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24일 오후 6시 영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제3회 선재들의 구법행2562’ 대원선재합창단과 대원해련합창단의 육법공양 신곡발표회가 열린다. 쉽지 않은 여정에 나선 영도 대원사(주지 담화림스님) 합창단들의 현장 이야기를 연재로 담고자 한다.

‘육법공양 신곡발표회에 초대합니다.’

부산시 영도구 동삼동 소재 '대원사(주지 담화림스님)'

대원사 합창단과의 첫 만남은 이 초대장으로부터 시작됐다. 초대장은 대원선재합창단과 대원해련합창단이 육법공양을 찬불가로 작곡해 발표한다는 내용이었다. 흔히 육법공양은 반주에 맞춰 사회자가 대본을 읽으며 의식을 진행한다. 그런데 ‘일반적인 육법공양이 아닌 노랫말과 음을 더해 의식을 행한다.’ 참으로 새롭고 궁금했다.

절 앞마당은 이미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 지 오래다. "조심해 넘어진다!" 말해도 그저 "꺄르르" 웃으며 신이 났다.

올해로 창단 3주년을 맞은 대원선재합창단과 지난 8월 결성한 대원해련합창단은 새내기 합창단에 가깝다. 선재합창단은 2015년 12월 초등학생으로 결성된 어린이합창단으로, 아이들이 노래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다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부처님 도량에서 음악으로 고운 마음을 낼 수 있는 선재동자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대원해련합창단은 자모들로 구성된 성인합창단이다. 아직은 10명 남짓한 인원이지만 아이들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 있다. 성인합창단이 생기고 어린이합창단이 생기는 보통의 경우와는 달리 대원사에는 선재합창단이 엄연한 ‘선발대’이다.

이날은 토요일이라 연습실에서 '합창단 전체 연습'이 진행됐다.
법복을 맞춰 입은 해금반 아이들, 이들을 지도하는 윤이경 선생님과 향원스님  
대원사 기타반과 아이들을 이끄는 박진성 선생님

대원사 합창단은 매주 화요일 저녁 소프라노 개별연습, 목요일 저녁에는 알토 개별연습이 진행된다. 방문한 토요일은 알토와 소프라노 파트의 전체연습이 있는 날이다. 대원사에는 합창단 외에도 해금반, 기타반, 다도반, 댄스수업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주말이면 다실과 연습실, 앞마당까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대원사 주지 담화림스님
향원스님

대원사에는 주지 담화림스님과 지도법사 향원스님이 주석하고 있으며, 숨은 살림꾼 자모회가 있다. 스님과 신도, 신행단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도량으로서 매우 체계적인 사찰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아이들은 스님에게 선물받은 법복을 좋아한다.

담화림스님은 2014년 주지 취임 후 제일 먼저 도량정비에 나섰다. 불사를 시작하자 주위에서 하나둘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스님은 부처님오신날이 오면 아이들에게 법복을 선물했다. ‘영도 대원사’라는 로고가 박힌 법복 조끼를 입고 절에 오는 것은 큰 홍보효과를 일으켰다. 이번 부처님오신날에는 아이들에게 회색과 분홍색 단복을 선물했다. “아이들이 법복이 있으니 절에 올 때 걱정 없이 편히 옵니다. 법복을 입음으로써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지요. 아이들에게 법복을 선물한 것은 부처님오신날의 의미와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기는 취지이기도 합니다.”

서른 명 합창단원이 들어서면 딱 들어 맞는 연습실

오전 10시 합창단의 연습이 시작됐다. 연습실은 대웅전과 다실, 요사채가 있는 건물 1층에 위치하고 있다. 연습실은 서른 명 남짓한 선재합창단원이 들어서면 가득해 보일 정도의 규모다. 주지 스님은 “비좁아 사진 찍기도 불편할 텐데”하며 걱정했지만 아이들이 집중하며 연습하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싶었다.

선재와 해련 합창단을 이끌어 가는 박지민 지휘자

선생님의 신호가 떨어졌다. 본격적인 합창 연습에 들어가자 아이들은 지휘에 따라 하나둘 음을 맞춰간다. 대원선재합창단원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돼 있다. 소프라노 20명, 알토 9명 총 29명의 단원이 합을 맞춘다. 그 속에서도 고학년 언니 오빠들의 면모는 달랐다. 소란스런 분위기에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금세 긴장모드를 갖춘다. 장난꾸러기 동생들을 타이르며 의젓한 모습을 보인다.

선생님 호통에 이탈하던 음색이 하나둘 제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최상의 무대를 위해 어린 단원들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호랑이 선생님’을 자처한다. “좋아! 그렇지” 선생님의 지도 비법이다. 잘할 땐 크게 칭찬하고 격려한다. 금세 아이들의 목소리에 기운이 넘쳐난다.

'우리는 알토!'
알토 단원은 9명이지만 그 이상의 몫을 해낸다.

소프라노 연습은 무사히 통과, 알토 연습이 남았다. 알토는 아이들과 자모, 스님이 함께한다. 인원이 많지 않아 전체연습보다 더 집중된다. 묵직한 음색처럼 알토 단원들의 차분한 기운이 합창단 전체를 안정감 있게 끌고 간다.

아이들은 연습할 때도, 놀 때도 늘 항상 모여 있다.

선생님은 단원들의 부족한 부분은 세세히 지도한다. 반복 또 반복,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고 하나둘 지친 기색이 보인다. 드디어 기다리던 쉬는 시간이다. 단원들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돈다.

치킨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공양간으로 달려간다.

방문한 날은 지난 4일 영도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지역 민간 합창단 연합공연인 ‘영도대합창’을 원만하게 끝마친 단원들을 위해 치킨 파티가 열리는 날이었다. 스스로 일군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 더 좋아한다. 점심시간이 되자 “치킨!”을 외치며 공양간으로 달려간다.

눈높이에 맞춰 대해주는 스님을 아이들은 무척이나 잘 따른다.

대원사 주지 담화림스님은 “저는 ‘절에 오는 것이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가고 싶은 곳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대중과 가까워져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라며 합창단 창단 계기를 설명했다.

사실 스님은 범어사 소임을 살던 시절 매섭기로 유명했다. 법회나 중요한 행사가 열리는 날이면 스님의 눈초리를 피해 행동을 조심해야 했다. 그 매섭던 모습이 무색할 만큼 지금 스님의 미소는 너무도 인자했다.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일이기에 몸가짐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많은 대중이 오가는 곳이기에 더욱 본(本)을 지키려 했었지요. 하지만 제가 이곳에 소임을 맡고부터는 승가와 재가가 화합해 부처님 가르침을 펼쳐가는 것이 포교이고 전법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부처님 제자로 출가해 25년 동안 부처님의 은혜, 스승님의 은혜, 반연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지난해 ‘선재들의 구법행2561 제2회 정기연주회’를 진행했습니다. 연주회 후 많은 고민을 했고, 1년여 간 김도현 작곡가와 함께 육법공양의식 찬불가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또한 스님은 “육법공양을 올릴 때 다도회만 분주히 움직이고, 합창단은 가만히 있는 경우가 다수”라며 ‘다도회와 합창단이 함께 의식을 행하면 더욱 여법한 육법공양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하여 정법계진언부터 보공양진언 헌고문까지 총 10가지의 곡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한 자리에서 10곡을 부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 걱정과 근심을 많이 했습니다. 혹 실수가 있더라도 첫 무대이니 우리 선재들과 해련합창단원들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스님의 이러한 원력이 오가는 발길 없이 적적했던 도량을 ‘동삼동 사랑방’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대원사의 새 닻이 올랐다. 선재들의 구법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무대는 지금부터다.

저작권자 © e붓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