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물 두살, 취업 준비, 대학공부, 연애(?), 다사다난한 청춘의 변곡점에서 한 학생이 대만으로 떠났다. 목적은 여행도 아니요, 관광도 아니다. 그것은 지리적인 목적지가 아니라, 거리를 알 수 없는 내면의 목적지를 향한 여정이었다. 대만 불광사에서 한 달간의 귀한 여정을 마치고 온 장원석(부산대학교 공과대학 건설융합학부 토목공학과) 학생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대만 불광산사 템플스테이 대만 여행

드디어 7월 31일이 되었다. 15일간의 오리엔테이션, 기본적인 수도원 생활, 기초 불교 교리 교육과 수행, 7일간의 본격적인 집중함양과 참선 수행, 3일간의 삶과 선에 관한 국제 청소년 세미나 등 정식 수련 일정은 모두 마친 것이다. 이제부터는 모든 참가자들이 실제로 가장 기대했던 대망의 ‘보물섬’ 혹은 ‘포모사’라고 불리는 대만을 관광하며 경치를 즐기는 현지 문화경험이 시작된다. 관광은 8월 1일부터 이틀간 진행되었다. 모든 참가자들에게 한 달간 템플스테이 하면서 수고했다는 격려 차원에서 관광 기회를 주는 것이다.

관광은 불광산사에서 나누어 준 단체복을 입고 불광산사 소속 버스로 이동했다. 호수에서 배도 타고 관광단지 산책도 했다.

埔里元首館이란 공원은 내부에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조형물이 나열되어있었다. 김정은 위원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강남스타일 말 춤을 흉내 내는 조형물도 있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 춤 조형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외국 친구들은 조형물 앞에서 강남스타일 말 춤을 따라 하기도 했다. 내가 이 조형품의 인물들을 아느냐고 물었다. 남자는 김정은 같은데 여자는 모르겠다고 하였다. 조형물 앞에 Let’s 騎馬舞 代表人物分別是南北韓的領導人 金正恩和朴槿惠 이라는 설명이 있었는데도 한자를 친구들이 모르는 것은 이해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모른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 촛불시위로 탄핵된 대통령을 모르냐고 물었다. 대부분 친구들이 모른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촛불시위로 인한 평화적인 탄핵이 세계 역사상 유래 없는 사건이었으나 외국친구들은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런 와중에 강남스타일 말 춤은 즉시 흉내 내었다. 정치보다 문화의 힘이 더욱 강력하고 무서운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세계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한류 붐이 자랑스러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모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일본 욱일기까지 새겨진 옷을 입고 있는 일본 수상 아베도 모른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웠다. 하도 답답하여 몇 번이고 아베를 설명하려 했지만, 그들은 오히려 아베를 모른다는 사실에 답답해하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았다. 그들은 우리와 달리 정말 정치에 무관심한 것 같았다. 이로써 세상은 넓고 관심분야는 다양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다.

이제까지 모든 사람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의 모든 것에 대하여 강박관념을 가지고 내 자신에게 얽매여있었는데 현실에는 모두들 나에게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인식하고 나니 얽매였던 구속의 사슬에서 벗어나는 것 같았다. 이제부터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자한다.

그러다가 한 친구가 트럼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내가 한국 사람들이 전에는 트럼프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긍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은 잘 이해를 못했는데 프랑스 친구가 남북정상회담의 영향이냐고 물었다. 자칭 사이언티스트라고 하는 프랑스 친구는 엘리트 면모를 그지없이 드러내었다.

대만의 대표적인 다섯 분의 정치지도자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다섯 사람에 대한 이야기했다.

동상 설명간판에 ‘蔣氏父子’라는 단어가 있어 인터넷에서 찾아 장개석(蔣介石)과 장경국(蔣經國) 부자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나 나머지 3명은 모른다고 했다. 외국 친구들은 나의 해박한 역사지식에 놀라워했지만, 사실 나는 한자를 이해하고 아시아 역사의 큰 흐름만 알았을 뿐, 기본적인 상식을 토대로 인터넷 빅데이터를 활용한 게 다였다.

뽀로로 같이 보이는 인형 앞에서도 사진 찍으면서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만화 뽀로로 같다고 우겨보았다. 음악에서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에서도 선도적인 모습을 보이는 문화 강국으로서의 우리나라가 자랑스러웠다.

타임지 조각

 

타임지 조각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세계에서 대표적인 언론으로 타임지를 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언론사 가운데 세계인이 대표적인 언론으로 생각하는 언론사가 나왔으면 하고 기대해 보았다. 관광하면서도 주위 사찰에 들어가서 모두 예불하였다. 우리는 다시 불광산사 수도원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이번 관광을 통해 대만의 핵심적인 문화를 이해할 수 있었고, 대만 정치사도 이해할 수 있었다. 참으로 값진 경험과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대만 불광산사 템플스테이 폐회식

8월 3일 아침 식사 후 폐회식이 진행되었다. 모두 모여서 정열을 하고 의식에 맞추어 독경하였다. 그 다음 법당 안을 몇 차례 돌았다.

해산식이 거행됐다.
한 달간의 긴 여정이 끝나고 수료증을 받았다.

그리고 수료증을 받고 단체 사진도 찍었다. 수료증을 받고 나니 정말 기쁘고 뿌듯했다. 이로써 불광산 수도원 템플스테이 공식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었다.

모든 공식 일정이 끝난 뒤 해산파티가 열렸다.
현지식을 비롯해 다양한 음식이 차려졌다.
각자 장기를 펼치며 즐거운 해산파티가 진행됐다.
정들었던 스텝들과 함께 이 시간을 추억했다.
한 달간 동고동락하면서 어려움을 같이한 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못내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해산 파티가 열렸다. 해산파티는 뷔페식 식사와 함께 장기자랑 대회가 있었고 단체 율동도 했다. 해산파티를 대비해 우리나라 전통 음악 율동 등을 익혀두면 우리문화를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해산파티를 대비한 장기 하나가 없는 내 자신이 아쉬웠다.

'noble silence(침묵)'

우리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각자 슬로건을 적었다. 나는 noble silence라는 슬로건을, 필리핀 친구는 simplify life라는 슬로건을 적었다. 유럽과 미국 친구들은 학교 다니다가도 휴학해 인생을 관조하고 싶다고 하면 부모님께서 동의하고 적극 지원하여 준다고 했다. 대학 졸업 후 1~2년 직장 생활을 하며 돈을 모아 자신의 삶의 목표를 찾아서 자아실현을 위해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하면 좋은 생각이라며 격려해 준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시아 나라에서는 이런 생각을 상의하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우리들도 자유로운 상상과 모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곳에서 한 달간 동고동락하면서 어려움을 같이한 친구들과 헤어진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 공자께서 세 사람이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고 했는데 참으로 나에게 많은 가르침과 깨달음을 준 고마운 인연들이었다. 옷깃만 스쳐도 과거 수백 년의 인연이라고 하는데 한 달간 동고동락하면서 수행한 인연은 대단한 것 아니겠는가! 그 인연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

불광산 수도원 입구에서 스텝과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나는 훗날을 기약하면서 친해진 친구들의 이메일과 스마트폰 연락처를 서로 주고받았다. 나는 다시 돌아갈 나의 일상을 생각하면서 한국에서 대만 템플스테이를 기억할 것이다.

끝으로 이런 인연을 맺어준 불광산사 스텝들과 2018 FGBMR 프로그램 소개와 함께 지원에 협조를 아끼지 않았던 천상(광원) 스님, 대만 德悅 스님과 性圓 스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다음에는 불광산사 템플스테이 후기와 못다 한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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