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물 두살, 취업 준비, 대학공부, 연애(?), 다사다난한 청춘의 변곡점에서 한 학생이 대만으로 떠났다. 목적은 여행도 아니요, 관광도 아니다. 그것은 지리적인 목적지가 아니라, 거리를 알 수 없는 내면의 목적지를 향한 여정이었다. 대만 불광사에서 한 달간의 귀한 여정을 마치고 온 장원석(부산대학교 공과대학 건설융합학부 토목공학과) 학생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대만 불광산사 1개월 템플스테이 체험기를 작성할 때, 처음에는 글만 작성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작성하면서 적절한 사진을 첨부해야할 것 같았다. 그런데 정식 수련 생활을 시작하면서 모든 IT기기가 회수 보관됐기 때문에 실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그래서 대만 德悅스님과 性圓스님께 필요한 사진과 정보를 부탁했다. 德悅스님과 性圓스님께서 친절하게도 수기를 작성하는데 필요한 사진과 정보를 제공해 줬고, 상세한 설명도 이뤄졌다.
내성적이었던 내가 필요에 따라 사람을 찾아서 부탁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아마 체험기를 작성하며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수확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미 글을 작성하기로 한 이상 최대한 글의 성격에 맞춰 작성해야 하는 게 나의 책무이니 부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실행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않았던 성과도 많이 얻었던 것 같았다. 이런 관점에서 이 글을 읽는 독자들 가운데 내성적인 친구들에게 자기 결점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 도전을 강력히 추천해본다.

 

대만 불광산사 템플스테이 : 등록과 숙소 배정

나는 7월 5일 오후 5시 도착하여 불광산 수도원(Fo Guang Shan Monastery, FGS) 일대를 관람하고 있었지만, 7월 7일부터 정식 등록이 시작됐다.

등록에 앞서 지원 신청서를 검토했다.

7월 7일 오후 2시까지 불광산 수도원 도착하라고 했지만, 7월 7일 오전 10시 정식 등록하면서 스마트폰 등 모든 IT기기를 회수했다. 특히, 처음 일주일 동안은 긴급 상황을 제외하고 외부와 일체 연락을 못하게 했다.
7월 7일 오후 2시가 되니 참석자 전원이 도착했다. 대만 불광산사 템플스테이 신청자는 400여 명이나 됐다고 한다. 그 중 선발된 참가자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60여 명이 참석했다. 여자가 40명, 남자는 20명이었다. 여자 참가자가 남자 참가자 2배 정도가 된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여자가 남자보다 더 종교적일까? 아니면 신앙적일까? 다른 한편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정신적으로 현실적으로 더 자유로운 것일까? 아무튼 한 달간 이들과의 생활이 기대됐고 변화된 나의 모습도 상상됐다.

등록하기 전, 대만 불광산사 스태프진에서 불광산사 템플스테이 지원 신청서를 검토하면서 미리 숙소 합숙할 멤버들을 나름의 기준으로 분류해 놓았다. 분류된 숙소 합숙 멤버들에게 숙소 안내가 진행되고 숙박 관련해 상세히 설명해 줬다. 2층 침대인 남자 숙소와는 달리 여자 숙소는 1층 침대로 구성돼 있었고 개인 세면바구니가 지급됐다.

여자숙소 실내 모습
개인 이름표가 붙여진 세면바구니가 지급된다.
보통 한 방에 8명이 함께 생활한다.

남자숙소는 한방에 2층 침대 4개가 놓여 있어 8명씩 생활하도록 돼있었지만, 나는 미국인 1명과 멕시코인 1명, 포르투갈인 1명, 필리핀인 3명 포함하여 7명이 같이 생활했다. 첫 일주일간은 완전히 스마트 폰 등 모든 IT기기를 사용할 수 없어서 자유 시간에 서로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틈틈이 서로 자기소개도 하고 참가한 이유 등 궁금한 사항들을 서로 물어봤다. 아시아 친구들과 달리 미국과 유럽 친구들은 자기주장과 의문을 적극 개진하고 이야기했다. 물론 영어로 대화를 나눴기 때문에 언어적인 장점을 충분히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보다 적극적이었다. 우리도 자기주장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교육이 진행됐으면 하고 기대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나라 놀려가고 싶다고 하니 그 친구들이 기꺼이 놀려오라고 말했다. 올 겨울에는 나의 시야를 더욱 넓혀봐야겠다.

 

대만 불광산사 템플스테이 : 오리엔테이션과 수도원 생활

등록을 마치고 숙소 배정이 끝나자 템플스테이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됐다. 먼저, 단체사진을 찍고 나서 템플스테이 스태프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단체사진
생활을 도와줄 스테프들을 소개했다.

다음으로 템플스테이에서 가장 중요한 식당과 식사 방법에 관해 상세히 설명했다. 돌아다니면서 직접 식당에서 요리하는 과정과 음식을 나누어 정리하는 방법 등을 설명해 줬다.

세계 각국에서 온 모든 참가자들에게 식사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고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안정감을 주기 위한 철저한 배려라고 생각됐다. 음식이 나누고 테이블 위에 어떻게 정리해 식사할 것인지를 설명했다. 젓가락 사용법과 채식요리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하고 개별적으로 젓가락 사용에 대해 실습도 하고 지도도 해줬다.

식사 방법을 설명하는 모습

세계 각국에서 참석해서 그런지 몰라도 기본 생활에 대한 설명이 철저했다. 그리고 저녁 식사는 규칙에 따라 진행됐다.

채식이었지만 다양한 재료와 다양한 형태의 요리가 제공됐고, 덕분에 질리지 않고 맛있게 먹으며 생활할 수 있었다.
오리엔테이션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서 서로 소개와 인사를 나누고 나니 이미 깊은 밤이었다. 여독에다가 야행성 생활에 익숙한 우리가 새벽 시간에 제대로 맞춰 일어나 수도원 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 모두 염려하는 것 같았다. 나부터 이런 저런 생각으로 좀처럼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일단 눈을 감으면 곤하게 잠에 떨어져 새벽에 제대로 일어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과 달리 긴장한 탓인지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는 것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
수도원에서 템플스테이하면서 얻는 소득은 정해진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실천에서만 얻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자기 스스로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고 실천하여가면서 성숙돼가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평소 깨어나기도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정갈하게 옷을 차려입고 명상에 참석하는 시간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경험이다. 사실 명상은 템플스테이 가운데 내가 가장 기대하였던 프로그램이었다. 내 스스로 내 자신을 알고 해답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스스로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자발적으로 명상을 하고 수행하는 것은 주어진 형식적인 프로그램보다 더 소중하게 다가왔다.

샤워 및 빨래는 공동으로 했는데, 날씨가 더워서 매일 빨래를 했다. 옷은 두벌씩 나눠줬지만 나는 가장 편한 옷 한 벌로 생활했기에 심지어 하루에 2번씩 빨래한 경우도 있었다. 3층 세면대에서 손빨래를 하고 8층 옥상에서 옷을 말렸다. 집에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는데 사람은 부딪히면 자기에게 필요한 일을 하게 된다고 생각됐다.

 

대만 불광산사 템플스테이 : 불교 공부 강습 

수도원 생활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2주간 본격적인 교육에 들어갔다. 교육일정은 앞에서 설명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새벽 5시 30분에 기상해 밤 10시에 취침하는 굉장히 빠듯한 일정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누구나 취침해야 하기 때문에 자유 시간에 빨래를 하다 보니 실제 자유 시간에 쉬지 못하고 노동을 하는 형국이었다. 이상하게도 빨래 등 노동이 강의와 명상에 굳어진 육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야행성의 생활에 익숙해진 우리 세대에게는 너무 힘든 급변한 생활 패턴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새벽형 인간의 생활 패턴에 적응해 보람찬 결실을 거둔 나에게 스스로 대견할 뿐이다.
불교 강습에는 일반 교리 설명을 포함해서 사경시간, 독경시간, 질의 응답시간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됐고 필요에 따라 통역하기도 하고 재가자의 강의도 진행됐다. 템플스테이 교육에 재가자 출가자의 구분이 없었던 점도 인상적이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미국 버클리 대학 등 저명 학자의 녹화강연을 듣고 스카이프를 통해 미국에 거주하는 학자와 대만에서 템플스테이 참석자 간에 질의응답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스카이프로 진행되는 질의응답
학습 통역

그리고 대부부의 강의에서는 파워포인트를 사용하거나 동영상을 활용하여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강의했다.

학습 통역

우리나라 스님들이 앉아서 언어 위주의 설법을 하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영어가 되지 않는 노스님의 중요한 설법은 통역을 통해 전달하려고 했다.

재가인 학습

또한 템플스테이 수련이지만 필요에 따라 재가 전문가들을 초빙해 강연도 진행했다. 불광산사가 중국 불교의 국제화를 위한 제반 준비가 돼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개방적임을 알 수 있었다.

불교의 가장 핵심사상인 반야심경을 사경했다.

사경시간에는 반야심경을 사경했다. 반야심경이 불교의 가장 핵심적인 가르침이 돼서 그런지 아주 경건한 분위기에서 사경을 했다. 한자를 모르는 많은 친구들도 경청하면서 진지하게 사경을 했다. 흥미로운 것은 불교에 심취한 친구들은 불교를 심도 있게 이해하기 위해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자는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영어로 번역된 경전으로는 그 정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없어 수년간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친구들의 이야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중화를 위해서는 경전의 한글화가 중요하겠지만 정확한 의미 이해를 위해서는 한자 공부도 절실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필요에 따라 단체사진을 찍곤 했다.

대만 불광산사 템플스테이 전반적인 프로그램이 너무 잘 구성돼 있었고, 모든 활동과 체험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일부 참가자들의 철학적 깊이와 경험세계가 깊고도 심오했다. 그러나 일부는 불교의 기본적인 지식이 결여된 친구들도 있었다. 한 달간의 템플스테이란 점을 감안해 단기 출가 정도까지 생각한 심오한 경지에 도달하리라고 다짐한 몇 몇 친구들은 너무 기본적인 것에 많은 시간을 보내 깊이 있는 체험을 할 수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예수가 29세에 선지자가 됐고, 부처가 35세에 부처가 된 점을 감안해 젊은 친구들 가운데에서도 상당한 경지에 도달한 친구들이 있을 수 있고 그들의 니즈에 맞춰 소수 특별반을 편성한다면 한 달간의 템플스테이 기간에 득도자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참가자에 따라 다양한 목적이 있었겠지만 템플스테이의 근본적인 목적이 불교의 이해와 아시아 지역 문화 체험일 것이다. 그 핵심적인 설명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절반의 체험이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나 스스로도 중요한 부분을 많이 놓치지 않았는가를 반성해본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본격적으로 참선 수행과 순례, 차담 등에 관해 설명하고자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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