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물 두살, 취업 준비, 대학공부, 연애(?), 다사다난한 청춘의 변곡점에서 한 학생이 대만으로 떠났다. 목적은 여행도 아니요, 관광도 아니다. 그것은 지리적인 목적지가 아니라, 거리를 알 수 없는 내면의 목적지를 향한 여정이었다. 대만 불광사에서 한 달간의 귀한 여정을 마치고 온 장원석(부산대학교 공과대학 건설융합학부 토목공학과) 학생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7월 7일부터 21일까지 15일간의 오리엔테이션, 기본적인 수도원 생활, 그리고 기초 불교 교리 교육과 수행을 마치고 7월 22일부터 7월 28일까지 7일간의 본격적인 집중함양과 참선 수행에 들어갔다.

7일간의 고요한 집중함양과 참선 수행에는 15일간 학습하고 익힌 내용들을 바탕으로 집중적으로 명상을 하지만, 운동, 독경, 청소, 그리고 차담도 병행하였다. 명상은 묵언으로 진행되었고 인중에 의식을 집중하면서 소위 수식관을 행하였다. 가능한 한 마음 깊은 내면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강도 높은 수행을 진행하면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집중함양과 참선 수행이라고는 하지만 여러 과정이 기초 불교 교리 교육이나 수행과정과 겹치고 중복되는 사항이 많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중구난방이 되어 이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체계적이지 못한 것 같다. 갈래별로 기술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것 같아서 나누어 서술하였다. 또한 한정된 지면 사정으로 한 편에 서술할 수 있는 내용을 어느 정도 조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여기서 서술되는 내용이 반드시 집중 함양과 참선 수행에서 행해진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양해 바란다.

 

 

정보화 사회를 절감하다

불광산사 템플스테이 신청을 마치고 1차 서류 통과와 함께 비디오 인터뷰 면접을 통보 받았다. 인터뷰는 20분~45분간 진행되며, 인터뷰 전에 첨부한 템플스테이 가이드북을 숙지하여 템플스테이 규칙을 익혀둘 것을 고지했다. 또한 인터뷰를 위한 기본사항들을 작성하여 제출해야 했으며, 인터뷰를 위한 마이크와 스피커, 와이파이 등도 사전에 점검하도록 하였다.

면접서류 작성 양식

비디오 인터뷰를 위한 Messaging APP을 ype, Google Hangouts, WhatsAPP, Facebook Messenger, LINE, WeChat 등 유명 앱을 거의 활용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내 경험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주최 측의 편의에 따라 본인들이 익숙한 특정 앱을 활용하면서 그 앱을 설치하도록 권유하고 있는데, 불광산사에서는 특이하게도 세계 각국의 다양한 지원자들을 위하여 거의 모든 앱을 활용하고 있었다.

또 하나는 필요에 따라 동영상 강의를 듣고 Skype로 화상채팅을 통해 질의응답을 한다는 사실이다. 고리타분하다고 느꼈던 불교계에서 현대과학기술을 도입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대만 불광산사 오기 전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하였던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출국 전날 부산대학교 교환학생 가이드 프로그램인 ‘2018학년도 2학기 PNU Buddy’를 신청하였는데, 대만에서 2018년도 2학기 PNU Buddy 합격자 알림과 매칭 상대학생 안내 및 오리엔테이션 안내에 관한 메일을 확인하였다. 템플스테이 관계로 오리엔테이션 참석할 수 없다고 양해를 구하니 메일로 필요한 사항을 모두 전해주었고 나는 WeChat으로 매칭 상대학생인 중국 학생과 연락하고 필요한 조치를 모두 수행하였다. 한국과 대만, 중국의 국경을 초월하여 이 모든 것이 대만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동시에 수행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정보화 시대에 모든 업무를 시간과 공간의 한계가 없이 진행할 수 있음을 명실상부하게 체험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정보화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침 명상과 노동

7일간의 본격적인 집중함양과 참선 수행일정은 여러 가지 사정상 스케줄 변경이 있었다. 새벽 5시에 기상하여 20분간의 아침 운동이 예정되어있었는데, 5시 20분에 일어나 30분간 명상과 아침식사, 방 청소, 개인 빨래, 잔디 정리 등으로 바뀌었다.

아침 명상하는 모습
자리에 착석해 준비를 마치고 식사에 필요한 경을 독경하면 배식당번이 음식을 배식한다.
사찰 울력과 마찬가지로 불광산사 수도원에서의 노동 역시 중요한 배움 중 하나이다.

식사는 당번에 의해 미리 정돈된 자리에 착석하면 배식당번이 음식을 나누어준다. 철저하게 금어(禁語)하여야하며, 착석한 참석자들은 식사에 필요한 경을 독경한다. 명상과 수행도 소중하긴 하지만 불광산사 수도원 청소 등 노동은 참으로 귀중한 경험이었다. 집에서도 잘하지 않았던 청소를 하면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도시에서 태어나 생활해 온 나에게 잔디 정리는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던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모두들 자연의 내음을 맡으면서 노동을 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았다. 사람이 자연 속에서 얼마나 정화되고 순화되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새벽에 일어나 운동과 명상을 하고 나면 맑은 정신에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나 자신도 모르는 소견들이 일어났다가 사라지곤 하였다. ‘언제 어떻게 내가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나.’하는 의문이 들었다. 가끔은 내가 내 자신이 아님을 인식한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주변 환경을 청소하듯 내 스스로를 청소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잡념이 없는 상태일까, 아니면 어떤 상태일까? 내 자신을 청소하는 방법을 익히고 깨닫고 싶다. 불광산사에서는 ‘고요한 가운데 아무런 생각하지 않고 잡념 끊기’와 ‘잡념을 거부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내버려두기’ 등을 권유하였다.

 

 

불교 의식과 독경

필요에 준하여 다양한 독경과 불교 의식을 배우고 익혔다. 독경은 외울 땐 앉거나 서서 하였다. 또한 운율에 맞추어 절도 했다.

운율에 맞춰 독경할 땐 내면에서 알 수없는 힘이 느껴졌다.
서서 독경을 외운다.
예불의식
많은 인원이 '하나됨'을 느꼈다.

운율에 맞추어 경을 독경할 때 마음이 정화되고 스트레스가 해소됨을 느꼈다. 의미를 정확히 몰라도 운율에 맞추어 함께 독경할 때 알 수 없는 내면의 희열과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모든 종교 의식에서 노래와 율동, 독경이 있는 것 같았다. 단체로 규칙적인 절을 하는 것도 율동의 하나로 생각되었다. 혼자서 하면 할 수 없을 것 같은 의식을 단체로 규율에 맞추어 하면 어렵지 않게 수행할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조직과 친구가 중요한 것 같다.

 

 

실내 명상, 걷기 명상 및 운동

명상은 실내 명상과 걷기 명상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었고, 중간 중간 스트레칭과 운동을 겸하였다. 특별활동으로 요가를 선택한 참가자들에게는 요가학습도 진행되었다.

실내 명상
걷기 명상
이탈리아 국적의 스님의 태극권 시범을 보였다.

 

지도에 따라 실내 운동을 하는 수행자들
요가는 잠들어 있던 몸과 마음을 깨어나게 한다.

실내 명상은 우리나라와 달리 높은 의지 위에서 행하였다. 명상 중에 졸면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긴장하여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경험적으로 그렇게 했을 것 같다. 아니면 습도가 높아서 바닥보다는 책상 위에서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앉아서만 명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걷기 명상도 곁들어 건강도 챙기고 효율성도 높이는 것 같았다. 이탈리아 국적의 스님이 태극권 시범을 보이며 운동을 지도하는 것이 특별해 보였다. 나는 요가 특별반을 지원하는 대신 중국어 상급반을 지원하여 중국어를 지도받았다. 새로운 언어를 공부하는 것은 힘이 들고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글로벌화 된 현대사회에서는 참으로 중요한 것 같다. 통역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것은 한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기위해서는 절대적인 것 같다.

 

 

불교 종교적 가르침과 차담

대만 불광사 템플스테이 집중 함양과 참선 수행에서도 시간을 정하여 종교적인 지도를 받고, 또한 차를 마시면서 종교적인 지도를 받았다. 명상 이후에 차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였다.

종교적 지도

대화 시간에는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이번 주제는 ‘당신의 삶은 행복한가? 아니면 스트레스와 혼란을 느끼고 있는가?’였다. 우리 삶에 있어서 실질적인 중요한 주제들에 대하여 화두를 던지고 대화를 나누었다. 저녁 식사 이후에도 30분간 명상과 20분간 휴식을 2차례 반복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명상의 시간에 고요함을 취해보기도 하고 불광산사에서 배운 대로 시도하여 보기도 하고, 내 자신의 삶을 생각하여 보기도 하였다. 또 ‘앞에는 맹수가 있고 뒤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까마득한 낭떠러지에서 어떻게 위기를 탈출하겠는가?’와 ‘우물 속에 갇힌 나그네가 어떻게 하면 출신활로(出身活路)를 얻겠는가?’하는 안수정등(岸樹井藤)도 생각해 보았다.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미래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는 이 시대 우리에게 가장 절박하고 절실한 화두가 아닐 수 없다.

굉장히 빠듯하고도 어려운 일정이었고 앉아 고요히 생각하는 것이 몸에 베여 있지 않아 힘든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고요한 명상의 생활 패턴에 적응하여 보람찬 결실을 거둔 나에게 스스로 대견할 뿐이다. 그렇게 어느 듯 하루가 저물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삶과 선에 관한 국제세미나와 지면상 못 다한 이야기를 계속하고자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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