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물 두살, 취업 준비, 대학공부, 연애(?), 다사다난한 청춘의 변곡점에서 한 학생이 대만으로 떠났다. 목적은 여행도 아니요, 관광도 아니다. 그것은 지리적인 목적지가 아니라, 거리를 알 수 없는 내면의 목적지를 향한 여정이었다. 대만 불광사에서 한 달간의 귀한 여정을 마치고 온 장원석(부산대학교 공과대학 건설융합학부 토목공학과) 학생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대만 불광산 템플스테이 순례

불광산사는 역사가 짧아 건물 자체의 역사성과 고풍스러움은 없었지만, 건물배치는 불교 교리에 맞추어 잘 구성되어 있었고 수행하기 편리하게 건립된 느낌이었다. 불광산(佛光山)을 별칭으로 삼보산(三寶山 FGS Triple Gem Mountain)이라고도 지칭하며, 승보산(僧寶山 불광산사, Fo Guang Shan Monastery), 법보산(法寶山 장경루, Sutra Repository), 불보산(佛寶山, 불타기념관, Fo Guang Shan Buddha Museum)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불광산 삼보산

우리나라에서 통도사를 불보사찰, 해인사를 법보사찰, 송광사를 승보사찰이라 하여 삼보사찰로 중요시하는 것과 같이 승보산, 법보산, 불보산 등 3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특색 있게 나누어 조성하고 있는 것 같았다.

불광산은 자체가 워낙 넓어서 순례하듯이 다니며 설명을 듣고 하였다. 순례할 때는 청소에 필요한 도구와 수건 등을 걸망에 챙겨 넣어 매고 걸었다. 마치 수행자가 된 기분이었다.

불광산사 내부를 순례했다.

순례할 때 햇빛을 막을 모자도 나누어 주었고 자주 비가 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우의도 준비하여 나누어 주었다. 산사는 중간 전망대에서도 가오슝 시내가 보일 정도로 거대한 규모였다.

많은 불상이 있는 건물은 우리가 머무는 숙소로 8층 건물이며, 이곳이 불광산 중에서 승보산에 속하는 불광산사이다.

장경루 앞에서 단체사진을 남겼다.

불광산 법보사인 장경루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장소를 나누어 청소하였다.

아기 부처님을 관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처님오신날 행사 중 하나로 몸과 마음이 정화되기를 바라며 아기부처님을 관욕한다. 관욕을 통해 부처님께서 태어나자마자 사방으로 일곱 걸음씩 간 다음에 스스로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가 모두 고통이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고 말씀하신 부처님의 탄생 설화와 원력을 상기시킨다. 이와 같이 불광산에는 불보산에 속하는 불타기념관에 아기부처님을 씻기며 소원을 비는 아기부처상이 있다. 아기부처님을 관욕하며 자기 스스로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며 모든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발원한다.

 

 

대만 불광산사 템플스테이 삼보일배

템플스테이 의식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가 삼보일배였다.

삼보일배

거리는 500m정도이었지만 계단을 올라가며 삼보일배 하는 것이 새로웠다. 삼보일배를 하면서 어떤 친구는 에너지가 소모되니 살이 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어떤 친구는 삼보일배 하면서 템플스테이에서 배운 내용과 자신의 삶에 대하여 참구했다고 한다. 나는 500m는 50,000cm이고 사람의 보폭은 자기 신장의 절반 정도인 70cm이니 몇 번 절을 하게 될 것이고, 몇 번 남았을 것이라는 것을 계산하면서 절을 했다. 내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냐면서 모두들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러시아 수학과 조교수는 자연 현상을 적분을 이용하여 설명했고, 나는 그 현상을 이중적분으로 설명해도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어떻게 그런 수학을 아는 것이냐며 놀라워했다. 나는 한국 학생들에게 이 정도는 일반적인 지식이라고 했다. 아직 전공이라고 할 수 없지만 공과대학생으로서의 전공냄새(?)는 숨길 수 없었다. 이런 사소한 사건에도 사고의 차이가 나는 것을 볼 때 전공 선택이 인생에 있어서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되었고 신중하게 결정되어야할 것 같았다.

 

 

대만 불광산사 템플스테이 수계의식

템플스테이 전 과정을 마치고 수계의식을 행하였다. 수계의식에서 실제 출가는 하지 않았지만 언젠가 출가를 희망하는 참가자들은 회색 도포를 입고 수계의식을 행하였고, 일반 참가자들은 수련복을 입고 수계의식을 행하였다. 수계식을 하기 전에 먼저 수계법복으로 갈아입었다. 수계법복을 갈아입고 의례에 맞추어 독경을 한 다음 일일이 수례의식을 집전하고 수례증서도 수여 받았다. 수계의식을 하며 아기부처님의 관욕의식을 상기하니 몸과 마음이 정화되어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는 수료증서를 가지고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었다. 한 달간 템플스테이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수계식 모습
수료증서를 받고 나니 한 달간의 템플스테이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삶과 선에 관한 국제 청소년 세미나

7월 7일부터 7월 21일까지 15일간의 오리엔테이션 및 기본적인 수도원 생활과 기초 불교 교리 교육과 수행을 마쳤다. 7월 22일부터 7월 28일까지 7일간은 본격적인 집중함양과 참선 수행을 교육했다. 7월 29일부터 7월 31일까지 3일간은 삶과 선에 관한 국제 청소년 세미나에 참석했다. 본 세미나는 전 세계에서 온 10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현대 불교 청소년 대회이다.

국제 청소년 세미나에는 성운대사께서 직접 참석하시어 인사말씀을 전했다. 가까이에서 성운대사를 직접 친견하고 말씀을 듣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든 참가자들이 가슴 벅차했다.

국제 청소년 세미나에는 성운대사가 법석에 올랐다.
많은 사부대중이 세미나에 참여했다.

성운대사께서는 사람은 약해보이지만 결코 약한 존재가 아니고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이란 강한 신념을 가지면 이룰 수 없는 일이 없으니 절대로 사주팔자를 보거나 믿지 말고 강한 신념으로 밀고 나아갈 것을 당부했다. 이는 자등명법등명(自燈明法燈明)의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어머니가 중국계인 필리핀 친구는 어떤 이유에서 어머니께서 사주팔자를 너무 자주 보고 믿어서 자기에게 사주팔자에 정해진 삶을 강요해 괴로웠는데, 이런 설법을 듣고 너무 좋아하였다.

템플스테이 참가자 가운데 개회식 대표로 참가할 지원자들을 선발해 세미나 참가자들과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공동으로 개회식을 거행하였다.

본 템플스테이와 세미나를 계기로 세계 어디에 가더라도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 의사를 개진하고 논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참으로 값진 경험과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또한 서구 청소년들이 아시아 문화와 역사, 그리고 불교에 이토록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템플스테이 참가한 친구들이 자국에 놀려오면 숙박을 책임지겠다며 나를 초대했다. 나는 그들에게 한국에 놀려오면 템플스테이를 체험시켜 줄 수 있다고 하며 불광산사는 역사가 5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현대식 건물이지만 한국의 사찰은 역사가 천년 이상 되어 고풍스럽다고 말했다. 또 이번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사찰 7곳으로 구성된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고 자랑했다. 더불어 통도사와 송광사, 봉은사, 범어사 등 영문 설명이 있는 사찰들의 사이트도 찾아서 알려주었다. 그런데 세계문화 유산인 팔만대장경이 있는 법보사찰인 해인사는 영어 설명 사이트가 없어 아쉬웠다. 해인사 가야총림 초대방장으로 주석하시었던 효봉스님께서 대한불교 조계종 통합종단의 초대 종정으로도 역임하셨다. 역대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으로 효봉스님을 비롯한 성철스님, 혜암스님, 법전스님 등 대한민국 대표적인 선승들도 수행하고 주석했던 해인사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사찰이다. 이런 사찰에 영어 설명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대만과 일본에는 문화재에 대하여 영어 설명은 기본이다. 우리의 문화적 낙후성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불교계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다음에는 관광과 해산식에 관하여 계속 이야기하고자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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