡의 녹음을 진행했다. 그러나 비교적 수월할 것이라 예상됐던 전반부에서부터 차질이 생겼다.

단원들에게 ‘말하듯 노래하라’고 조언했지만 자꾸 같은 구절에서 실수가 반복되자, 음부터 호흡까지 세심하게 다시 체크한다. 그래도 제 음을 찾지 못하는 단원들의 모습에 지도자는 속상하다. “음을 기억하고 소리를 내세요.” 잘못된 예를 직접 들려주며 음정을 다시 잡아준다. 그렇게 오전부터 시작된 연습은 해가 질 무렵까지 이어졌다.

점심 공양 후 이어진 오후 연습은 더욱 진지하다. 마의 7, 8, 9, 10구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다시”라는 말이 수없이 들려온다. 작곡가 교수님의 지휘가 열정적이다. 단원들도 그 모습에 한 번 더 힘을 내어본다. 마침내 제 음이 났다. 작곡가는 단원들을 향해 엄지를 치켜 올리며 다음 구절을 부추긴다. 그 신호에 자신감이 붙었는지 하나둘 음이 맞춰 들어간다. 오후 6시 드디어 소프라노 최종 녹음을 마쳤다. 이제 일요일 알토 단원들의 녹음만 더해지면 신곡 녹음은 끝이다.

이로써 신곡발표회 최종 D-day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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